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판 사나이 열림원 세계문학 5
아델베르트 샤미소 지음, 최문규 옮김 / 열림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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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 독일에서 활약한 문학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유쾌하고 흥미로우며 다분히 교훈적이기까지 한 중편 소설입니다. 중편으로 분류하기에도 약간은 짧은 분량이며, 책의 40% 가량은 역자인 원로 독문학자 최문규 연대 교수의 작품해제, 작가론이며 이 대목이 본 작품 못지 않게 유익하고 재미있습니다. 역자의 작품에 대한 애정이 책 곳곳에 가득 배어나며, 국내 독자에게 다소 낯선 작가이니 만큼 이런 역주와 해설이 더욱 필요했고 유용했다고 하겠네요. 

폰 샤미소라는 이름은, 성씨의 본체인 사미소가 프랑스식인 반면, 성씨 앞의 신분을 나타내는 파티클 von은 또 독일식이라서 다소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책 후반부의 해제에도 나오지만, 샤미소 가문은 원래 프랑스 귀족이었는데 대혁명 와중에 거의 멸문지화를 겪고 프로이센으로 이주했습니다. 프랑수아 르네 드 샤토브리앙도 비슷한 배경을 지닌 사람인데 이분은 주로 불어로 작품을 썼다는 점에서 폰 샤미소와는 다릅니다. 샤미소가 더 젊으면서도 더 일찍 타계했습니다. 

p9, p11 등에 나오는 프리드리히 바론 드 라 모트 푸케도, 물론 특별한 그들의 문학적 재능이 그들을 그리 이끌었겠지만, 가문의 배경부터가 서로 매우 닮았기에 그만큼 서로 도타운 친분을 오래 유지한 게 아니었겠나 싶습니다. 샤미소 가문이 대혁명 때 그런 난관을 겪었는데, 푸케 가문은 그로부터 백 년 전에 루이 14세의 퐁텐블로 칙령을 통해 날벼락을 맞은 케이스입니다. 루이 14세 치세로부터 대략 90년 전 앙리 4세가 즉위하여 부르봉 왕가를 열었으며, 그의 혈통이나 혼인을 통해 프랑스는 종전과는 다른 레벨의 대통합 왕국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할 기회를 잡았는데, 그가 반포한 낭트 칙령은 이런 시대정신에 잘 부합했습니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다양한 세력과 국민을 두루 포용할 큰 그릇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는 군주 자신의 기량에 좌우됩니다. 그런 뜻에서, 거시경제 융성에 핵심 역할을 하던 위그노 교도들을 기어이 (미친 광신도 카트린 드 메데시스의 망령에 씌어) 프로이센으로 추방한 루이 14세는 그 후손이자 군주로서 아주 못난 선택을 한 셈입니다. 그 위그노 교도들은 후진국 프로이센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여 국운 융성의 소중한 장기 자산으로 삼았습니다. 드 메데시스나 루이 14세의 편협하고 추악하며 어리석은 세계관과 인성이야말로 현대로 치자면 안티톨레랑스, 증오, 혐오, 반(反)진보, 퇴행의 화체와도 같습니다. 

비록 곤경과 좌절 가득한 시국 때문에 힘들었다 해도 폰 샤미소의 작품 속 주인공은 품위와 인격, 고상함을 잃지 않습니다. 유럽 설화에서 그림자가 없다 함은, 보통은 악마 자신이거나 그와 특별한 관계임을 암시합니다. 소설은 벌써 초반부에, 어느 화려한 연회에 참여한 수수께끼의 "회색 옷을 입은 사내"가, 자신의 주머니로부터 온갖 물건, 동물들을 다 끄집어내는 장면에서부터 그 환상적인 분위기를 드러냅니다. 주인공인 페터 슐레밀도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소설을 읽던 저도 "이게 뭐지?"하며 혹 잘못 읽은 줄 알고 놀랐더랬습니다. 회색 옷을 입은 사내는 악마답지 않게 매우 정중하고 예의바르며 그 검은 속내를 끝내 드러내지 않는데 이것도 이 샤미소 버전 메피스토펠레스(?)만의 특징입니다. 

