한국전쟁과 타자의 텍스트
이정현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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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 책 제목은 [한국전쟁과 타자의 텍스트]다. 우리가 흔히 6·25전쟁이라 부르는 사건을 이 책에서는 한국전쟁으로 부른다. 그리고 이 전쟁에 얽힌 나라들이 많음도 지적한다. 이렇듯 한국전쟁은 남·북한만의 전쟁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진영간의 전쟁이기도 했다.


베트남 전쟁을 날짜로 이야기하지 않듯이 이제는 6·25전쟁이라는말보다는 한국전쟁이라는 말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한국전쟁이라고 하면 한국에서 벌어진 전쟁이라는 공간적 개념으로 먼저 이해하면 된다. 여기에 더해서 어떤 나라들이 전쟁에 개입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어떤 결말을 맺었는지... 또 전쟁으로 인해서 각 나라는 어떤 양상으로 변해갔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런 점을 살피면 한국전쟁이라고 하고 참전한 국가 중에 일본은 속하지 않지만 일본을 빼놓고는 한국전쟁을 이야기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한국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나라가 일본제국주의였고, 한국전쟁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도 일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패전국임에도 불구하고 승전국인 미국과 동맹을 맺고 세계에 나설 수 있게 만들어준 전쟁 역시 한국전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은 한국전쟁과는 떨어뜨려 이야기할 수가 없는데, 이상하게도 일본은 한국전쟁에 대한 문학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면도 있겠지만, 이야기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 했으리라 추측한다.


이 책은 이렇게 각 나라에서 한국전쟁을 표현한 작품들을 우리에게 소개하면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나라 사람들의 경험을 우리에게 보여주고있다.


내전이 아닌 국제전


한국전쟁엔 세계 여러 나라가 참전했다. 내가 어렸을 땐 유엔 16개국이 우리를 돕기 위해 참전했다고 배웠다. 북한 쪽을 지원한 나라에 대해서는 전혀 배우지 않고, 그냥 중공군이 인해전술로 밀고 들어왔다고만 배웠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나라 중에 이 책에서 다루는 나라는 미국, 중국은 물론이고, 프랑스, 영국, 콜롬비아까지 다양하다.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한국전쟁을 소재로 삼은 문학작품이 있는 나라다. 다른 나라들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이들 나라를 다루고 있다.


국제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로는 초반에는 남한과 북한의 전쟁이었다고 할 수 있더라도 한 해가 채 지나기 전에 중국이 개입하고, 미국을 비롯한 여러나라가 참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련 까지 참전했다고 하니... 국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소련군의 참전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이 책에서

 

소련 공군기의 비행은 평양-원산 선을 넘지 말아야 했으며 전투기의 마크를 중국 공군과 북한 공군으로 위장했고 복장은 중국군 제복을 착용하였으며 무선통신을 할 때도 한국말로 교신하도록 했다. 특히 평양-원산 선을 넘는 것을 금지한 것은 격추된 항공기의 조종사가 유엔군이나 한국군에게 사로잡히게 되면 소련군의 참전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252쪽)


라고 나와 있듯이, 소련 역시 참전한 국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 서술에서 느낄 수 없는 참상


역사학자들의 연구로 전쟁의 전개과정이나 결과 또 영향에 대해서는 알 수 있겠지만, 전쟁의 참상을 몸으로 느끼기는 힘들다. 


반면에 문학은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그래서 역사 서술과는 다른 점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일본, 중국, 미국, 유럽(프랑스, 영국, 독일), 콜롬비아 문학에 나오는 한국전쟁을 다루고 있다. 각 나라가 겪은 한국전쟁을 문학작품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되는데, 특히 나라보다는 전쟁을 겪은 개인을 만날 수가 있게 된다.


이런 문학작품에서는 기존에 이야기되지 않았던 점들을 만날 수 있다. 가령 중국에서는 출판되지 않는 소설들, 중국군 포로들이 중국이 아니라 대만으로 송환되기를 바라는 내용, 그런 내용이 표현된 소설들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중국이 아닌 대만으로 송환되기를 바라는 포로들이 많았다고 하니, (중국으로 송환되기를 희망한 포로의 숫자는 단지 32%에 불과했는데 송환을 거부한 포로들 대부분은 타이완을 택했다-144쪽) 항미원조 전쟁으로 부르는 중국의 선전과는 좀 다른 결과를 문학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면들을 문학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이렇듯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전쟁의 이면을 다루고 있는 문학작품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즉 전쟁은 일면적이지 않고 다면적임을, 어느 한 쪽의 말만 들을 수 없음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덧글


전쟁을 직접 겪은 1세대 작가들은 언어적 장벽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지 못했다. ... 언어적 장벽을 극복하기 어려웠던 이주 한인 2,3세대 작가들은 미국인으로 살아가면서 자유롭게 영어를 구사한다.(279쪽)  라고 되어 있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극복하기 어려웠던이 아니라 극복하기 쉬웠던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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