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없는 미래 - 인류 역사상 가장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이 온다
팀 던럽 지음, 엄성수 옮김 / 비즈니스맵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인공지능, 제4차산업혁명 등 과학기술의 시대에 인간의 일자리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책들은 비관적이거나 낙관적인 관점을 택하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어 인간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비관적인 주장에 반대해 그만큼 다른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낙관적인 주장도 있다.

 

어떤 것이 맞을까? 그것은 모른다. 미래의 일을 추측, 예측할 수는 있지만, 미래에 일어날 일을 그대로 맞힐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때그때 예견과 달리, 우리들의 행동으로 인해 미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나비의 날개짓으로도 태풍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과학기술의 발달로 노동에 대한 위협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아르바이트 자리로 청소년들이나 노인들이 취업했던 주유소가 셀프 주유소로 바뀌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도 하이패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것뿐인가? 자동화로 인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그만큼 다른 일자리가 생기면 좋겠지만, 없어지는 일자리에 비해 생기는 일자리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렇게 사람들 일자리는 기계에 의해 또 인터넷을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에 의해 사라져 가고 있다. 도대체 이 일은 거스를 수 있는 것인가.

 

없다. 지금까지 이룩해 온 발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이미 우리는 로봇,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 시대에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적일까를 고민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려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다른 관점에서 시작한다. 로봇이나 인공지능,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상실을 경제, 기술, 과학의 문제로 다루려 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저자의 시각이 독특하고 설득력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를 정치적인 문제라고 한다. 노동, 일자리 문제인데 정치적인 문제라고? 그렇다.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다. 정치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순간 다른 답을 찾을 수 있다. 왜 우리가 꼭 노동을 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하고,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과거의 일, 현재의 일을 이 책에서 먼저 살펴보고 있다. 일이 인간의 삶에 본질적인 것인가?  과거 일은 노예들이 하는 것이었다. 인간으로 대접받는 시민들은 노예들이 하는 일을 바탕으로 생긴 여가를 통해 다른 활동을 했다. 그것이 바로 인간적이라고 여겨졌다. 현재 자본주의의 발흥으로 노동은 인간 삶을 유지하는 기본 수단으로 인식되었지만, 자동화가 되면 이제 과거의 양상과 비슷해질 수 있다.

 

우리 생계나 생활에 필요한 많은 일들을 기계가 할 수 있다. 아니 지금도 기계가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자동화로 사라진 일자리를 찾아 헤매야 할 것인가? 아니라고 한다.

 

다른 활동을 하면 되는 것이다. 창조적인 일, 사람과 사람이 함께 어울려 지내는 일 등, 여러가지 일들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노동 없는 미래는 경제, 과학,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일자리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를 만들 조건이 바로 기본소득이다. 저자가 노동 없는 미래와 기본소득을 연결지은 것이 새롭다. 그리고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최근에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를 자동화와 연결지은 것이 좋다. 이렇게 기본소득과 연결이 되면 노동 없는 미래는 자연스레 정치적인 문제가 된다. 기본소득은 정치 문제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차별없이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생활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다.

 

일자리에 연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불리한 조건에서도 어쩔 수 없이 노동을 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에 노동을 하더라도 주체의 자리에 설 수 있다.

 

사용자들도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장시간 노동을 할 필요도 없다. 이미 생계는 확보되었기 때문에 생활의 윤택함을 추구하게 된다. 이때 노동을 기계에 맡겨도 된다. 기계화 시대가 되었는데 굳이 그것을 거부할 필요는 없다.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다른 활동을 하면 된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는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시대일지도 모른다. 기반 시설부터 다른 조건들도 충분하다. 다만, 한가지가 마련되지 않았는데, 그것이 바로 정치적인 문제다.

 

생산량도 물품도 넘쳐나지만 누구는 없어서 못 쓰고, 누구는 남아돌아서 버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활동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그런 미래로 가기 위해 근무 시간 단축과 기본소득이라는 디딤돌을 놓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현재 대부분 선진국의 통치 방식과는 다른 통치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 더는 로봇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를 놓고 쓸모없는 논쟁을 벌이지 알고, 함께 상상력을 발휘해 우리 모두를 해방시켜줄 일이 없는 미래 속으로 뛰어들어 보자. (257쪽)

 

그래서 우리 미래는 정치에 달려 있다. 문제는 경제야가 아니라 문제는 정치다. 우리들 삶이 로봇이,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사회에서 더욱 비참해지느냐 아니면 여러 사상가들이 꿈꾸었던 유토피아가 되느냐는 정치에 달려 있다.

 

이렇게 정치를 강조한 것, 과학기술의 발전을 받아들이되, 그것을 정치적인 문제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더 많이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분명 예전보다는 일을 덜 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계속 일을 더 하려고 하는가? 일을 더해도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로봇이나 인공지능, 자동화로 인해 일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에 대한 부담이 더 늘었다. 일자리를 가져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것, 충분히 바꿀 수 있는 환경임에도 바꾸지 않는 것, 그것은 바로 정치에 달려 있다.

 

노동 없는 미래에 대한 새로운 시각.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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