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도 인공지능이다
김명락 지음 / 미문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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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라는 분야는 요즘 적용되지 않는 곳이 없는 듯합니다. 의료, 법률, 경영, 교통, 레저... 그런데 저자는 스포츠 여러 영역에 특히 인공지능이 중요한 구실을 하리라고 이 책에서 전망합니다. 그럼 저자는 전문 체육인이거나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분일까 추측할 수 있는데 책날개에 소개된 약력을 보면 스포츠와는 적어도 거리가 꽤 멀어 보입니다. 모 대학 학부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한 분인데 이 저자분 연배라면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만큼 (소위) 입결이 높았던 때이기도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이 분야에 종사하려면 면도날 같은 두뇌가 필수일 듯해서 학력과 약력을 눈여겨 보게 됩니다. 또 이 저자분 또래 세대가 유독 스포츠에 (야구를 비롯해서) 열광하던 이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수한 두뇌와 집단 열정의 교차점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에 대해서도 주목하게 되더군요. 


<스토브리그> 같은 드라마만 봐도 요즘은 프로 선수들이 "부상 방지"에 늘이는 노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연투에 연투(뿐 아니라 완투까지)를 거듭해 4승을 챙기고 팀에 우승을 안기는 최동원 레전드 같은 말도안되는 혹사는 요즘 세상에 상상도 못합니다. 1991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뛴 재일교포 출신 김성길 피처는 그해 포스트시즌에서 너무 혹사당한 끝에 선수생명이 단축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어떠어떠한 패턴으로 훈련해 온, 혹은 실전에 투입된 선수가 어느 시점에서 어떤 부상을 당할 수도 있을지 예측(p27)을 하는 시대입니다. 이를 통해 선수(의 건강과 능력치)를 최대한 보호하고, 혹은 연봉 협상에 중요한 참고 자료를 쓰는 등의 용도를 생각할 수 있겠죠. 물론 전자가 최우선이지만. 


또 야구의 경우 통계가 정말 다각도로 활용되는데 요즘은 각 팀의 전력 분석원들(p27)이 타자의 타구 방향을 분석하여 수비 위치를 이동시키는 전술 수립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인공 지능이 적용된다면 정말 놀라운 결과가 나올 만합니다. 미국에서는 경기 진행 스피드 촉진 등의 이유로 시프트를 금지할 것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들리는데 여튼 어떤 종목보다 야구는 인공지능 등 통계의 체계적인 활용이 기대되는 종목입니다. 


책날개에는 스스로를 "부족한 운동신경과 형편 없는 체력"으로 소개하지만 p45을 보면 학사장교 출신임이 나옵니다. 한국 남성 평균 체력과 신체 능력을 넉넉히 상회하지 않으면 장교 생활을 감당할 수 없죠. 아무튼 청년 시절부터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고 틈날 때마다 야구 시합에 몸소 참여하고 싶어했던 저자는 자신처럼 "바쁜 직장 생활 중에도 취미삼아 운동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전문가에 레슨보다 더 큰 도움이 되고 더 저렴한 비용으로 유지할 수 있게 돕는 게 바로 AI라고 말합니다. 


마음으로는 하고 싶어도 막상 해 보면 전혀 적성이 발견 안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련이 남거나 할 때 인공지능은 당사자에게 여러 테스트를 시켜 보고 그에게 가장 맞는(혹은, 가장 맞지 않는) 종목을 정해 줄 수 있습니다(p60). 야구로 만약 정해지면 그에게 가장 잘 맞는 포지션이 무엇인지도 인공지능이 추천해 주는데 팀에서 그냥 목소리 큰 순서대로 위치를 정하거나 주먹구구로 선택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무엇보다, 여기서도 부상의 위험을 최소로 줄이는 게 가능합니다. 


사회인 스포츠를 우습게 볼 수 있으나 직장에서 생각보다 낮은 만족, 직위 등으로 인해 자존감이 크게 낮아진 이들에게는 자신의 적성에 가장 잘 맞는 종목을 골라 부상 위험 없이 체계적으로 운동에 몰두함으로써 일종의 힐링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회인뿐 아니라 젊은 혈기를 주체못해 맨날 사고나 치던 틴에이저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운동을 골라 한우물을 파게 되면 이는 한 인생에 대한 멋진 구제 방법이 됩니다. 엘리트 스포츠건 생활체육이건 가리지 않고, 인공지능은 모두에게 예상치 못한 큰 규모의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셈입니다. 