그림자만을 팔아넘겼다는 건 아직 영혼을 판 단계까진 아니며 일종의 체험판 구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세상의 어떤 편익도 구매할 수 있는 금화를 무한정 뽑아낼 수 있으니 이 거래라는 게 썩어빠진 세상을 편하게 사는 데에는 전혀 손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림자를 상실한 후로, 그에게는 참다운 인간 관계라는 게 불가능해지며 어딜 가도 "그림자가 없는 수상쩍은 신사"라며 배척되고, 나아가 사랑하는 여인 미나와 맺어질 수도 없습니다. 슐레밀을 이해하는, 세상의 단 한 사람은 하인 벤델이며, 하인 신분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고상하고 진실된 인격 인품을 갖추었기에 작품에 등장하는 어설픈 귀족이나 향신들보다 훨씬 우월한 인물입니다. 욘, 파니, 그리고 끔찍한 라스칼 등도, 이 작품에 명시적으로 서술되지는 않으나 아마도 회색 옷을 입은 악마로부터 모종의 거래를 제안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악마는 과연 악마라서, 그와 계약을 맺었던 모든 사람들은 비참한 말로를 보내고 죄 없는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라스칼도 아마 악마와 계약을 하기 전까지는 악당(라스칼)이 아니었을 겁니다. 슐레밀 씨는 처음에 잘못된 선택을 했었으나 나중에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기에 결국은 구원을 받았고 말입니다. 

역주나 해제에도 나오듯이 작품 후반부 주인공의 행적은 지질학자, 여행가, 과학자였던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실제 생애로부터 큰 영향을 받아 구성되었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 폰 훔볼트의 생을 다룬 <훔볼트의 대륙>을 책좋사에서 당첨되어 읽고 리뷰를 남긴 적도 있었기에 더욱 뜻깊은 독서였습니다. 인간은 역경 속에서 그 참된 가치가 드러나는 법이며, 악과 타협하지 않는 단호한 결의만이 그를 구원할 유일한 방도임을 일깨우는 멋진 작품이었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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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모범생 2 - 심장 갉아 먹는 아이 특서 청소년문학 36
손현주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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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주 작가님 장편 <가짜 모범생> 1편을 읽고 몇 년 전(2021, 2023)에 리뷰도 남겼더랬습니다. 엄마가 두 쌍둥이 아들을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그 장래에 대해 과한 집착을 하고, 동시에 아이들 자신의 인생이 아닌 부모의 컴플렉스를 투영한 강요를 하다가 끝내 비극이 일어난다는 줄거리였습니다. 재능도 충분하게 태어났고 누가 뭐라고 안 시켜도 알아서 잘하는 애들한테 무리수를 둔 게 더 안타까웠는데, 지금 이 2편은 전편의 주인공들, 세계관을 이어받지는 않습니다. 

1편도 그렇지만 주인공들이 사실 진짜 모범생 맞는데(?), 부모가 오히려 문제아로 몰아가는 진행이 닮았다면 닮았습니다. 대신 이 2편에서는 부모 때문에 슬슬 문제아의 영역으로 확 진입할 낌새가 농후한 다른 틴에이저, 청년들이 주변 인물 내지 공동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p140 같은 데서 은찬이가 공부 잘하는 비법 알려 달라고 조를 만큼, 노효주는 공부도 잘하는 아이입니다. 

예체능은 재능에 무관하게 부모의 경제력이 아이의 장래를 좌우한다는 게 한국 교육의 문제입니다. 책 p65에서 김민정이 말하듯,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충분한 교육(미술)을 못 받는다는 게 제3자가 보기에도 가슴이 아픕니다. 학교 근처의 학원을 보면 올해 우리 학원에서 어디어디를 보냈다는 실적을 현수막에 써서 걸어 놓습니다. 돈이 없어 학원에 못 가 현수막이 걸린 벽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벽에 빨려들어 타 시공간으로 워프된 민정이. 우리 주인공인 고 1 노효주도 같은 과정을 거쳐 민정과 만났습니다. 마치 H G 웰즈의 단편 <The wall>의 어떤 설정도 생각이 납니다. 

