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9 - 현제賢帝의 세기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9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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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저작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는... 제정에서 공화정으로, 다시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가는 과정이 길기도 긴데, 제정이 되어서 또 몇백 년 동안 세계 제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니, 로마인 이야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9권에서야 현제의 시기, 즉 우리가 오현제라고 알고 있는 왕들이 등장한다.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거쳐서 이제 로마제정이 안정기에 접어드는 것이다.

 

안정기에 접어드니, 그때 황제가 된 사람들이 현제(賢帝)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그들은 앞선 황제들보다 길게 통치를 한다.

 

물론 오현제 시대를 여는 네르바는 2년도 채 통치를 하지 못한다. 그는 고령에 황제가 되었고, 그래서 자기 정책을 펼치기도 전에 죽음에 이른다. 다만, 그가 현제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후계자를 잘 지목했다는 것이다. 능력 있는 후계자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는 현제 소리를 들을 만하다.

 

네르바가 지목한 사람은 트라야누스. 그는 상당한 능력을 발휘하여 로마 영토를 확정하게 된다. 또한 로마를 안정기에 접어들게 하고, 온갖 공공건축물을 건설한다. 웅장한 로마 건축물들을 많이 만들게 되는 시기.

 

이런 공공건축물을 많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나라가 안정되었다는 얘기가 된다. 외적으로부터의 침입 걱정이 없어지고, 경제가 살아나면서 사람들이 살만해지니까 이런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트라야누스가 죽은 뒤 그 뒤를 잇게 되는 하드리아누스. 그는 로마에 머물러 통치하기보다는 로마 속주에 해당하는 곳을 순방하면서 통치를 한다.

 

황제가 순방하여 직접 그곳의 현실을 보고, 거기에 적합한 정책을 펼치는 것. 하드리아누스 황제 대에 이르러 로마는 이제 전쟁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유대가 반란을 일으켰지만, 이를 진압하여 예루살렘에서 유대인을 쫓아낸 것이 하드리아누스 황제라고 하니, 유대인들은 시오니즘 운동 등을 통해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오는데 천 년 넘는 세월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유대인을 말 그대로 디아스포라로 만들어버린 황제가 하드리아누스 황제인데, 그가 로마 제정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꽤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의 통치를 거쳐 이제 로마는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되기 때문이다.

 

전쟁의 위협이 없어지면 안보가 해결이 되는 것이고, 안보가 해결이 되면 그 평화로운 시기를 이용해 식량문제, 즉 경제 문제에 전념해서 경제 역시 살아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살기 좋은, 그야말로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드라이누스 뒤를 이은 안토니누스 피우스. 피우스라는 이름이 자비를 뜻한다고 하니, 이 황제 때는 말 그대로 안정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로마에 필요한 일들을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하지 않는다.

 

이제 황제가 돋보이는 정책을 굳이 펼치지 않아도 로마는 잘 유지되는 나라가 된 것이다. 그러니 이 안토니누스 피우스 시대야말로 로마인들에게는 행복했던 시절 아니었을까.

 

여기까지가 9권이다. 오현제 중에 한 명,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도 철락자 황제로 불리는 아우렐리우스는 한 권을 할애해도 좋을 거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이 황제들이 연이어 즉위하는 과정을 보자. 동양과 다르게 로마 황제는 원로원과 시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하지만, 전 황제가 지목하면 이의 없이 다음 황제로 등극할 수 있었으니, 거기에 많은 차이를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황제가 세습되지 않고 양자 관계를 통해서 지목되었다는 것, 너무 어린 나이에 황제가 되지 않게, 적어도 30이 넘어서 황제가 될 수 있게 능력 있는 사람들 중에서 엄선해서 양자를 삼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후계자 양성과정이 엄격했다고 할 수 있는데, 능력 있는 후계자를  선정했기에 로마 제정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제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자질 있는 지도자가 선출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발전 정도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는데, 오현제 시대에는 이렇게 능력 있는 후계자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또 이들이 20년 정도를 통치하면서 자신의 정책을 펼칠 수 있었기에 로마가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 책에서 로마 황제의 3대 책무를 이야기하고 있다.

 

(1) 안전보장, 즉 외정 (2) 국내 통치, 즉 내치 (3) 현대식으로 바꿔 말하면 사회간접자본 정비 (91-92쪽)

 

9권에서 다룬 세 명의 황제,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누스 피우스는 모두 이 세 가지 책무를 잘 수행한 황제라고 할 수 있다.

 

어디 이 세 가지 책무가 로마 황제의 책무만이겠는가. 지금 우리 시대를 사는 정치가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책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번 권은 어떻게 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가가 될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정치학 책이라고 해도 좋겠단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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