요즘은 야구에서 이른바 클래식 스탯 외에 WAR, WPA 등 다양한 통계 지표를 활용해서 선수의 능력을 평가하며, 케이블 스포츠 채널에서도 OO톱OO 등 여러 단일지표를 개발해 내어서 투수와 야수를 통합하여 순위를 매기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와 관련하여 EOPS라는 지표를 소개하는데(p84) 이는 주로 야수로서의 능력치를 계산하는 방식 같습니다. 아무래도 사회인 야구는 수비수의 실책이 잦고 포수는 도루하는 주자를 거의 잡아내지 못합니다. 책에는 또 스낫 상황에서 포수가 포구 미숙이나 1루 송구 능력 부족으로 타자를 출루시키는 일이 잦은데 이럴 경우를 상정해서 E-출루율이 사회인 야수 능력치를 재는 데 보다 적합(p85)하다고 합니다. 또 감독으로서의 능력도 객관적으로 체크할 수 있어서 뜻밖의 탄핵(?)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제 경영의 영역으로 옮아가면, p110에 그 구체적인 적용례가 나옵니다. 특정 선수에 주목하여 어떤 기업이 장단기 스폰서십을 체결하고자 하는 일은 매우 흔합니다. 삼성그룹도 1990년대에 테니스의 전미라, 골프의 박세리 등 유망주를 조기 발굴하여 장기 후원을 시도한 적 있습니다. 책에서는 NBA 스테픈 커리의 예를 들며 이 선수가 아직 어린 나이였을 때 장기적으로 얼마나 큰 선수로 성장할지 인공지능 예측을 시도할 수 있다는 에피소드를 전달합니다. 또 이건 독자로서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선수로서의 퍼포먼스뿐 아니라 장래 대스타가 되었을 때 그의 이미지 방향성과 기업 자체의 지향점, 비전이 서로 얼마나 잘 맞을지에 대한 예측도 인공지능이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또 선수가 광고에 출연했을 때 가장 잘 맞을 분야를 미리 예측하여 괜한 실패 광고에 출연해 선수 이미지를 괜히 소진하지 않게 방지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자는 p185에서 "과거 3차 산업혁명 당시에는 공간과 역량 부족으로, 예컨대 100개의 데이터가 있으면 이 중 10개의 정보(인포메이션)와 90개의 비(非) 정보 데이터로 나누는 게 고작이었다고 합니다. 지금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서는 이 100개를 모두 데이터 상태로 고스란히 보존할 수 있습니다. 이 잘 보존된 데이터는 한 방향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기준을 통해 제련될 수 있고 이것이 바로 지난시대의 IT가 아닌, 보다 진화된 DT, 즉 데이터 테크놀로지로서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합니다. IT와 DT의 차이, 잘 알아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런 격변하는 시대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일단 컴퓨터 언어 몇 개를 잘 배워 두어 코딩 능력을 향상시킬 필요(p197)가 있습니다. 또 클라우드 기술에 익숙해져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접근하고 가공하는 쪽으로 항상 관심을 유지하며 또 업무에도 활용해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은 그저 컴퓨터공학의 한 분야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신경과학, 경제학, 심리학, 언어학 등이 두루 만나는(p205) 학제적 영역인 만큼, 정말 큰 야심이 있다면 다방면에 두루 관심을 두고 천착할 필요도 있습니다. 


한국은 알고보면 올림픽 종합 순위 10위권 안에 꾸준히 드는 편이며 국내 프로 스포츠 시장의 규모도 매우 큽니다. 그런 만큼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이 스포츠 시장에서 새로운 입지를 마련할, 이른바 창업의 여지가 생각보다는 넓은 편이라고 저자는 귀띔합니다. 스포츠와 동시에 첨단 발전 학문 분야에 두루 주의가 쏠리는 젊은이라면 꿈을 크게 가지고 도전할 만한 비전이 있다고나 할까요. 진정한 적성은 생각지도 않은 계기에 뜻밖의 방향으로 발견되기도 하니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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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에듀윌 공인중개사 2차 기초서 - 부제공인중개사법령 및 중개실무, 부동산공법, 부동산공시법, 부동산세법 대비 2022 에듀윌 공인중개사 기초서
임선정 외 지음 / 에듀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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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2차 과목은 공인중개사법령및중개실무, 부동산공법, 부동산공시법, 부동산세법 등 모두 네 개 과목입니다. 에듀윌에서는 동차 합격이나 기타 학습 계획상의 능률 등 목적으로 이 4개 2차 과목 중 하나인 부동산공법을 1차 학개론, 민법 과목과 함께 묶어서 공부할 것을 권하기도 합니다. 여튼 이들 과목은 암기할 내용이 무척 많습니다. 


보통 암기 과목들은 이해 위주의 과목과 달리 시험에 임박하여 집중적으로 drilling하면 된다고도 하지만 그런 식으로 해서는 머리에 잘 들어오지도 않을 뿐더러 요즘의 출제경향에 따른 문제 풀이에 불리하기까지 합니다. 1차든 2차든 기초가 되는 원리를 나 자신에게 납득시켜 가며 차근차근 공부하는 게 언제나 올바른 길이며, 그런 뜻에서 기본서를 보기 전 먼저 이 기초서를 공부하여 나 자신에게 정직한 학습을 시도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이 책도 에듀윌 공인중개사1차 기초서(ISBN 9791136012616 https://blog.aladin.co.kr/773561189/13106895 )와 마찬가지로 책 맨 앞에 학습 플래너가 따로 있어서 분책하여 활용하게 배려합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교재에서 마련한 모든 순서, 편제, 패턴대로 공부를 해 나가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 이런 방법들이 이미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검증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1차 기초서도 그렇지만 이 책도 폰트가 큰 편입니다. 그래서 초심자에게는 아무래도 정신적 부담이 덜하고중요사항부터만 눈에 쏙쏙 잘 들어오는 편집이죠. 이 기초서뿐 아니라 에듀윌 교재는 타 출판사 책들보다 더 많은 색을 써서 수험생한테 편안하게 다가오는 게 장점입니다. p34에서 중개사무소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다른 많은 교재들이 그저 텍스트로만 설명한 걸 이 책은 구태여 계통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도해로 더 깔끔하게 정리합니다. 어차피 암기에 큰 부담이 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이렇게 초보 수험생을 배려하는 책과 함께라면 머리에 내용이 더 잘 정리되는 게 분명하죠. 