십여 년 전에는 수능에서 제2외국어 중 아랍어를 선택하면 이 과목이 응시자가 적기 때문에 표준 점수 환산 과정에서 대박 날 수 있다며 느닷없이 아랍어 바람이 불기도 했습니다. 제도에는 그만큼 모순과 맹점이 숨어 있기 마련인데, p83에서 "삼수 오빠"는 올해에도 기하 과목과 미적분 과목 중 뭘 선택할지를 놓고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수험생이 그저 실력만 갖고 승부해야 하는데, 이처럼 극심한 눈치 싸움마저 따로 벌여야 한다는 게 서글픈 현실의 단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0억년만에 이 지구별을 찾아온 우리들이기에 각자의 선택과 취향, 꿈을 존중해야 하고, 또 자신만의 이상을 소중하게 가꿔 나가야 하겠습니다. 삼수 오빠가 삼수 오빠인 건 이름이 그런 건 아니고, 자신의 처지를 잊지 않으려는 다짐(p42) 때문이라고 합니다. 

잘 맞추지도 못하면서 큐브를 항상 들고다니는(p19) 홍시윤은 이 작품에서 주인공 노효주와 그래도 가장 오래 알고는 지낸 사이입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전부 "벽"의 마법을 통해 안나 가이드의 지도 하에 알게 된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홍시윤은 p27에 나오듯 "공산당도 무서워한다는" 중학생인데, p45에서 삼수 오빠(삼수 형)한테 "꼭 공부를 잘해야 하나요? 예전에 어느 재벌 회장님은..."이라며 당차게 항변합니다. 

그런데 그건 예전 이야기이며, 요즘은 한 분야에서라도 확실한 지식이 있어야 성공이 가능합니다. 그 회장님도 심지어 공부 잘하는 동생분 도움을 받아 전략도 세우고 해외 기업가와의 소통도 더 원활하게 가져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괜히 당장 공부가 싫어서 자신마저 속이고 핑계대는 게 버릇이 되면 어느 분야에서도 성공 못 하고 변명이나 일삼는 불량배가 되기에나 딱 좋습니다. p114에서 은찬이는 또, 공부머리는 없지만 장사에는 자신 있다며 큰소리를 치는데 이런 애들치고 커서 장사라도 잘하는 인생을 본 적이 없습니다. p123에서 은찬이는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를 쓰고 읽다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는데 이 대목에서는 저도 마음이 아파지긴 했습니다. 

시윤도 큐브를 잘 들고 다니며 효주도 어렸을 때 수학을 좋아했으나(p57) 어느 순간 정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둘이 닮았습니다. 큐브도 아마 한때 열정을 가졌던 그 무엇에 대한 집착, 상징일 것입니다. 민정이도 민정이지만 시윤이도 알고보니 그림을 잘 그립니다(p94). 진짜 재능은 이처럼 갑자기 발견되곤 합니다. 노효주는 여기서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는데, 피카소도 만약 아빠가 강요한 길만 걸었다면 결코 그처럼 성공한 인생이 되지 못했겠다는 거죠. 

"괜찮아 축제(p146)" 우리 모두는 다 타고난 나만의 장점, 대체불가능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교육이, 학교가,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적성과 재주를 존중하고 육성하는 바른 풍조가 자리해야, 인재도 올바로 양성되고, 사회도 보다 평화롭고 풍요로운 누리로 발전할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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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한국 위인 2 : 근현대편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12
이건홍 지음, 박빛나 그림 / 유앤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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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한 시리즈의 한국위인 두번째 편입니다. 다들 아시듯 이 시리즈는 마리, 그리, 엄마, 아빠, 친구들, 선생님 등 고정된 등장인물들이 있고 이 책에도 마리와 그리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 책에는 시리즈의 다른 권들과는 달리, 등장인물 소개가 없습니다. 아마도 책의 주제가 한국사 위인 소개이니 만큼, 고정 캐릭터 부각으로 어린 독자들에게 공연한 혼란을 주지 않으려는 세심한 배려가 아닐까 추측합니다. 

