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7 - 악명높은 황제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7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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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를 지나면서 로마는 이제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확실히 넘어간다.

 

제정에서 공화정,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로마의 정체는 그렇게 바뀌었다. 로마가 점점 커져가면서 통치체제가 바뀔 필요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현대는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에게 권력이 분산되는 정치체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가 많다.

 

절대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 또 그런 절대권력을 쥐게 되는 사람을 어떻게 고를 것인가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선거를 통해서 뽑는다고 해도, 그 사람에게 절대권력을 주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가 없다. 오로지 그 사람의 행동에 맡길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절대권력을 한 사람에게 주었을 때 생기는 문제다.

 

로마 역시 제정이 되면서 뛰어난 정치감각이 있던 아우구스투스가 죽은 뒤 이런 문제를 겪는다.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었을 때 그 사람이 능력이 뛰어나다면 나름대로 정치체제가 유지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세습이든, 선출이든 한 사람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것은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며 어떤 정치체제가 바람직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7권에서는 제정이 확립되고 무너지지 않는 정치체제가 되는 때를 다루고 있다. 아우구스투스가 죽은 뒤 뒤를 이은 티베리우스, 칼리굴라, 클라우디우스, 네로를 다루고 있다. 이들을 묶어 놓은 제목이 '악명 높은 황제들'인데, 둘은 몰라도 나머지 둘은 확실히 악명 높은 황제들로 알려져 있다.

 

칼리굴라와 네로.

 

둘의 공통점은 젊은 나이에 황제가 되었고, 젊은 나이에 죽임을 당하거나 쫓겨날 위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

 

그럼에도 이들을 없애기만 했지 제정이라는 정치체제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것. 이때쯤 되면 이제는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이 책임을 지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정치하게 하는, 간접 정치가 더 어울리는 나라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력을 그 사람이 잘못 행사하면 그 사람만 바꾸면 된다는 생각을 지니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이것은 자신의 권력을 나누어 주되, 너를 단죄할 권리는 지니겠지만 내가 책임지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는 마음, 직접 민주주의를 이루기 힘든 인구수와 영토를 가진 나라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대리 정치를 황제라는 이름을 지닌 사람에게 위임한 꼴이고, 그 사람이 잘못했을 때는 힘으로 다른 사람을 내세우는 그런 일을 반복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동양의 제정과 다른 점이 바로 로마의 이런 제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람직한 정치 체제인가는 계속 생각하게 된다. (동양의 제정에서도 환관정치, 또 황제나 왕들의 암살, 반란 등이 지속되었으니.. 별로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너무도 광대하기 때문에 일관성을 지니기 위해서 한 사람에게 권력을 주고 그를 보좌하는 역할로 만족하는 그런 정치체제.

 

티베리우스는 나름 능력도 인정받고 로마를 안정시키는데 공헌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겪께 되는 가족간의 불화. 다른 사람에 대한 불신 등은 그를 나중에 악명 높은 황제로 여기게 하는 요인이 되게도 하고...

 

칼리굴라는 능력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단지 핏줄이라는 이유로 황제가 되지만 정치 감각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의 측근에게 살해당하고, 이런 일은 로마 황제들에게 숱하게 일어나게 되는 단초를 만든 황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꼭 칼리굴라에게서 그 단초를 찾을 필요는 없다. 초기 로마가 제정이었을 때도 황제들이 암살 당했다. 절대권력이 한 사람에게 있을 때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공화정을 거쳐 다시 제정으로 돌아온 로마에서, 그것도 초기에 칼리굴라 황제에게서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클라우디우스 황제는 굳이 악명 높은 황제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 역시 가족사는 불행하다고 할 수 있다. 제 아내에게 살해를 당하게 되니, 정치에 무능력한 황제의 최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황제가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 네로가 등장한다. 아마 네로는 예술가가 되었으면 이름을 남기지는 못했을지라도 불행하게 최후를 맞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는 더 심하게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이 시오노 나나미의 판단이다.

 

나는 한때 네로가 로마를 불태우고, 불을 보면서 노래를 불렀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냥 사람을 죽이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는 폭군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로마는 우연한 화재가 대화재로 번진 것이었으며, 반란 기도를 신고받고 사형에 처한 것. 그가 기괴한 짓을 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무지막지한 폭군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조금 망설여지는 면이 있다.

 

그럼에도 그는 죽어야 했다. 로마인들을, 특히 권력욕이 있는 사람들을 만족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절대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 주변 사람이나 또는 군사력을 지니고, 또 나름 귀족적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았을 때, 그는 또다른 절대권력으로 대체될 수 있다.

 

이렇듯 현재 쥐고 있는 권력이 영구한 것이 아님을 제정 로마에서 인식하게 된다. 오히려 권력이 한 사람에게 독점될수록 제거될 가능성도 높아짐을, 그것도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서 그 가능성은 더 놓아짐을 제정 초기 황제들이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고 그것을 실행하는 황제들이 오래갈 수밖에 없음을, 그렇지 못한 황제들은 쫓겨날 수밖에 없음을 로마 황제들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실력 우선주의로 황제를 선출하는 방식은 이렇게 쫓겨날 위험이 있다. 이 문제를 세습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하는데..그것이 해결책은 되지 않음을 동서양 역사 모두에서 볼 수 있다)

 

그때는 목숨으로, 지금은 표로 그것을 실현하고 있는 차이가 있지만, 정치를 하는 사람들,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 어떤 정치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붙은 '로마인 이야기'라는 제목을 사람이야기만으로 읽지 않고 우리 삶을 규정하는 정치체제에 대한 생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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