1차 기초서와는 달리 이 책은 방주를 사이드로 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p33 같은 데를 보면 용어정리가 박스로만 구별되었을 뿐 본문 안에 그대로 포함된 식입니다. 아마도 2차 기초서가 너무 두꺼운 볼륨이 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의도 같습니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1차 과목 기초서와 같은 편제가 통일성 면에서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좀 드는 게 사실이네요. 하지만 그런 희생이 있어서인지 옆면 인덱스가 1차 기초서에는 없었던 게 들어가서 그만큼 뭘 찾아보기에 편한 점도 있습니다. 두 가지 장점을 두 책이 모두 공유, 구현할 수는 없었을까요.


p112 같은 곳을 보면 본문에 형광표시가 된 단어 "분묘기지권"이 나옵니다. 이것뿐 아니라 p29의 "등록기준" 같은 것도 표시가 되었는데 이 단어(용어)들은 책 맨뒤에 단어카드에 자세한 설명이 나오는 것들입니다. 이 단어카드는 가위로 오려서 휴대하고 다니며 수시로 익히게끔 만들어졌습니다. 확실히 초심자에게는 이런 배려가 너무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용어 정리"에 나오는 애스터리스크(*) 표시와, 저런 형광표시(!) 된 단어는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제가 추측하기로는 공인중개사 과목들의 필수 핵심 개념들은 후자로 분류하고, 전자는 핵심 개념(출제사항급)은 아니지만 본문 이해를 위해 알아 둬야 하는 내용 정도라는 차이가 있을 듯합니다. 


p125에는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이 역시 도해로 정리됩니다. 말로 하면 엄청 번거롭고 길 것을 이렇게 그래픽으로 보니 한 번에 정리되는 게 너무 좋습니다. 합격을 한 후라고 해도 실무 경력이 쌓이기 전까지는 이런 책들을 수시로 참조해야 하는데 그런 용도로도 유익합니다. 적어도 저 개인적으로는 공인중개사협회 설립 절차 같은 게 머리에 잘 안 들어오던데, p59를 보면 참 에듀윌 교재가 이런 점에서 압도적 장점을 가진다고 생각되네요. 


p73에는 공인중개사법령 관련 벌칙을 받는 여러 경우들이 정리됩니다. 최근 경향은 이들 조항 중 몇을 골라 양벌규정이 적용되는지 아닌지를 묻거나 벌칙 부과가 틀린 것을 고르게 합니다. 확실히 이런 부분은 교재가 어떤 편집을 하느냐에 따라 수험생 머리에 남고 안 남고 정도가 천지차이인 것 같습니다. p94에도 벌칙이 정리되었는데 그냥 조문 순서대로 죽 나열한 건 정말 눈에 안 들어옵니다. 이 교재는 벌칙별로 먼저 제목을 뽑고 그 벌칙에 각각 어떤 구성요건이 해당되는지 역으로 배치했기 때문에 이미 암기한 사람도 리뷰 체크할 때 편한데다, 누구든지 애초에 이렇게 외우는 게 훨씬 능률적입니다. 


pp. 144~145에는 권리금 보호 규정이 두 페이지에 걸쳐 표로 정리되었습니다. 이런 것도 법령 본문을 보고 줄글로 외우려면 무척 힘듭니다. 표로 깔끔하게 정리되니 무엇이 해당이 되고 안 되는지 한눈에 들어와서 정말 편합니다. 권리금 보호 규정 같은 건 비교적 최근에 개혁 입법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어서 우리 수험생들이 더욱 주의해서 공부할 필요가 있으니 말입니다. 


부동산공법의 각종 내용은 일단 우리 시민들이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없는 경우를 상정하여 규율하는 법이므로 암기나 이해나 무척 어렵습니다. 또 암기할 내용이 많기까지 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기초서를 읽으면서 그야말로 핵심 사항을 먼저 확실히 머리에 넣어 둔 후, 서서히 단계를 높여야 그나마 나을 듯합니다. 또 교제와 연계된 동영상 강의를 찾아서 가능하면 같은 맥락으로 가르치는 강사분의 지도를 받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주거지역, 상업지역.. 하는 "용도지역" 개념(p192)은 그나마 일상에서 들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아주 어렵지는 않은데 경관지구, 보호지구 같은 "용도지구" 개념이 공부할 때마다 뭔가 새롭고 어렵습니다. 일단 반복해서 꾸준히 익히는 것 말고는 딱히 답이 없으며, 특히 "용도구역" 개념과 칼 같이 구별하여 둘이 막 왔다갔다 헷갈리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저 뒤 p293의 "건축물의 시설군"과 함께 잘 유기적으로 정리해야 하겠네요. 


p208에는 개발행위의 허가대상이 어떤 게 있는지 나옵니다. 이런 데서 책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데, 워낙 이것 관련 규정들이 여기저기에 산재된 편이라서 "한눈에 보기"로 누가 정리를 해 줘야 하는데 책에서 마침 그러고 있습니다.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듯한 이런 센스가 너무 좋네요. 


부동산공법에서 가장 어려운 파트가 또 건축법입니다. 건축법 파트 앞에만 이런 건 아니지만 이 책은 예를 들면 p278 같은 곳에서 "체계 잡기" 같은 코너를 따로 마련하여 정말 그 핵심 뼈대만 요약하여 대체 이 단원이 뭘 설명한 곳인지 생초보들이 대강의 얼개라도 파악하게끔 배려합니다. 


p306에는 다시 그림을 통해 지표면, 층수(산입) 등의 건축법 개념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 줍니다. 이 정도 그림은 다른 교재들에서도 대개는 제공합니다만 이 에듀윌 기초서의 특징이라고 하면 건축법 파트에선 정말로 생기초만 수험생들에게 확실히 가르치고 넘어간다는 점? 저는 개인적으로 그리 느꼈습니다. 기초서를 보는 독자는 처음부터 너무 큰 부담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기초서 자체의 목적에 충실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기초서인데도 p323 같은 곳을 보면 환매계약 취소, 체비지의 우선 매각 같은 게 명쾌하고 쉽게 설명됩니다. 아무래도 이런 건 미리부터 머리에 이해 위주로 정리되어야 하기 때문이겠죠? 또 우선매각, 임대의 경우 어떤 두 가지 목적이 있는지도 미리부터 박스로 정리해 주네요. 