통감부 간섭 기간이나 강점기 초기에는 미국과 영국의 일부 저널리스트, 정치인들이 지독하게 일본 편에 서서 한국에 불리한 선전, 정치 활동을 벌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더럼 스티븐스(Durham Stevens)도 그런 정치인 중 하나였는데 이미 고종 연간에도 우리 정부에 한 발을 들이고 친일 행각을 벌였습니다. ㅎㅎ 그림은 이 스티븐스를 너무 예쁘게 그리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뭐 박빛나 작가님의 일관된 스타일이 있으므로 그러려니 합니다. 사실 이 빵빵한 유니버스에서는 빌런, 마녀, 귀신, 범인 들도 모두 귀엽고 예쁘게 묘사되기는 했으며, 궁극적 악인은 잘 안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장인환, 전명운 두 의사(義士)가 사전에 의사(意思) 연락 없이(현재 다수설입니다) 이 자를 샌프란시스코 페리 부두에서 암살할 계획을 세웠으며 현장에서 전명운이 실패하자 장인환 의사가 기어이 성공시켰습니다. 미국 현지에서도 살인, 더군다나 모살(謀殺) 사건치고는 두 의사에게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으며 전 의사는 증거불충분(p63)으로 풀려나기도 했습니다. 책에서는 이 사건을 문제로 만들어, 어린 독자들에게 퀴즈로 묻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 스티븐스가 공항에서 죽은 줄로 잘못 알았는데, 책에는 샌프 페리 부두라고 정확한 정보가 나옵니다. 

고당 조만식 선생은 보통 한국의 간디라고 불립니다. 박빛나 작가님 특유의 작화 스타일이 딱 정해진 게 있는데도, p112의 조만식 선생 일러스트를 보면 실물과 참 닮았습니다. 이렇게 최소의 선과 터치만으로도 실물의 특징을 최대한 뽑아내는 게 작가의 능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적절하게도, 조만식 선생이 강점기 중기에 주도했던 물산장려운동을 두고, 책에서는 최초의 아나바다 운동이라고 규정합니다. 생각해 보니 과연 두 캠페인이 닮은 데가 많습니다. 어린 독자들에게 아주 쉽게 이해시키는 설명, 비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p116 이하의 월남 이상재 선생도 조선인의 사회의식, 민족의식을 일깨우려 애쓴 선각자인데 사실 월남이 고당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습니다. 책에서는 두 선각자를 연이어 배치하여 비(非)무장 독립운동가들의 행적이 어떻게 한국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는지 가르칩니다. 

여성 항일독립운동가 중에 박차정(p172) 선생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는(어른들이라도) 이들이 많습니다. 이분은 김원봉 의열단 총수의 아내였으며 근우회 동래지회를 이끌었습니다. 김원봉도 밀양 출생이라서 경상도 사람입니다. 광주학생운동 자체는 1929년에 있었으나, p174에 나오는 사건은 (책의 설명대로) 1929년 운동의 후속 움직임이었습니다. 1935년에는 난징에서 반일 운동을 이끌었고, 1939년 2월에는 조선의용대 소속으로 곤륜산 전투에 참여하여 부상을 입었다고 책에 나옵니다. 조선의용대는 김원봉이 이끌었고, 조선의용군이 따로 있었는데 이 단체는 나중에 북한 부주석을 역임한 김두봉이 이끌었습니다. 

p208에는 상해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이었던 백암 박은식 선생이 소개됩니다. 박은식 선생은 <한국통사(痛史)>의 저자이며, 월남 이상재 선생보다는 연하이지만 이승만 초대 대통령보다는 훨씬 연장자였습니다. 아무래도 대통령제는 개인의 독단 독선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선생은 이 제도를 개헌을 통해 국무령제제로 바꾸고 석주 이상룡 선생(백암과 비슷한 연배였습니다)을 국무령으로 민 후 서거했습니다. 이후 만호 홍진을 거쳐 백범 김구가 드디어 국무령에 취임하여 이후 내내 임정을 이끌게 됩니다. 

