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이야기 2 - 민주주의의 빛과 그림자 그리스인 이야기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 / 살림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서를 전쟁과 인물을 중심으로 서술하면 우선 재미있다. 무척 흥미롭게 읽어갈 수가 있다. 예전에 우리가 배운 역사책들이 대부분 인물, 전쟁 중심으로 기술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역사책 서술이 바뀌기 시작했다. 인물이나 전쟁 중심이 아니라 생활 중심이 되었고 문화 중심이 되었다. 아주 작은 차이들에 대해 인식해야지만 역사 발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렇게 문화 중심, 생활 중심으로 역사 서술이 가면 역사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한다. 지금을 이루고 있는 과거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이 역사라면, 사람들이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게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예전에 우리나라 역사(국사)를 배울 때 인물을 중심으로 배우지 않았던가. 세종대왕, 태종무열왕, 계백, 을지문덕, 양만춘, 강감찬, 이순신 등등. 살펴보면 전쟁 영웅이거나 위대한 업적을 남긴 왕을 중심으로 먼저 역사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커다란 서술 뒤에 있는 구체적인 사실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시오노 나나미가 쓴 이 책 "그리스인 이야기"는 그리스 역사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데 충분하다.

 

인물 중심, 전쟁 중심이기 때문이다. 그리스인들 생활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얘기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인물 중심으로 그것도 전쟁을 중심으로 전쟁을 이끌어간 인물들을 전면에 배치하기 때문이다.

 

2권은 페리클레스 시대를 다루고 있다. 아테네 민주주의의 정점을 이끈 인물. 그는 오랜동안 스트라테고스에 임명되었다. 30년 넘게 스트라테고스에 연달아 당선되어 일을 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또한 개인의 이익보다는 아테네의 이익을 위해 멀리 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아테네는 민주주의 꽃을 피운다. 지금까지 전세계인을 불러모으고 있는 '파르테논 신전'을 웅장하게 재건한 것도 바로 페리클레스 시대다.

 

하지만 이런 특출한 인물이 후기에 나오면 그것은 그 나라가 멸망하기 전에 잠시 반짝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별들이 폭발하기 전에 더 밝아지듯이.

 

그리스는 오랜 전쟁에 돌입하게 된다. 그것도 민주주의 꽃을 피웠다는 페리클레스 시대에...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하는 '펠로폰네소스 동맹'과 아테네를 중심으로 하는 '델로스 동맹' 사이에 벌어진 오랜 전쟁.

 

직접 맞대결을 하지 않으려던 페리클레스 시대에는 그냥 서로를 위협하고 잠시 쉬고 하는 쪽으로 전쟁이 전개되었다면 그가 죽은 뒤에는 전면전이 된다. 잠시 동안 이루어졌던 휴전에 이어, 서로를 멸망으로 이끌게 되는 장기전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렇게 페리클레스는 아테네 멸망 직전 반짝이는 별로 등장한다. 그 다음은 오랜 전쟁, 수많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그들은 그리스 민주주의를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폐쇄적인 나라 스파르타와 개방적인 나라 아테네... 군사력을 중심으로 그것도 육군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과두체제의 나라 스파르타와 경제를 중심으로, 무역을 하기 위해 해군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민주체제의 나라 아테네.

 

서로 다른 정체를 가지고 서로 견제하고 때론 도우며 지내지만 주변국들의 상황에 따라 이들은 전면전으로 붙을 수밖에 없게 된다.

 

여기서 경제가 붕괴되었을 때 그 나라가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파르타는 자급자족을 하던 나라라서 이런 위험을 그다지 겪지 않는다. 또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라고 하지만, 스파르타 자국 영토에서 전쟁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스파르타 시민은 경제적으로 부담없이 (물론 이들은 극도로 절제된 생활을 했다고 하지만) 전쟁에 임할 수가 있다.

 

그러나 무역국가,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아테네는 해상으로 식량을 수입해야 한다. 그래서 해군이 중요할 수밖에 없고, 아테네와 항구도시인 피레우스를 잇는 도로, 또 방어벽을 설치한다. 이것이 아테네가 장기적으로 위험에 빠지지 않을 조건인 것이다. 페리클레스가 이 방어벽을 정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전쟁이 지속되면서 아테네 해군이 괴멸되자 식량난이 심각해진다. 경제가 무너지는 것이다. 경제가 무너진 나라, 지속될 수가 없다. 예전 미국에서 선거운동을 할 때 나왔다는 말. '문제는 경제야!'

 

이 말을 이미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아테네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자국민이 먹고 살 수는 있어야 하는 것. 그렇다. 전쟁은 결국 자국민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벌이는 일 아니던가. 무력으로 이루어지고, 많은 희생이 따르는 일이 전쟁이지만, 목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가 힘들어지면 그때는 전쟁을 그만두어야 한다.

 

아테네가 전쟁을 지속할 힘을 잃는 것, 스파르타에게 무조건 항복을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페리클레스 시대부터 아테네 멸망까지 무척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2권이다. 그래, 이런 역사를 통해서 전쟁의 참상, 또 경제의 중요성.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자질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정치인들은 멀리 볼 줄 알아야 한다. 여기에 당시 사람들 마음을 어루만질 수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사회가 잘 유지될 수 있다. 그리스인 이야기 2권은, 이렇게 아테네 항복으로 끝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