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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지 않았다면 작가이자 번역가인 이윤기의 탁월한 글쓰기를 알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서양문화의 근간이 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서양인들에게는 낯익은 이야기이지만, 그당시까지만 해도 우리들에게는 좀 낯설게 느껴지는 신화였다.

우리의 전설이나 신화에 나오는 신과는 달리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신들은 신적인 존재이지만 인간과 마찬가지로 희노애락의 감정을 가지고 있을 뿐만아니라 복수와 배신 등을 거침없이 하는 신들이다.

제우스 신을 비롯한 신들을 부르는 명칭도 그리스어와 로마어가 다르고, 신화의 버전도 여럿이기에 신화를 제대로 알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이윤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기존의 서양의 시각에서 벗어나 우리의 정서에 맞게, 그리고 신화가 우리의 생활 속에서는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가에 이르기까지 재미있게 5권의 책으로 구성하여 펴냈다. 1권부터 5권까지는 몇 년간에 걸쳐서 출간되었는데, 한 권 한 권 사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이 출간되면서 이윤기의 이름 앞에는 작가, 번역가와 함께 신화학자(신화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다.

그렇게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를 재미있게 읽던 중에 우연히 TV에서 조영남이 인터뷰어가 되어 이윤기를 인터뷰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두 사람 중의 누군가의 집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었는데, 이를 통해서 이윤기의 작품과 그가 번역한 작품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그리고 도서관에서 이윤기의 책들을 대출 받아 읽기 시작하다가  그후에는 한 권씩 사서 읽었다.   

그렇기에  이윤기는 내 독서의 한 부분을 형성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가  2010년에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니 그의 글을 좋았했던 많은 독자들에게는 큰 슬픔으로 다가왔으리라.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는 이윤기의 글을 잊지 못하는 독자들에게는 그의 글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이미 생전에 다른 책에 실었던 글들 중에서 글쓰기와 번역, 신화쓰기, 우리말, 언어 등에 관한 39편의 에세이로 엮어졌다.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하는가일텐데, 그 첫문장에 대한 생각부터 글쓰기를 마치는 순간까지의 그의 경험적 글쓰기는 아주 짧은 글을 쓰는 경우에도 그의 글쓰기에서 배울 점들이 많다.

특히 그는 창작활동도 했지만, 약 200 편이 넘는 책을 번역한 우리나라 최고의 번역가이다. 그는 번역의 중요성과 정확한 번역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 번역가에게 있어서 가장 힘든 것이 번역후에 자신이 번역한 책에 대해서 오독과 오역이 있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장미의 이름>을 읽은 독자라면 그 소설이 단순한 소설이 아닌 중세학과 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한 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장미의 이름>은 그가 번역한 역서 중에 그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준 책이기도 하지만 가장 비참하게 만들어 준 책이라고 술회한다. 그건 이 책을 읽은 독자 중에 철학을 전공한 학자가 오독과 오역을 지적하게 되는데, 그것을 받아 들여서 다시 재번역 작업을 한 이야기는 번역가의 고충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화해석에 이의를 단 사람이 있었는데, 그 경우에는 이 책은 <그리스 로마신화>의 번역서가 아닌 그의 창작서이기에 그 의견을 받아 들일 수 없음을 분명하게 말한다.

신화란 다른 전승에 의해서 책을 쓸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다른 의견을 가질 수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윤기의 딸은 전범(전범)으로 스승 삼아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말을 한다. 그가 추천해 준 책은 '미셸 투르니에'의 <짧은 글 긴 침묵>과 <예찬>이다. 이 책 역시 나에게도 의미있는 책인데, 언젠가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보았다. 소설가 '신경숙'이 추천하는 책이 <짧은 글 긴 침묵>이었다.

'미셸 투르니에'의 산문집이라고 해서 선뜻 구입했는데, 그렇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몇 페이지를 읽다가 책장에 꽂아 두었는데, 몇 년이 지난 후에 다시 읽어보니 과연 누군가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라고 할 수 있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번역한 김화영의 산문을 읽어 보았다면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윤기는 '미셸 투르니에'와 그의 책을 번역한 '김화영'을 선생님, 그가 존경하는 선생님임을 밝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전의 중요성 그리고 우리말을 제대로 표현하고 발음하는 것의 중요성도 새삼 깨닫게 된다.

여러 개의 언어를 읽고 말하고, 우리말로 쓰고 옮길 수 있었던 언어적 재능을 가졌던 이윤기, 그는 우리 문학에 큰 업적을 남겼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윤기의 글에 매료되어 그의 작품들을 열심히 읽었던 날들이 떠오른다. 지금도 책장의 한 부분은 이윤기의 책들로 채워져 있다. 그 책들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데 지금은 그 책들이 어떤 내용이었는가도 가물거린다. 어떤 문장들로 채워졌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윤기의 글들이 참 좋았었다는 그 생각만을 또렷하게 지워지지 않고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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