심훈, 이육사, 윤동주, 정지용 등 문학가들도 포함되었으며, 흥미롭게도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 등 현대 한국의 대통령들도 다뤄졌습니다. 어린이들이 읽기에 부담없는 만화 형식이며, 내용도 알기 쉽게 전달되어 어린 독자들에게 즐거운 독서가 될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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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 한달 완성 일본어 말하기 Lv.2 한권 한달 완성 일본어 말하기 2
최유리.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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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최유리쌤의 한권 한달 완성 일본어 말하기 레벨 2 교재입니다. 겉표지에 보면 勞力なくして、得るもの無し。라는 말이 나옵니다. 해석을 하면, "노력 없이는 얻어지는 게 없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조금 아래에 보면 不可能なこは何もない。이란 문장도 있는데, 해석해 보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가 됩니다. 공부할 때는 정말 이 정도 자세가 되어야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始めよければ終わりよし。라는 문장도 옆에 나옵니다. 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다는 뜻인데, 공부할 때는 시작을 확실히 잘 잡아야 좋은 끝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말에도 그런 표현이 있지만 일본어에도 "~할 것 같습니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p58에서는 동사원형에다가 みたいです를 붙이면, "~할 것 같습니다"라는 뜻이 된다고 가르칩니다. 우리말에도 동사 기본형이 있지만 문법적으로 아주 넓은 쓰임새는 없는데, 일본어는 이처럼 동사원형에 더 넓은 기능이 부여됩니다. 책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형뿐 아니라 미래형의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할"이라는 뜻을 갖고 명사를 수식할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 독자들은 이 부분 설명을 잘 새겨야 하겠습니다. 

최유리쌤은 챕터마다 독자에게 문형 연습을 시키기 위해 "연습하기" 코너를 마련하는데 확실히 어떤 문형을 입으로, 혹은 몸으로 익히기 위해서는 이처럼 서로 비슷비슷한 문장을 자꾸 되풀이하면서 연습을 해 봐야 합니다. "연습하기" 코너에는 반복 연습 후에 "1초 만에 해석해 보자"는 코너가 있는데 이 역시도 저자의 요청처럼 "1초 만에 해석"이 바로바로 되게끔 훈련이 되어야 합니다. 또 바로 아래에는 "1초 안에 일본어로 말해 보기" 코너도 있는데 역시 기본 문형이 앞에서 아주 반복적으로 훈련이 되어야만 이렇게 "1초 만에" 답이 탁탁 나오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도, 편집이 깔끔하고 챕터 당 학습 사항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학습자에게 많은 부담이 되지는 않습니다. 

일본어 학습자라면 아마도 대부분이 알 만한 문형으로 "~가 아니다"라는 뜻의 じゃない라는 표현을 알 것입니다. 이 사항을 이 책, 즉 Lv.2의 p126에서 배웁니다. 이게 반말 표현이며, 앞에서는 "(명사)가 아닙니다"는 표현인 じゃありません(즉 존댓말투)을 배웠다고 책에 나오는데, 이 표현 공부는 Lv.1에서 파트 2의 핵심 문형이었습니다. 잘 생각이 안 나는 분들은 Lv.1로 돌아가 다시 복습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명사의 부정뿐 아니라 형용사의 부정도 같이 배우는데 な형용사의 반말 부정 표현도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 배웁니다. 

18과에서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표현을 배웁니다. 동사ない형에다가, ほうがいいです를 덧붙여 이런 충고의 문형을 만드는데, 책에서는 사다, 마시다, 먹다, 가다 등을 대신 집어넣어 다양하게 문형을 변화시킵니다. 이의 부정형도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 배우는데, な형용사 뒤에는 じゃない를 붙이고, い형용사 뒤에는 い를 일단 탈락시킨 후 くない를 붙입니다. 뒤에 ほうがいいです를 붙이는 것은 같습니다. 예를 들어 "맵지 않은 편이 좋습니다"는 책에 나오는 예문대로 からほうがいいです가 되겠습니다. 

이 레벨2도 레벨3권처럼 매 5챕터마다 실력업그레이드 코너가 따로 있습니다. 예를 들어 p185를 보면 앞 파트16에서 20까지에 나왔던 대표 문형을 복습합니다. 역시 이 코너에서, 앞에서 배운 다양한 표현들을 따로 복습을 해 봐야 내가 어느 정도 탄탄한 실력이 다져졌는지 체크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코너는 여태 안 배웠거나 슬슬 까먹을 만한 동사들을 따로 배워서 문형 연습도 하고 새 단어도 배우게 합니다. 동사 활용을 시켜서 확실하게 문형도 익히고 새 단어도 공부하게 돕습니다. 