부동산공시법은 크게 등기 제도 설명, 지적 제도 설명으로 나뉩니다. 토지의 목(目)이 전(밭), 답(논), 과수원, 목장용지 등으로 나뉘는 건 대장을 직접 떼어본 분이 아니라고 해도 일상에서 하도 자주 듣기 때문에 알고들 있습니다. p359부터 무려 네 페이지에 걸쳐 표로 정리되었는데 이 역시 우리 수험생의 머리 일부가 될 만큼 확실히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이런 건 사실 수험 공부를 떠나서 사회 생활 하는 데 직접 도움도 되고 어디 가서 사기 안 당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교재는 기초서인데도 챕터 뒤에 문서 양식 같은 게 예시로 나옵니다. p397에도 등기부와 관련 증명서들이 예로 나오는데 이건 공부 심화 내용 같은 게 아니라 실제로 이런 양식을 보고 익혀야 오히려 본문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기 때문이죠. p417의 등기필정보 및 등기완료통지 실제례도 도움이 됩니다. p431의 저당권 말소등기 기록례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법 역시 공부를 처음 하는 사람한테는 완전 헬입니다. p445의 만화 같은 컨텐트가 비록 짧긴 해도 매매 과정에서 무슨무슨 세금이 관련되는지 잘 보여 주기 때문에 꽤 유익하더군요. p450에는 과세 체계가 도시화되었는데 많은 초심자들은 뭐가 국세이고 뭐가 지방세인지조차 아직 모릅니다. 이런 깔끔한 그래픽을 통해 한시바삐 개념화하여 이후 훨씬 복잡한 내용들을 정리하는 기초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p474를 보면 사실상 변경일, 대장상 변경일, 사용개시일, 등기일 등이 실무에서 거의 다 구별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과세표준일은 이런 네 가지 날짜가 모두 다르다는 걸 전제로 삼고 법에서 규정되므로 이런 거래의 실질을 모르면 법조문이 이해가 될 리가 없습니다. p475에 보면 법이 그 기준을 "사실상 취득가액"으로 삼는 여러 경우가 나오는데 정말 이런 건 따로 정리해 주는 교재가 고맙죠. p522의 가액별 세율 정리표도 한눈에 잘 들어옵니다. 


아무리 강의가 좋아도 교재가 줄글 위주면 머리에 잘 안 들어오더라는 게 개인적 경험입니다. 기초서라서 확실히 비주얼 편집이 깔끔하고 친절한데요. 앞으로는 기초서뿐 아니라 기본서, 심지어 예상문제집 들도 초등학교 전과처럼 컬러풀하고 정성들인 이런 방향으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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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에듀윌 공인중개사 1차 기초서 - 부동산학개론, 민법 및 민사특별법 대비 2022 에듀윌 공인중개사 기초서
이영방.심정욱 지음 / 에듀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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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수험생이 대략 50만 정도인데 공인중개사 시험은 40만 넘는 이들이 응시하니 제2의 수능, 혹은 국민자격증 시험이라고도 불립니다. 물론 수능은 같은 연도에 태어난 이들 위주이고 중개사시험은 다양한 세대에서 참여하니 단순 비교할 건 아니지만 여튼 한국인들에게 무척 인기 있는 시험이고 (경쟁이 매우 치열하나) 여전히 유망한 자격증입니다. 그런데 법학, 경제학, 경영학 등을 학부 시절 전공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무척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시험이고, 그래서 종래의 수험서들이 커버 안 해 주는 "쌩기초"를 다져 주는 책이 사실 따로 있어야 합니다. 개념도 안 잡힌 수험생들에게 그 많은 암기를 하라고 하면 당연히 무리가 생깁니다.


이 책은 에듀윌에서 낸 교재 답게 편집이 깔끔합니다. 다음으로는 초보 수험생에게 너무 부담 되는 내용은 생략하고, 정말로 기초 개념만 잡아 주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초심자가 노베(No-base) 상태에서 시작하기가 매우 좋습니다. 기초서일수록 편집이 깔끔해야 수험생들에게 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는데 이 교재는 그 점에서도 안성맞춤입니다. 



초보자들을 위한 책 답게 이 책은 맨앞에 월별 계획표가 있습니다. 플래너라고 이름이 붙었는데 분책이 가능하므로 잘 떼어내서 플래너처럼 쓸 수 있겠습니다. 올해 10월 30일에 시험이 치러졌으므로 내년 그맘때까지 12개월 정도 남은 셈입니다. 캘린더에 날짜별로 일정을 채워 넣으면서 수험 스케줄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고, 이렇게 계획을 꼼꼼히 짜야 수험생으로서 긴장감도 유지하고 반드시 합격한다는 각오도 더 다질 수 있습니다. 


