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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도쿄 - 2024-2025 최신개정판 ㅣ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정숙영 지음 / 길벗 / 2024년 4월
평점 :
길벗에서 펴내는 여행서,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는 첫째 거의 매년 섬세한 개정이 이뤄지며, 둘째 매우 미려한 컬러 사진들과 함께 현지의 명소들이 최대한 많이 소개되어서 좋습니다. 이름난 랜드마크의 사진들은 물론이며, 여행서에 음식 메뉴 사진이 이처럼 대량으로 담긴 것도 개인적으로는 처음 봅니다. 시내 교통도를 비롯한 예쁜 주제도들도 독자의 눈이 행복할 정도입니다. 정숙영 작가님이 그만큼 도쿄 시내와교외를 발로 샅샅이 훑으셨다는 증거입니다.
도쿄는 볼 곳도 많고 규모 자체가 큰 도시라서 여행자 입징에서 일단 개념이 잡힌 후에야, 비로소 내실 있는 여행 계획 세우기가 가능합니다. 책 p14를 보면 도쿄 전체를 개관할 수 있는 지도, 그리고 구역별 설명이 나오는데 편집부터가 매우 예쁩니다. 이 다섯 페이지의 정보만 머리 안에 확실히 넣어도, 도쿄에서 길을 잃거나 여행이 남의 호흡에 끌려다니며 붕 떴다는, 남는 게 없었다는 허탈감은 절대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어서 도쿄 근방의 요코하마, 하코네 등도 함께, 같은 편제로 소개되는데 이렇게 바로 이어붙여야 앞의 정보들(도쿄 시내)과 세트로 독자한테 다가올 것 같습니다. 바로 다음에는, 어떻게 계획을 짜야 "오래 기억에 남을 스토리가 생길지"를 고민하며 독자들에게 제안되는 인포그래픽이 나옵니다.
도쿄는 근대 일본의 기본 구조를 형성한 에도 막부가 260년 가까이 도읍을 잡았던 곳이며, 2차 대전에서 패망한 후 경제 기적을 일으키며 부활한 곳이기도 하기에, 전통과 모더니티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매력이 있어 세계로부터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듭니다. p77을 보면 도쿄 미드타운이 소개되는데, 맑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치솟은 고층 빌딩들 사진이, 이 도시의 개성과 활력을 그대로 상징하는 듯합니다. 또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다이칸야마[竹官山] 티사이트(T-site)가 약도와 함께 소개됩니다(저 뒤 p306의 츠타야 서점도 참조). 소개되는 장소들에 대한 정보가 사진, 약도, 텍스트 등 다양하게, 입체적으로 제시되어서 독자가 마치 작가한테 직접 브리핑을 받는 듯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장어는 한자로 鰻(만)이라고 쓰는데 이 책 p120 이하에서 도쿄 대표 요리 중 하나인 우나기 잘하는 명소 여러 곳을 소개해 줍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다른 여행서에서 이 책처럼 자세하게 맛집 소개를 하는 건, 저 개인적으로는 본 적 없는 것 같습니다. 명물 식당의 대표 메뉴를 선명한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데, 사진만 봐도 군침이 뚝뚝 흐르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그 변형메뉴가 (예전부터) 대성황인 돈카츠 메뉴가 p139에 나오는데, 일본 고유의 담백하고 깔끔한 풍취, 풍미가 사진 밖으로 배어나오는 느낌입니다.
일본이 세계적인 디저트 메뉴의 강국(p152)이기도 하다는 건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그 이름만 들어서는 프랑스 어느 명가의 branch 아닐까 싶지만 고베에 본점이 있다는(p153) "앙리 샤르팡티에"의 긴자 점도 소개됩니다. 사실 아무리 고베가 본점이라고 해도 더 유명세를 탄 곳은 오히려 도쿄의 긴자 메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서의 장점이, 최신 정보가 바로바로 업데이트되는 점이라고 했는데 p169, p307의 오니버스도 요즘 뜨는 명소로 소개되네요. 반면, p157 등의 록시땅 카페는 프랑스의 실제 유명 화장품 브랜드와 연계된 곳입니다.
한국도 요즘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H&B 산업이 발달하며, 올ooo 같은 곳은 동남아 이주민(노동자), 혹은 관광객들이 필수로 들러야 할 명소 취급을 받는다는데, 원래 이런 drugstore는 미국을 거쳐 일본에서발전한 유형이었습니다. 그래서 p187 같은 데서도, 어딜 들러서 뭘 챙겨갖고 와야 하는지가 사진과 함께 잘 설명됩니다. 일본은 미국 문화를 적극 수용하여 개성의 본질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덧입힌 전략으로 성공한 편인데, p37의 디즈니 씨 판타지, p58의 (다소 우습기도 하지만) 자유의 여신상, p202의 토이저러스, p514의 디즈니 리조트 등입니다. 토이저러스는 우리 나라에도 여러 지점이 있습니다.
책 중반을 지나 2부부터는 본격적으로 도쿄라는 도시를 구역으로 나눠 집중 분석, 탐방합니다. 도쿄 최고의 번화가 시부야[澁谷]입니다. 시부야도 중심부, 히카리에, 도켄자카, 진난 등 여러 구역으로 다시 나눠 명소 여럿을 동선 순으로 이어서 소개하는데 사진이 많아서 확실히 정보가 눈에 쏙쏙 잘 들어옵니다. 나카구메로, 에비스, 하라주쿠 등의 설명이 이어지는데, 책이 너무 예쁘게 꾸며져서 아직 도쿄 구경을 못 해 본 이들에게는 마치 이곳이 지상천국처럼 착각되지 않을지 쓸데없는 걱정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책 p380에 설명이 잘 나오듯, 본래 일본의 군주는 교토[京都]에 거주하였으나 메이지 유신 후에 도쿄[東京]으로 옮아와 전에 없던 권위를 행사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이른바 코쿄[皇居]로 불리는 군주 일가의 궁전이 도쿄 시경 안에 소재하며 제한적으로나마 관광 명소 노릇을 합니다. 관광객과 젊은이들의 거리로 유명한 롯폰기[六本木]도 멋지고 번화한 곳으로 한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
우에노 쪽으로 가면 국립박물관, 여러 미술관들, 이름난 신사,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결코 편안한 이름이 못 되는, 정한론의 수괴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의 동상 등이 명물로 꼽힙니다. 또 전세계의 오타쿠들에게 성지로 꼽히는 아키하바라 거리가 있는데, 오타쿠는 집 안에만 있어서 오타쿠[御宅]라면 벌써 이런 거리를 다니는 데서 자격을 상실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권말에는, 도쿄에서 가까운 가나가와[神內川] 현 소재의 요코하마[橫濱], 에노시마[江の島] 등이 소개됩니다. 마무리까지 치밀하고 꼼꼼하게 독자들을 배려하는 책의 태도가 믿음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