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흑역사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다윈상'이 생각났다. 한 해 어리석은 행동을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 그가 한 어리석은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경각심을 주어 인류가 진화하는데 도움을 주었기에 주어지는 상이라고 하는데...


이 상 수상자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저지른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해 살아서는 받지 못한다는, 살아 있어야만 받는 노벨상과 대척점에 있는 상인데... 이 상은 인류라기보다는 개개 인간의 행동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인간의 흑역사]라는 제목을 단 이 책은 개개 인간보다는, 그 인간들이 한 행동이 인류 역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다윈상을 인류 역사로 확대했다고 보면 되는데, 그럼에도 왜 인류는 이런 실수를 반복할까 라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그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인간 문명이 발생하는데 농경이 큰 공헌을 했다고 하지만, 반대로 인류에게 온갖 질병과 재앙을 몰아다 준 행위 역시 농경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인간이 모여 살기 시작하는 데서 인류의 흑역사는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류 역사를 훑으면서 실수라고 할 만한 일들과 사람을 등장시키고 있는데, 이 중에서 우리가 반복하지 않는 실수도 있지만, 여전히 반복하고 있는 실수도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 중에서 무서운 실수는 바로 무기다. 무기를 개발함으로써 전쟁을, 살상을 막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많은 전쟁과 더 많은 살상이 일어나고 만 사실들... 그런 살상들에 '부수적 피해'라고 이름 붙이며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으로 언어를 통한 진실 왜곡을 하고 있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음을... [인간의 흑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속되는 실수는 '환경'과 '과학' 분야에서 일어난다. 인간은 살기 위해서 환경을 변형시킬 수밖에 없다. 한 생명체의 생존은 다른 생명체의 죽음과 연결되는데, 그렇다고 자신이 생존하는데 꼭 필요하지 않는 생명조차도 멸종시키는 일들을 반복하고 있는 인간. 


강의 흐름을 바꾸어놓아 결국 재앙에 빠지게 되는 실수들... 머나 먼 곳에 있는 생명체들을 들여와 한 지역의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일들... 지금도 무한 반복하고 있는 일 아니던가. 이쯤되면 실수라고 할 수가 없다. 실수가 아니라 의도다. 일부러 그렇게 한다. 왜? 이윤이 생기니까.


이런 이윤때문에 생긴 흑역사는 바로 '납'이다. 자동차 엔진 노킹을 방지하기 위해 '에탄올'로도 충분했지만, 이윤이 생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몸에 해롭다는 결과가 나와 있음에도 납을 첨가제로 섞는 행위를 했던 인간들.


지금은 납은 쓰지 않고 있지만, 아직 결과를 알 수 없는 화학물질을 여전히 쓰고 있다.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그렇게 환경을 넘어서 '과학' 분야에까지 인간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한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결국 '환경과 과학'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인간의 실수로 인해, 지구는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고 있는데도 그것을 다시 '과학'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하니...


이 책은 이런 과학의 발달로 인류가 어쩌면 과거에 유행했던 질병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2000년대에 시베리아 동토층이 녹으면서 탄저균이 활동해 탄저병으로 죽은 사람, 죽은 동물들이 나타나고 있듯이.


예전에 퇴치했다고 믿었던, 어쩌면 지구에 묻혀버렸던 질병들이 다시 창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렇게 '과학'의 발달로 인해 '환경'은 파괴되고, 환경이 파괴되니, 기존 과학으로는 당장 치유할 수 없는 질병들이 나타나게 된다. 코로나19 역시, 그간 인간이 해왔던 실수들이 반복됨으로써 생겨난 질병 아니던가.


그러니 이 책에는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뚜렷이 나타나 있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까지 해왔던 인류가 인류를 살기 힘들게 하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다윈상'을 통해 바보짓을 하지 않게 경각심을 심어준다면, 이 책은 인류 역사를 통해서 인류를 위기에 빠뜨렸던 일들을 알려줌으로써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경고하고 있다.


지금은 '과학'에 대한 맹신을 버려야 할 때... 과학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우주 시대를 개척하고 있는 인간이 그 결과로 지구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도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으니. 최근 중국이 우주정거장을 건설한다고 쏘아 보냈던 우주선 일부가 지구로 떨어지는 일을 생각해 보라. 지구로 떨어지는 문제도 심각하지만, 지구 궤도를 따라 수많은 우주 쓰레기들이 엄청난 속도로 돌고 있다면, 그것을 벗어나는 일도 매우 어렵게 된다고 한다.


이렇듯 이 책은 인간 역사를 통해 흥미진진한 사건들과 인물들을 다뤄줌으로써 재미 있게 읽을 수 있도록 했는데, 단지 재미에서 그치지 않고 지금 우리 생활을 돌아볼 수 있게도 해준다. 


이런 '흑역사'를 안다면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많은 인류 역사를 통해서 어리석은 짓이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나와 있으니, 읽으면서 지금 우리가 그런 일을 혹시 반복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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