우리말처럼 일본어도, 단순히 과거 시제만 나타내는 게 아니라 어떤 경험을 표시하는 어형이 있습니다. 동사 た형의 경우 그 뒤에 こと를 연결시켜 "~한 적"이라는 뜻을 나타낸다고 교재 p214에 나옵니다. 재미있는 건 "동사 た형을 그대로 명사에 접속시키면 '~한'으로 명사를 꾸미게 할 수 있다"는 책의 설명입니다. 이게 우리말에는 없는 일본어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편집이 깔끔하고 핵심 패턴들을 여러 예문을 통해 간결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공부하고 나서도 내용이 머리에 오래 남는 것 같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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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평균선 투자법 - 차트 분석의 시작과 끝은 이동 평균선이다
고지로 강사 지음, 김정환 옮김 / 이레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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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법이란, 전문가에 따라 다양하게도 자신만의 기법이라며 내세우는 게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솜솜 뜯어 보면, 강조의 포인트만 다를 뿐 본질에 있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단, 이름난 셰프의 레시피도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성분과 재료를 쓴다는 게 아니라 배합 비율의 미묘한 차이로 승부를 거는 것이므로, 강조의 강약이 정말로 실전에서 효과를 낸다면 그 투자법이란 것의 우월함을 증명한다고 하겠습니다. 

이동평균선 투자법이라는 게 무엇일까요? 어떤 전문가라고 해도 차트를 아예 안 보고 투자를 하지는 않습니다. 차트를 본다면 호가창, 일봉, 주봉 등과 함께 이평선을 보게 되어 있습니다. 이평선도 20일선, 60일선 등 여러 가지가 차트에 보통 표시되죠. 세상에 이평선을 무시하고 진행하는 차트 분석도 있을까요? 나아가, 이평선을 고려 않고 펀더멘털 분석, 밸류에이션만으로 올바른 결정이 가능할까요? 이렇게 보자면, 세상에 "이동평균선 투자법이 아닌 투자법"이 존재하기는 할까요? 

저자 데즈카 고지 선생도 바로 이 점을 지적합니다. 차트에서 그 무엇보다, 이동평균선(들)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꿰뚫어봐야, 터무니없는 판단 착오를 피하거나, 주어진 여건 하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올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이동평균선 투자법은, 누구나 아는, 아니 안다고 착각하는 이동평균선의 개념을 정확히 분석하여, 가능한 한 차트로부터 가장 많은 정보를 뽑아내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자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어설프게 알았던 이평선의 진짜 함의와 구조를 탐구하자는 것이니,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기상천외한 비법이 아니라 투자의 정석과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아주 건실한 취지라고 하겠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해도, 또 어떤 레퍼런스 Db에 의존한다 해도, 다양한 보조지표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합니다. p32를 보면, 어떤 전문가들은 특정 보조지표를 대단히 선호하며, 이 보조지표가 특별한 시그널을 보낸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일본도 그런가 본데, 우리 나라도 특정 지표가 특정 (미래) 동향을 기막히게 짚는다며 마치 약장수처럼 화려한 언변으로 내세우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말하기를 "트레이딩 경험이 쌓일수록 기본 지표로 돌아가게 된다"고 합니다. 이 말에 저는 독자로서 무릎을 치며(?)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증권회사에서도, 이런저런 보조지표를 활성화하여 차트를 복잡하게 만드는 사람은 대부분 초보입니다. 베테랑들은 기본 차트만 보고서도 뽑아낼 수 있는 정보를 다 뽑아냅니다. 보조지표라는 건 어떤 결정을 내리고 나서 그 결정의 타당성을 검토할 때 상황의 가시성을 높이는, 말 그대로 보조지표에 불과하며 어떤 점쟁이의 수정 구슬 같은 게 전혀 아닙니다. 

중등교육과정에서 이동평균, 혹은 가중평균에 대해 공부한 적 있을까요? 가중평균(weighted average)이라면 이름이 가중평균이 아니었을 뿐, 그 내용에 대해서는 가르칩니다. 예를 들어 10점, 40점, 70점의 평균을 구하라면 세 숫자를 더해 3으로 나누면 됩니다. 그러나 만약 10점 맞은 학생이 2명, 40점이 7명, 70점이 1명이라면, 각각의 점수에다 그 명수를 곱한 후에 그 숫자들을 다 더해 10명으로 나누면 그게 이제는 바른 평균입니다. 이때 곱하기 2, 곱하기 7, 곱하기 1 등을 하는 게 가중치를 부여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가중평균이 별 게 아니라 이게 가중평균이며, 이동평균은 기간 별로 데이터를 잘라 어느 구간부터 어느 구간까지의 데이터로 평균을 내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이런 건 직접적으로는 초중등교육과정에서 배우지 않았겠으나, 책 p35 이하에서는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 내용 정도만 알아도 독자가 쉽게 이해하게, 저자가 기본에 충실한 설명을 해 주고 있습니다. 기초, 기초... 기초를 먼저 바르게 알아야 더 어려운 내용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저자의 태도가 믿음직스럽습니다. 

