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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70, 80년대 청년 문학의 아이콘으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 최인호. 그 시절에 청춘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한 자락을 남겨준 작가가 최인호라고 생각된다.

1972년 조선일보 신문 연재소설 <별들의 고향>은 책으로 출간된자 한국문학 사상 최초로 100만 부를 돌파하면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그리고 이장호 감독에 의해서 영화화 되었는데 그 역시 흥행에 성공하게 된다. 그이후 <별들의 고향> 속편, 3편, <고래사냥>, <영자의 전성시대>, <깊고 푸른 방>, <겨울 여자>등은 그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들인데 모두 흥행에 성공한다.

그래서 최인호를 문단에서는 문학작품을 상업화하였다고 하여 비난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암울했던 70, 80년대에 그런 소설과 영화가 없었다면 청춘들의 탈출구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최인호는 초기에는  대중성을 가진 소설로 독자들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나는 그런 작가의 소설들 보다는 그의 역사소설을 좋아한다. 최인호의 소설을 보면 <별들의 고향>, <겨울 나그네>와 같은 로맨스 소설과 < 깊고 푸른 밤>, <적도의 꽃>과 같은 도시적 성향이 짙은 소설들이 있는 반면에 <잃어버린 왕국>, <왕도의 비밀> 등과 같은 역사소설이 있다.

나는 최인호의 대하소설 몇 편을 빼놓고는 모든 작품을 읽었는데, 그중에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작품이 <잃어버린 왕국>, <왕도의 비밀>이다.

<잃어버리 왕국>은 백제의 이야기를, <왕도의 비밀>은 광개토왕에서 장수왕에 이르는 시대의 이야기이다. 특히 이런 역사소설에는 광개토왕비, 칠지도, 토기 등에 얽힌 비밀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로 독자들의 관심을 끈다.  

그리고 장보고의 이야기를 다룬 <해신>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밖에  <산중일기>는 가톨릭 신자인 작가가 스님들과의 교류로 얻게 된 불교의 가르침을 마음 속에 담고 살아가면서 깨닫게 된 이야기를 선문답 형식으로 엮은 에세이이고, , <최인호의 인연>, <최인호의 인생>은 그의 삶과 문학 이야기가 어우러진 에세이이다.

이런 에세이를 읽다 보면 젊은 시절 최인호에게 붙어 다니던 까칠한 (?) 성격은 도저히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만큼 연륜이 쌓인다는 것이 부드러워진다는 것을, 인생을 알아 간다는 것임을 느끼게 해 준다.

최인호의 유고집인 <눈물>을 접하니, 그의 마지막 글들이라는 생각에 그의 젊은 날에 쓴 작품들에서 투병중에 쓴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에 이르기까지 머리속을 스쳐간다.

<눈물>의 첫 부분에 그의 눈물 자국이 새겨진 탁상의 사진이 실려 있다. 묵주기도를 드릴 때마다 흘린 눈물자국이 그가 떠난 탁상 위에 그대로 남아 있다.

어느날인가는 두 방울의 눈물을 알코올 솜으로 지워 보지만 아이 발자국처럼, 탐스러운 포도송이처럼 다시 흔적이 살아난다.

무슨 기도를 그리도 간절히 드렸기에 눈물 자국이 흘러 내렸을까....

"오늘 자세히 탁상을 들여다보니 최근에 흘린 두 방울의 눈물 자국이 마치 애기 발자국처럼 나란히 찍혀 있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가장자리가 별처럼 빛이 난다는 겁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알코올 솜을 가져다 눈물 자국을 닦았습니다. 눈물로 탁상의 옻칠을 지울만큼 저의 기도가 절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탐스러운 포도송이 모양으로 흘러내린 탁상 겉면의 눈물자국도 제게는 너무나 과분했기 때문입니다. " (p. 13)

이 책에는 헤밍웨이의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 괴테의 <파우스트>, 워즈워드의 <무지개>, 모파상의 <목걸이>, 로이드 웨버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 마스 캐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 '성가족 교회' 등의 문학작품, 예술작품, 건축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들은 작가의 신앙고백과 함께 어우러져서 한 편의 글들로 씌여졌다.

암 투병의 고통 속에서 작가를 끝까지 견딜 수 있게 해 준것은 신앙의 힘이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는 2008년 여름 암 선고를 받고 수술을 하고, 완치되었다가 다시 암이 재발되고 죽음의 순간에 이르기까지를 '고통의 축제'라고 말한다. 어찌 그 고통이 축제가 될 수 있겠느냐만은  그는 신앙의 힘으로 하루 하루를 즐길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은 듯 하다. 

이 책은 작가의 신앙고백이자 투병일기라고 할 수 있기에 천주교 신자가 아닐 경우에는 책을 읽는 것이 다소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꼭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서 삶과 죽음. 그리고 작가의 문학 이야기를 듣는다는 의미로 접하는 것이 읽기가 다소 편할 것이다.

" 위로와 기쁨과 고통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그래서 성인들이 고통이야말로 주님의 사랑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매순간을 주님과 일치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고통과 은총의 삶인 것입니다. " (p. 84)

최인호의 마지막 가는 길에 그의 지인, 그를 존경하던 이들의 편지가 도착해 있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작가의 면면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그가 우리곁을 떠난 후 책더미 속에서 발견된 그의 마지막 글들.

내가 이 책을 읽은 날은 설연휴 중이었는데, 첫 장을 넘기는 그 순간 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단숨에 읽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이 책을 내려 놓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독자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감동을 주었던 최인호 작가님.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쉬세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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