기초서는 일단 기본서보다 볼륨이 얇습니다. 그런데 어떤 기초서를 보면 기본서하고 다루는 항목들은 큰 차이가 없고 설명만 간략간략하게 줄여 놓았습니다. 그러면 초보 수험생 입장에서는 자신감이 붙고 기초 실력이 다져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거리감만 생깁니다. 기초서는 첫째 지엽말단을 최대한 줄이고 수험생의 이해를 돕는 설명이 자세하거나, 자세하진 않더라도 친절했으면 좋겠습니다. 


p28 같은 곳을 보면 나지, 건부지, 법지, 빈지(濱地) 등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특히 저는 이 부분이 좋았는데, 법지니 빈지니 하는 건 초보자로서 너무도 낯선 개념이죠. 이걸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초심자로서는 책이 정말 고마운 태도입니다. 폰트도 크기 때문에 뭘 말하고자 하는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뿐만 아니라 에듀윌 교재는 방주(傍註) 편집이 수험생 입장에서 참 좋습니다. 설명이 하나하나 자세하면 좋지만 이렇게 되면 말을 따라가느라 머리가 아플 수 있는데 중요도가 부차적인 개념은 옆에 따로 여백을 마련하여 개념 설명(<용어 정리> 코너)을 해 줍니다. 시각적으로도 덜 피곤하게, 핵심 개념을 잘 설명해 주어서 좋았습니다. 


p36을 보면 OX 체크 문제가 나옵니다. 한 단원을 마치면 내가 과연 이 단원의 설명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스스로 점검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런 코너에서 OX로 속도감 있게 점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학개론(줄여서 "학개론")에서는 경제학 관련 개념이 많이 나옵니다. 경제학을 처음 공부하는 수험생은 수요 공급 곡선부터 해서 모든 게 다 낯섭니다. 이럴 때 수험생의 멘탈이 깨지지 않게 이 기초서는 정말로 기초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줍니다. 수학에서는 독립변수를 가로축에, 종속변수를 세로축에 놓지만 수학에서 많은 도구를 직접 빌리는 경제학은 유독 이 도구를 처음 경제학에 도입한 학자들의 습관 때문에 "전통적으로" 가격(독립변수)를 세로축에, 수량(종속변수)을 가로축에 표시합니다. 이 기초서에는 그런 사정마저도 친절하게 다 설명(p41)해 줍니다. 


입지 및 공간구조론은 경제학이 아니라 인문지리학에서 비롯한 이론입니다. 이 역시 원 이론부터가 상당히 어려운 내용이므로 수험생들이 많이 어려워하는 파트죠. p66 이하에 보면 혹 기초서 없이 기본서만 갖고 공부한 이들에게 큰 안도감을 줄 만큼, 내용이 정말 쉽게 설명됩니다. "진작 좀 이렇게 풀어 줄 것이지..." 같은 한탄이 절로 나옵니다. p75의 공업입지론도 제가 보기엔 어떤 교재보다도 쉽게 설명되어 있으며, 이 부분 설명이 매우 충실하기 때문에 기본서나 다른 책으로 보충할 필요도 적습니다. 원래 이해가 한 번에 잘 되면 군말이 별로 필요 없는 법입니다. 


부동산도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라면 포트폴리오 이론(p94)이 나오지 않을 수 없죠. 여기서부터는 다시 경제학 이론입니다. 경제학(경영학)에서도 화폐금융론(재무관리)이 학부 3학년 정도에 배우는 가장 어려운 과목에 속하는데 중개사 학개론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내용에 속합니다. 이 부분 역시 첫째도 둘째도 쉬운 설명으로 기초 개념 잡는 게 최우선입니다.  


요즘은 신문 기사를 읽어도 "직주접근" 같은 말이 예사로 나옵니다. (원칙적으로) 부동산학개론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개념을 모르면 뉴스 이해도 힘든 세상인 겁니다. p117 이하에는 이 개념부터 해서 이용개발관리론상의 여러 개념에 대한 뜻이 설명되며, 기초 수험생들은 이 기초서에서 적어도 본문에서 설명된 개념은 하나도 빠짐없이 익혀야 하겠습니다. 사이드의 <용어 정리>에 나오는 것들은 나중에 기본서에서 다시 익히더라도 말입니다. 사실 직주접근도, "직-주 접근"이 맞으며 이 책 표기처럼 가운뎃점 등으로 분리 표기하는 게 표준입니다.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에 이런 작은 데서도 차별화가 되는 거죠.


공인중개사 시험 학개론에 자주 나오는 사항 중 하나가 감가상각 파트입니다. 앞으로는 문제 난이도도 높아지고 상대평가로 전환되는데, 그저 대표유형 하나만 외워서는 인접 개념을 슬쩍 바꿔서 출제했을 때 바로 함정에 넘어갈 우려가 있습니다. p153에서는 감가수정과 감가상각 개념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표를 통해 정확히 짚습니다. 


p203에서는 무효와 취소에 대해 자세히 구별합니다. 무효나 취소나 일단 그런 의사 표시를 하면 소급해서 효력이 없어지는 건 같습니다. 그러나 무효는 절대적 무효가 원칙이므로 누구라도 주장할 수 있고, 취소는 법에 정해진 취소권자만이 이런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취소는 전환제도가 없는데 이 부분을 수험생이 미처 모르고 넘어가는 수가 있습니다. 이런 내용은 오히려 기초서에서 짚어 줘야, 나중에 기본서에서 보고 "어? 왜 없던 게 생겼지?"라며 당황하지 않게 돕습니다. 민법 138조에 해당 내용 규정이 있죠. 


각종 물권의 효과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딸딸 외우는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전세권에도 그 소멸효과에 대해민법 317조 같은 경우는 부동산 인도, 말소등기 관련 서류 교부와 함께 전세금 반환이 동시이행 관계라고 법이 정합니다. 동시이행은 채권각론에서 나오는 것 아냐? 뭐 이러면 안 됩니다. 기초서이면서도 이런 세부사항까지 꼼꼼히 짚으면서 물권법의 기초를 다져 주네요. 


