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단어는 무엇입니까?" 3가지를 적어 주세요.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나는 어떤 단어를 쓰게 될까? 머리를 스쳐가는 수많은 단어 중에서 3가지를 꼽기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질문도 아니다.
마치 어느핸가 여행지의 수도원 근처 샘물이 나오는 곳에서 '이곳에 소원을 적은 리본을 달면 소원이 이루어진대요'라는 글을 읽고 어떤
소원을 적어서 달아 놓을까 망설이던 때 처럼.
그러나 나는 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3가지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단어'들을 읽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보기로 한다.
<인생의 목적어>은 저자가 위의 질문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다. 설문에 답한 사람은 2,820명.
그리고 설문조사에서 나온 단어들의 순위를 매겨 50개의 인생의 목적어를 골라냈다. 그중에 1위~44위는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이고 나머지 6단어는 저자가 고른 단어들이다.
1위 : 가족, 2위 : 사랑, 3위 : 나, 4위 : 엄마, 5위
:꿈, 6위 : 행복, 7위 : 친구, 8위 : 사람
얼추 우리들이 마음 속으로 생각했던 단어의 범주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는 인생의 목적어이다.
저자는 이런 50개의 인생의 목적어를 순위에 관계없이 6 개의 chapter 로 나누어서 풀어나간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의 글들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게 되지만 참신하다는 생각이 드는 글들을 마주치게 된다. 그건 저자가 카피라이터이기
때문에 생각의 발상에 특이함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들에서 느낄 수 없었던 역발상, 기발한 발상은 why 에서 나온다고 하겠다. 그는 why란 watch, her,
yes 라 풀이한다. 생각의 시작, 관찰의 시작, 발견의 시작에서 비롯되기에 일반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관찰하고',
' 다르게 발견해 보자'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카피라이터는 'why'에 익숙한 사람이 아닐까.
책 속으로 들어가 보면,
4위 : 엄마 - 세상에서 가장 큰 우산을 들고 있는
여자.
엄마를 네 글자로 표현하면,
미안해요.
열두 글자로 표현하면,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했어요. (책 속에서)
어찌 이리도 내 맘을 잘 표현했을까. 바로 내 마음이다.
30위 : 책 - 나무로 돌아가라고 하지 마세요.
나무였습니다.
외로워서 책이 되었습니다.
당신을 만나고 싶어 책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외롭습니다.
당신은 나를 모른 척합니다.
그냥 숲을 남아 있을걸 그랬습니다. (책 속의 글 중에서)
39위 : 오늘 - 쓰지 않아도 저절로 줄어드는 것
오늘이 지나면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은?
오늘입니다.
6위 : 행복 - 크게 나쁘지 않아, 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를 찾는 행복과 불행은
둘 중 하나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불행한 행복
약간은 행복한 불행 (책 속의 글 중에서)
1위 : 가족 - 자세히 보면 한 사람
사랑한다는 말도 좋지만
이해한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책
속의 글 중에서)
23위 : 아버지 - 끝까지 아빠라고 부르고 싶었던
사람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라고
세상 모든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듣지 못하게 혼자말로.
(책 속의 글 중에서)
그렇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들 앞에서 자신의 힘듦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혼잣말로 할지언정. 그런 아버지들을 우리는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순위밖 : 자식 - 한두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그
무엇
어렵습니다.
어렵습니다.
어렵습니다. (책 속의 글 중에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글은 자식에 대한 글이다. 순위 밖에 있는 단어를 50개 인생의 목적어에 넣은 것은 그만큼 자식에 대한
생각을 되짚어 볼 기회를 갖자는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저자는 자식을 조금 덜 소중히 생각하기를 바란다. 그건 자식을 덜 사랑하자는 뜻이다.
'사랑한다면 덜 사랑하자'는 의미이다.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내 자식과 남의 자식에게 향하는 잣대는 다르다. 그래서 부모의 주관은 다른
잣대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것이 자식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부모는 자식을 평생 보호할 수 있을까?
그 답은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식을 '사랑한다면 덜 사랑하자'는 생각을 이 책 속에 담아 놓았다.
이 책에는 책을 읽는 동안에 잠시 휴식을 취하라고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떠다니는 그림을 담아 놓기도 했다.
이처럼 이 책은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을 전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러나 어떤 문장들을 읽노라면 말장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엉뚱한 글을 접하게 되기도 한다.
물론, 언어의 유희로 받아들이고, 카피라이터의 재치있는 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 실린 50개의 단어들은 항상 우리의 머리속에서 맴도는 단어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단어들을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단어'로
적었으리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각으로 이 단어들을 생각해 보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이 책은 독자들에게 심심풀이 땅콩 정도로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수도 있고, 단어에 대한 폭넓은 생각을 가지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는 기발한 발상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 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 누군가, 이 책 어땠어?'라고 묻는다면, 시시콜콜 지적하지 말고 "그냥 괜찮아"라고 말하라도 했는데,
이렇게 이 책에 대한 글을 쓰다보니 시시콜콜 이런 저런 글을 남기게 되었다.
아마도 이 책은 독자에 따라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