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아우성 - 청소년 테마 소설 문학동네 청소년 33
김민령 외 지음, 유영진 엮음 / 문학동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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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를 찾기 시작하는 나이에 접어들면 아이에서 청소년이 된다. 물론 아이라고 해서 자아가 없지는 않지만 통칭 청소년기를 그렇게 이야기한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라고. 하지만 이 말은 좀 문제가 있다. 아이라고 해서 자신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고, 어른이라고 해서 늘 자아를 생각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와 어른을 구분해 놓고,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단계를 하나 더 설정해 놓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흘러가는 시간을 계절이나 달, 날, 시간으로 쪼개놓듯이 우리들 인생도 이렇게 단계로 구분을 해놓고 있다. 이런 구분에 의하면 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다. 몸과 정신이 모두 어른이 되기 위해 달려가는 시기.

 

이 시기에 이들이 겪는 일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청소년들을 어른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지 않나. 그래서 어른들 관점에서 벗어난 청소년들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지 않나.

 

그들을 그들 자체로 봐주는 눈을 지닌 어른들이 있어야 하지 않나, 아니 어른들은 자기들 처지에서 청소년을 보지 말고 청소년 처지에서 청소년을 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자꾸만 강요하게 된다. 어른 관점에서 청소년을 보면. 그들 자신이 자신들 삶을 살아가기에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 얼마나 고투하고 있는지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이미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자아정체성을 스스로 찾지 못하고 강요된 정체성만을 찾게 되는 청소년들이 많은 사회가 우리 사회 아닐까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어진 것을 찾아 해나가는 청소년들. 그렇게 만드는 어른들,

 

이 소설집은 이런 청소년들의 존재를 주제로 삼아 일곱 편의 소설을 묶었다. 모두 주인공이 청소년들이고 자신들의 존재를 우리에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청소년들의 존재라고.

 

영어나 공부로 주변에서 주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지 그것을 잘 극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영희 '미스터 보틀') 미국까지 가서도 간섭에서 벗어나지못하고 그 중압감에서 헤어나지 못해 죽음에 이르게 되는 모습(이금이 '실족') 소설.

 

무엇 하나 잘하는 것 없이 그냥 그대로 튀지 않는, 존재조차도 잘 인식되지 못하고 지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도대체 청소년기에는 공부를 잘하든, 운동을 잘하든, 아니면 싸움을 잘하든, 하다못해 청소녀들은 화장, 염색이라도 진하게 해야 자기 존재를 인식시킬 수 있는데, 이 중 어느 하나에도 끼지 못하면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거의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지내는, 애써 찾아야 보이고, 그나마도 곧 잊혀지고 마는  (김민령 '뷰 박스') 그런 청소년의 모습을 그린 소설.

 

가난한 생활에서 소박한 꿈을 지니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고등학생이 호주로 갈 꿈을 꾸지만 그 역시 환상임을, 자신이 지닌 처지를 알아가고 다시 일상에서 살아가는 모습 (진형민 '호주 갈 사람?') 결코 이들의 생활이 한 방으로 나아질 수 없음을 잘 보여주는 소설.

 

힘들 때 정말로 힘들 때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그런 존재. 어쩌면 비슷한 고민을 하는 그런 사람들. 세상에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나만이 아니라는 사실. 이것은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최서경 '같은 사람') 소설.

 

나를 '나' 하나로만 말할 수 없다고 나는 수많은 '나들'이라고 말하고 있는 (최상희 '유나의 유나') 어느 하나로만 규정하지 말라고 하는 소설.

 

그리고 세월호, 청소년들이라면 도저히 빗겨갈 수 없는 그 사건. 그 사건으로 인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동생들이 기억하는 언니, 형. 함께 부딪히며 울고 웃으며 지냈던 그런 사람을 기억해야 함을(전삼혜 세컨드 칠드런) 보여주는 소설.

 

이렇게 다양한 청소년들이 제각각 지닌 고민들을 보여주고 그 상황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청소년들을 어른이라는 관점에서 보지 않고 청소년들 바로 그 자리에서 보고 있다.

 

소설에서 그렇게 청소년들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이것은 청소년들만이 읽을 청소년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어른들이, 자꾸만 자기들 관점에서 청소년들을 가르치려고만 드는 어른들이 읽어야 할 소설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명색이 청소년 문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면서 너무 영어 제목이 많다. 이 점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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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9 09: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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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9 17: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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