최근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에 대한 문제가 자주 출제됩니다. p308에는 이런 우선변제권을 승계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 무엇무엇인지 잘 정리해 놓았네요. 또 바로 뒤 p309에는 이것 관련 판례도 소개합니다. 판례는 어느 정도 기초가 다져진 후에 공부해도 무방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판례는 그 자체가 개념입니다. 기초서에서 이 정도는 미리 익혀 놓는 게 오히려 유익합니다. 


1차 과목이 이해 위주로 짚어야 할 게 많으므로 특히 학개론과 민법은 기초서가 꼭 필요합니다. 편집이 깔끔하고 내용이 부담 안 되면서도 필수 항목으로만 잘 채운 기초서라서 노베 초심자에게 큰 도움이 될 듯하네요.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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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국경제 대전망
이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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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은 한국 경제가 대 기로에 놓이는 시점이라고 관측됩니다. 과연 코로나19가 할퀸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며, 부동산 가격 대폭등이 몰고온 혼란을 어떻게 수습하겠으며,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발톱을 드러내며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 호시탐탐인 현실이 더욱 엄중하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차분한 마음으로 분석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대응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특히 연말에 진중히 성찰할 일이겠습니다. 


프롤로그에서 대표 저자 두 분은 GVC, 즉 글로벌 가치 사슬의 전면 재편에 따라 한국이 어떤 전략을 구축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비교적 뚜렷한 어조로 제안합니다. 근 20년 넘게 한국은 교역과 경제성장의 절대적 부분을 중국에 의존해 왔습니다. 그런 추세가 이제는 세계사적으로 전환점을 맞았다는 거죠. 


우리는 아직도 중국과 미국 중 과연 어느 경제권(그 분화가 필연적이라고 봤을 때)에 속해야할지 그 태도를 국론으로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작은 나라로서 더 기민하게 눈치를 봐야 할 한국이 아직도 우왕좌왕인 반면, 중국은 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 당시 태도를 이미 정한 듯도 합니다. 한한령은 사실상 5년째 발효 중이라고 봐야 하며, 연예인들의 중국 내 활동, 컨텐츠의 중국 방영, 상연, 공연이라든가 중국인 관광객의 대거 입국은 이뤄질 가망이 아직 없으며 아마 앞으로도 쭉 이렇게 가지 않을까도 예상됩니다. 저자들은 "안미경중"에서 이제 "안미경미"로 가야 한다고 거의 노골적으로 주창합니다. 


만약 이런 현실 진단이 옳다면, "진퇴양난"이라는 수동적이고 비관적인 언사로 현실을 보기보다는 오히려 전화위복이라는 적극적 마인드셋으로 새로운 기회를 엿봐야 하겠습니다. 중국이 당분간 우리한테 의존할 부분도 있을 테고, 미국은 이제 중국이 떨어져 나간 가치사슬에서 새로운 공급자를 찾아야 할 텐데 그 셰어를 동남아에 뺏기지 말고 우리가 가져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도 안 속겠으나) 한국의 전략성 모호성 같은 것도 그대로 최대한 유지해 보든지 하고 말입니다. 


트럼프는 4년 전 취임 직후부터 소위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며 보호무역 기조로 돌아섰습니다. 이에 대해 시진핑은 "자유 무역"을 옹호하며 광범위한 동조 전선을 형성하려 애 썼고 한국의 문 대통령도 여기 보조를 맞춘 적 있습니다. 수천 년 동안 전통적으로 쇄국정책을 펴 온 중국이 오히려 개방을 내세운 건 아이러니이기도 하며, 다만 이것에 대해 미국과 유럽이 중국을 "비(非)시장 경제(p29)"로 규정하며 체제의 변혁을 촉구하고 국경세를 부과하는 등 반격에 나서는 중이죠. 바이든이 취임한 후에도 중국에 대한 강경한 스탠스는 전혀 변하지 않은 듯 보입니다. 


필자진 중 한 분인 신원규 교수는 "당분간 중국을 대상으로 한 직접투자는 제3국수출보다 중국시장만을 대상으로 해야 하며, 한국정부가 한미동맹을 강조하면 할수록 한국기업의 윈셋은 커질 수 있다(p29)"고 합니다. "윈셋"은 퍼트넘의 양면게임 이론에서 나온 용어이며 국내 이해 당사자들의 허용 한도를 가리킵니다. 이것이 크면 국제 협상력이 대체로는 약화됩니다(국내에서 반대자가 많아야 협상 테이블에서 더 터프하게, 이건 못 들어드린다고 나갈 수 있다는 뜻). 여기서는 오히려 정부가 한미동맹을 강조해야 국내 기업 운신의 폭이 넓어지며 중국이 (미국의 보복을 예상하여) 세게 못 나온다는 문맥으로 읽힙니다. GVC는 이른바 쌍전환(친환경과 디지털)을 맞이하여 급격히 재편되는 경향이 또 두드러지므로 딱히 대기업을 규제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제언합니다. 