어떤 지표라 해도 우리가 그로부터 받아들여야 할 바른 신호가 있고, 오신호(誤信號. p47)가 있습니다. 이 정신호와 오신호를 바르게 구별해 내는 능력이야말로 투자자가 차트를 볼 때 가장 필요한 자질 중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왜 우리는 오신호로부터 자유로워지기 힘들까요? 저자는 그 이유를 p82에서 "이동평균선 대순환 분석이, 골든크로스와 데드크로스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짚습니다. 이동평균선의 직관적 정의와 그 함의에 대해서는 이 책의 챕터1, 대순환분석에 대해서는 챕터 2, 그 중에서도 스테이지 1~6의 구분에 대해서는 p72, 그리고 그래픽으로는 p80에서 가장 압축적으로, 쉽게 설명합니다. 사실 차트에 이미 익숙한 독자라면, 이 저자만의 독특한 terminology에 대해서도, 구태여 사전적 정의의 확인 필요 없이 직감적으로 뜻이 다가올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보다 탄탄하고 정확한 이해와 공부를 위해서, 책의 저 대목들을 복습하고 후반부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합니다. 

이익실현은 짧게짧게,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안전하게 실행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배짱을 좀 키워서 악착같이 먹고 난 후에야 빠져나올까요? 이는 사실 위험선호/중립/회피 이슈가 아니라, 어디가 적정선인지 신호만 정확하게 포착을 하면 해결되는 문제라는 게 저자의 취지입니다. p80을 보면 저자는 대책없이 횡재를 노리다 결국 높은 층고에 물리고 마는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오히려 좀스럽게 성급한 이익실현에만 버릇이 들어 결국 수익은 (정상기대수준보다) 낮고 손실은 (손절은 또 과감하게 단행 못하는 탓에) 만성적인 저수익 구조에서 못 벗어나는 병폐를 지적합니다. 먹을 건 다 먹고 나오라는 소리입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기술적 분석은 본래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게 아니라(많은 이들이 이 점을 오해합니다), 현재의 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함이라는 점, 저자는 누누이 독자들에게 상기합니다. 현재의 시황을 파악한다는 건 무엇인가? 사려는 쪽과 팔려는 쪽, 어느 편의 힘이 강한지를 이해하는 게 핵심이라는 거죠. p109 등에 나오는 가속 상승, 가속 하락 등도 매수 포지션, 매도 포지션 중 어느 쪽이 먼저 "던져 버리려는" 낌새인지를 기민하게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며, 차트가 뿜어내는 그 수많은 시그널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해석하는지에 이 판단이 달려 있습니다. 그 신호 해석의 가장 기둥뿌리가 되는 건 바로 이동평균선입니다. 

제5장은 MACD에 대한 설명인데 고급자라면 이 부분만 읽어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른 보조지표와 달리 MACD는 이동평균(moving average)선을 직접 소재 삼아 가공된 지표이므로 이 책 주제와 그대로 통하는 토픽입니다. CD는 convergence, divergence의 약자로, 이평선의 주된 변화가 어느 쪽인지를 판별합니다. 한국 mts, 예를 들면 영o문이라든가 삼성 것에서도 SMA, EMA 등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데, 책에서는 p148 같은 곳에서 EMA를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사실 이 설명대로라면 EMA와 WMA가 잘 구별되지 않지만, 어차피 시간상수 t(원래는 로그를 취해 계산되는)가 테일러 급수에 의해 근삿값으로도 통하므로 책의 설명도 결과적으로 타당해집니다. 실시간 차트를 보며 이게 일시적 반락(p58)인지 장기 하락 시그널인지 언제나 헷갈리던 분들은 이 책을 공부하고 어느 정도는 나침반을 마련한 기분이 들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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