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여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헤세의 여행>을 펼치기 전에 생각나는 책이 있다. 괴테는 1786년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가 베니스, 로마, 나폴리, 시칠리아 등을 여행하면서 많은 편지을 쓰게 되는데, 그 편지를 토대로 해서 쓴 책이 < 이탈리아 기행/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이다. 이 책에서는 자신이 가는 곳마다 접하게 되는 풍물들과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 담겨져 있다. 괴테의 작품들을 읽을 때와는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은 소설이 아닌 여행기를 통해서 괴테의 생각을 직접 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18세기 유럽에서는 명문가 자제들이 그랜드 투어라는 이름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이기도 했기에 여행이란 그들에게 새로운 문물을 접하는 경험의 장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괴테를 비롯한 많은 문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 밖으로 나가서 풍부한 체험을 했으며, 그것이 그들의 작품 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

<데미안><수레바퀴 아래서>는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의 필독서이기에 많이 읽힌 책들이고, 이 책들을 통해서 많은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이 책을 쓴 '헤르만 헤세'는 초기에는 낭만적인 시도 많이 썼지만 그의 소설은 인간 내면의 변화를 주제로 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은 후에 갖게 되는 생각들은 삶에 대한 성찰이 아닐까 본다.

'헤르만 헤세'는 아마도 그런 성찰를 여행을 통해서 얻지 않았을까? 그는 자신에게 방랑벽이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여행을 다녔다. 누구에게나 여행을 떠날  때에는 여행의 목적이나 의미가 있기 마련인데, '헤세'에게 있어서의 진정한 여행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 <헤세의 여행>속에 담겨 있다.

" '자연' 가까이에서 자연의 힘과 위안을 맛보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장소로 여행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널리 만연한 오류이다. 뜨거운 거리를 피해 달아난 도시인에게 바닷가나 산 속의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가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그것으로 만족해한다. 그는 더 신선한 기분을 느끼고 더 심호흡을 하며, 잠을 더 잘 잔다. 그리고 '자연'을 이제 제대로 즐기고 내부에 흡수했다고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귀향한다. 그런데 그는 그 자연으로부터 가장 피상적인 것, 가장 비본질적인 것만 받아들이고 이해했으며, 가장 좋은 것은 발견하지 못하고 길가에 놓아두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런 자는 보고 찾아내며 여행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한다. " (p.p. 42~43)

'헤세'에게 있어서의 여행은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의 체험, 분위기 그리고 여행을 통한 자아의 길찾기이다.

" 여행은 언제나 체험을 의미해야 한다. "

" 정신적 관계를 가질 수 있는 환경에서 뭔가 가치있는 쳇험을 할 수 있는 것 "

" 깊은 의미에서 하나의 체험이 되려면 확고하고 특정한 내용과 의미를 지녀야 한다. " (p.13)

" 우리 여행 충동의 진정한 의미인 체험은 자신의 광채를 결코 완전히 잃지 않으리라. 내가 10 년이나 20 년이 지나 지금과는 다른 견해나 체험, 다른 삶의 감정으로 세상을 여행한다면 그것은 결국 지금과 같은 의미에서 일어날 것이다. 나라와 민족의 온갖 차이나 매력적인 대립성을 넘어서 모든 인간성의 통일적인 의미는 내게 점점 더 많이 또 점점 더 분명히 다가올 것이다. " (p.p. 134~135)

'헤세'는 1901년(24살), 1911년, 1913년에 이탈리아를 여행, 1904년에는 보덴 호를 산책, 1911년에는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지의 아시아 여행, 1919~1924년에는 테신지역 소풍, 1920년에는 남쪽 지역으로의 방랑, 1927년에는 뉘른베르크 등지로 낭송여행을 갔다.

이와같이 '헤세'는 24세에서 50세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서 여행과 소풍을 하게 되는데, 그에 대한 에세이와 여행기록의 짧은 글들을 모아서 엮은 책이 <헤세의 여행>이다.

    

'헤세'의 여행기 중에서 이탈리아를 비롯한 독일 등 유럽의 여행 보다 더 관심이 가는 아시아 여행에 관한 글들이다. 특히 그는 <싯다르타>를 쓰기도 했기에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많으리라 추측했는데, 그는 인도, 인도차이나, 싱가포르, 수마트라 섬 남동쪽에 있는 수상가옥 도시인 팔렘방, 스리랑카 중부도시인 캔디에 이르기까지 여행가가 아니면 좀처럼 찾지 않는 구석구석까지도 여행을 한다. 서양인의 시각에서는 동양이 제공하는 많은 것들이 눈요깃거리가 될 수도 있을텐데, 과연 그는 아시아 여행 중에는 동양인 가계를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그곳의 다채로운 상품들에 관심을 보낸다. 인도 보석상, 중국인 가게, 일본인 가게, 자바인과 타밀인 가게들의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때론 미심쩍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남기기도 한다.

이렇게 만나게 되는 아시아는 '헤세'에게는 그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체험이기에 먼훗날 이때를 기억하게 된다면 아름다운 청춘의 한자락으로 기억되리라.

이 책에서는 마지막 부분에 속하는 뉘른베르그 등지의 낭송여행에서는 낭송회에 대한 심적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여러 도시를 돌면서 자신의 글을 낭독하는 일이 한 시간 정도의 시간임에도 낭송이 끝난 후에는 탈진해 쓰러질 정도로 지치기도 했다고 이야기한다. 요즘 작가들의 독자와의 만남과 같은 행사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헤세의 여행>에는 이렇게 헤세의 여행과 소풍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작품으로는 만날 수 없은 '헤세'의 민낯, 속마음을 들여다 보는 듯하다. '헤세'에게 여행은 체험이기도 하지만 내면의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사유와 성찰의 시간이었으리라.

이 책의 글들은 '헤세'의 감성적이면서도 아름답고 섬세한 문체로 쓰여졌기에 읽는내내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 더군다나 여행 중에 찍은 '헤세'의 사진들을 보는 재미도 한 몫을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