지원금을 풀면 당장은 지갑이 넉넉해져서 좋으나 거시경제의 생산이 그에 맞게 뒷받침되지 못하면 인플레의 압력에 직면합니다. 불과 몇 년 전 현대통화이론 진영에서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맞아 급속도로 부가가치가 느는 요즘 인플레 걱정 없이 무한대로 돈을 찍어도 된다고 주장했으나 벌써 미국은 바이든 취임 직후 대중에 지급한 지원금 때문에 이런저런 곤욕을 치르는 중입니다. 안정적 성장이 기대된다면 통화 증가분의 압력을 흡수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하다면 지난 1970년대와 같이 미국은 혹독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습니다. 김형우 교수는 다만 "현재의 인플레 국면이 비용인상인지 수요견인인지는 확실치 않으며 제롬 파월은 확장기조를 완전히 거두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청해야 하겠으나 독자도 신중히 판단해야 하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최소한 양적 기준에서, 혹은 구매력 기준으로 언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인지를 궁금해합니다. 십 년이나 십오 년 전이면 지금쯤 벌써 중국이 앞서고도 남는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는데 현재는 중국의 장래를 불투명하게 보는 전망이 더 우세해졌죠. 이근 최병권 두 분은 중국이 코로나 이후 미국을 다시 맹추격하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그 근거는 전면적 GVC 재편이란 불가능하고 디커플링도 제한적인 범위에 머물 뿐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또 필자들은 한국이 미국을 추격하는 정도도 시계열 분석하는데 여전히 70% 벽을 넘지 못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는 시점은 2030년대 중반이겠다는 게 결론입니다. 


류덕현 교수는 한국에서 정부와 공공부문이 마땅히 수행했어야 할 부분은 여태 민간이 수행한 탓에 "정부부채는 낮으나 가계부채가 높은 경제(호주와 비슷한)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태 한국인들은 "각자도생의 삶을 살아왔다(p105)"고도 합니다. 교육, 의료, 주거복지 등에 정부는 과감히 지출을 늘려야 행여 발생할 수 있는 가계 파산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최근 제기된 특정 정치 진영의 주장과도 궤를 같이하기에 주목되기도 합니다. 


반면 장종회 매경비즈 대표의 경우 "중과세로는 집값을 못 잡는다"며 차라리 양도세를 일시 완화하여 매물압박을 완화하는 편이 낫다고도 하는데 현 정부의 기조라는 게 있어서 그렇게 전환하는 일도 쉽지 않을 듯합니다. 철도 인프라는 현재 계속 확충되는 추세이며 이렇게 되면 지방의 거주 여건이 상향되기에 장기적으로는 집값 안정화에 당연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대구 지역 같은 곳에서도 집값 폭락은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장 대표의 전망(p137)이긴 하나 역시 독자가 신중하게 판단할 사항이겠습니다. 


"융합의 꽃은 데이터다(p166)" 김준연 박사의 명쾌하면서도 심오한 진단입니다. 어찌보면 결제와 자유로운 송금은 기술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을 듯해 보이는데도 그게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핀테크는 지금 이 시각에도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사실 한국은 1990년대 포스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기에 일본과 같은 심각한 장기 불황에 빠지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필자는 대기업의 이른바 빅블러 전략을 강조하며 기존의 선형적 성장 전략은 포기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요즘 잘나가는 알서포트의 신동형 팀장은 메타버스의 유래와 전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합니다. p192에는 매타버스 2.0에 대해 단순화한 표가 나오며 이로써 기존의 VR, AR 등이 어느 수렴점, 혹은 지향점을 향해 가는 중인지 문외한인 독자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 가지 방향성 중 특히 "디지털 트윈은 비용 절감과 안전의 공간"이란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p201 이하에는 김윤지 박사의 K-컨텐츠 전망이 펼쳐지는데 독자로서 제가 판단하기론 아직 <오징어 게임> 열풍이 반영 안 될 무렵에 집필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미 이런 현상을 다 내다본 듯 "글로벌 OTT가 한국에 구애하는 양상"을 벌써부터 논합니다. 여튼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이만큼이나 성장한 건 놀라운 일이며 정부는 문화 영역에 놓여진 각종 규제와 장벽을 대승적으로 더욱 가속하여 걷어내는 노력을 경주할 때입니다. 


과연 한국의 자동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요. 중국 시장에서는 십 년 넘게 고전중이며 아직도 회복의 기미가 안 보입니다. 오철 교수는 오히려 "아직도 규모의 경제가 유효하다"고 하니 독자가 귀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기차 역시도 기존의 법칙에 따라 규모의 경제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전기차 수소차도 완성차 업체가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있으나 다만 자율주행의 경우 데이터가 중요하므로 이 부분에 한해서 누가 우위에 설지 불투명할 뿐이라고 합니다. 주식 투자자들이 특히 유념해야겠네요. 


제4부에서는 국민소득에 대해서도 분석이 이뤄집니다. 각 정치진영에서 내세운 주장이 어떤 장단점을 갖는지 살펴 보면 유익하겠습니다. 이어 신장섭 교수가 쓴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논의가 재미있습니다. 장기 투자을 유도하는 규준이 무엇일지 면밀히 살피고 기존에 유효했던 추격 모델을 잘 발전시켜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김기찬 교수는 "대전환기에는 업그레이드가 아닌 신사업이 승부 포인트"라고 단언합니다. 분사, 통합, 인수합병이 특히 코로나 이후 큰 변혁을 맞은 대중의 생활 패턴을 반영하여 폭발적으로 일어난다고 합니다. 코로나 19라는 팬데믹 현상이 이처럼 큰 후과를 몰고옴을 우리는 직시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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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의 기적 대치동 셈수학 - 우리 아이 연산 실력 키우는 수학 놀이
이형미 지음 / 라온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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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합니다. 초등수학부터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학부형들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국어, 심지어 영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부모님이 집에서 가르쳐 줄 수 있는데, 수학은 어른들부터 헷갈리기 시작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일단 빠르고 정확한 계산 방법이나 정확히 가르쳐 주면 좋겠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3학년인데 연산부터 다시 해야 하나요?(p22)" 참 난감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시켰는데 여전히 연산이 불안하고, 이게 만약 기본부터 잘못 가르친 결과라면 초1, 아니면 그 이하 과정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 두 다리에서 맥이 빠집니다. 그런데 저자는 아이한테 "수학을 지긋지긋하게 만든 교육 방법"이 잘못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연산을 좋아하면 애써 뭘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스스로 합니다. 그런데 싫어하는 애들은 왜 그렇게 되었는가? 억지로 시키는 연산 공부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p24 이하에서는 너무 이른 나이에 연산을 억지로 시켜서라고 더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특히 수학은 엄마표 공부의 특징이 배어 있기에, 엄마의 모든 정서가 그대로 드러나는 학습이다." 이럴 것 같으면 애초에 수학에 대한 확실한 관념이 없을 때 엄마는 아예 아이의 연산 학습에 손을 대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처럼 말입니다. "실제로 수학 공부를 덜 시킨 아이들이 훨씬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나는 봤다(p25)." "아주 작은 힌트만 주어서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하게 해야 한다(p26)." 일반 학부형들이 정말 깊게 생각을 해야 할 부분입니다. 


"동화책을 읽어 주면서 수(數) 샤워(shower)를 시켜라.(p29)" 이것도 일반인들은 미처 생각을 못 하는 이치이며, 더 솔직히 말하면 평범한 부모들의 상식을 크게 벗어나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게 전문가의 진단이며, 또 이미 많은 경험과 사례를 통해 증명이 이뤄진 바인데 어쩌겠습니까. 일반인의 검증 안 된 상식(?)보다, 이런 전문가의 지도와 조언에 따르는 편이 훨씬 낫겠지요. 저자는 또 이런 설명을 합니다. "말(언어) 샤워는 하면서 수(數) 샤워는 안 시킨다" 과연 그런 것 같습니다. 샤워라는 게 자꾸 노출을 시키면서 아이한테 익숙하게 만들면서 그 패턴을 무의식 중에 익히게 하는 겁니다. 


"블록은 공부가 아니라서 좋아요." 사실 공부가 맞지만 그걸 공부라고 눈치 못 채게 하는 거죠. 모든 공부가 이런 식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이가 자신이 지금 공부를 하는 줄도 모른 채 공부를 시키게 하는 것. 특히 수학은 이 책에서 블록을 통해 시키라는 건데 과연 블록셈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시키는 건지는 p37 이하에 자세히 나옵니다. 


덧셈은 1단부터 9단이 다 있습니다. 이게... 1단은 2, 3, 4를 만드는 과정이며, 2단은 작은 동수 더하기라고 하는데 1+1=2, 2+2=4 등 같은 수를 두 번 더하는 거고요. 3단은 5를 대장수로 하여 5+1=6, 5+2+7 등을 익힌다고 하네요. 이게 말로 하면 어려운데, p109 이하(여기서부터 본문 제1장이 시작됩니다)에 나오는, 블록의 그림 설명과 함께 보면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 싶습니다. 책 맨뒤 속지에 블록 평면도가 인쇄되었기 때문에 그걸 가위로 잘라서 입체 블록으로 만들어 보면 됩니다. 책날개에는 group52.co.kr 에서도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나오지만 제가 현재(21.11.17) 접속해 본 결과 서비스가 안 되고 있습니다. 교구 블록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구글에서 "대치동 셈수학"을 검색하고 동영상 결과를 보면 (인터넷 서점 책광고 영상 말고도) 제법 긴 시범 영상이 한두 개 나오니 그걸 참조하시면 될 듯하네요.

 

p146에 나오는, 블록으로 덧셈 4단 만드는 방법을 보겠습니다. 5가 대장수이기 때문에 5블록은 12개를 준비하고, 1블록부터 4블록은 2개씩을 준비합니다. 6블록은 앞 p140에 나왔는데 5블록에다 1블록짜리 하나를 끼워 만들어 놓았습니다. 블록 5개가 붙었으면 그게 5블록이고, 1개짜리면 1블록이고, 5블록에다 2블록을 붙이면 그게 7블록입니다. 이렇게 여러 불록을 이어붙여 새로운 블록을 만들고 그걸 통해 숫자의 개념과 더하기를 익히는 식입니다. 


6+6=12는 6블록 두 개를 이어붙여 만듭니다. 이렇게 해서 아이들은 "색깔별로 구분이 되는 블록 이어붙이기, 끼우기를 통해" 덧셈 개념을 익히고 나중에는 이미지로도 연산을 할 수 있습니다(p147). p182에는 덧셈 9단 중 3+6=9, 6+3=9 등을 익힙니다. 고1쯤 되면 사칙연산 외에 더 추상적인 연산 개념에 대해 배우는데, 이때 배우는 내용 중 하나가 덧셈에서는 교환 법칙이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이 개념을 더 어린 나이에, 이처럼 셈 블록 갖고 놀기를 통해 익힐 수도 있겠습니다. 


이 단계까지 잘 되면 책 2부의 3장부터 나오는 뺄셈도 잘 할 수 있습니다. 덧셈이 블록을 이어붙이고 끼우는 과정이라면 뺄셈은 블록을 분리하는 과정입니다. 그냥 손으로 기계적인 연산을 하기보다, 블록을 이리 붙이고 분리도 하면서 셈의 본질이 무엇인지 동작과 함께 이미지로 완전히 머리 속에 배게 하는 게 훨씬 능률적이겠습니다. 중국에서 유래한 칠교(七巧) 놀이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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