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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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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은 책읽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책이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다양한 책을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책이야기이기도 하고, 책제목이 말하듯이 책을 읽는 시간과 공간 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 자신이 책을 읽고, 책을 쓰는 일을 하면서 책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책읽기에 대한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자기 자신의 책읽기의 의미, 가치, 즐거움 등을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1960년대에서 1980년대에 걸쳐서 서울에서 가장 컸던 종로서적센터에 대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은 아마도 많을 것이다. 종로 2가에 위치한 이 서점은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다. 나도 친구들과의 약속을 이곳에서 한 적이 많다. 약속시간이 되기 이전에 미리 도착해서 각 층을 돌면서 새로 나온 책을 펼쳐 보기도 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책을 읽어보고는 구입하기도 했던 그곳은 이미 그곳에 존재하지는 않는 곳이다. 그런데도 마음 속에는 언제까지나 추억이 깃든 곳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종로 서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인터넷 서점이 없던 시절의 책과의 인연을 이곳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간단하게 한 마디로 말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책에 관한 내 생각이 그리 단순하지가 않기 때문이리라. 그냥 책이 좋다. 읽을 책들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그 책들을 한 권, 한 권 읽어 나가는 것이 즐겁다.

인생의 시기와 단계에 따라서 인생 체험이 다르니 독서 체험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책 속에서 그 내용을 옮겨 보면,

" 청춘의 독서가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한 불타는 독서라면, 중년의 독서는 내면적 성숙을 위한 고요한 독서가 될 것이다. " (p. 84)

" 읽고 싶은 책이 많은 사람들은 정년이후의 삶을 겁내기는 커녕 오히려 기대한다. 모든 세속의 의무로부터 해방된 상태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읽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정년 후의 인생이야말로 깊이 느끼고 깨닫는 원숙한 사색의 시기가 될 수 있다. " (p. 88)

그렇다. 어찌 청춘의 독서와 노년의 독서가 같을 수가 있겠는가? 자신의 인생 단계에 따라서 책읽기의 의미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인생은 여러 개의 장들로 구성된 한 권의 책과 같아서 책의 한 장이 끝나면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서 감동적인 이야기를 가슴에 남겨주듯이 우리의 인생도 단계마다 거쳐야 할 독서가 있다.

책읽는 장소에 대한 내용 중에 묘지에서의 책읽기가 나온다.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다르게 서양인들에게 묘지는 자신이 살고 있는 근처에 있는 공원과 같은 느낌을 주는 공간이기에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묘지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 묘지는 죽은 자들의 안식처이지만 때로 산 자들이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 (p. 189)

( 사진출처: 내 사진첩에서 - 뉴욕 트리니티 교회내의 묘지에서 책을 읽는 사람 )

우리들은 지하철의 짐짝이나 먼지가 아닌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책읽기는 우리 인간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과 공간을 좀 더 길고 넓게 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내용은 책의 첫 부분에 담겨 있는 '독자 권리 장전'이 아닐까 생각된다. 간추려 보자면 '책은 언제라도, 어디서라도, 또 아무 책이나, 중간중간 건너 뛰며,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 보다 더 흥미로운 내용은 '책을 읽을 권리'가 있기도 하지만, '책을 읽지 않을 권리'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가 만들어 낸 17개의 조항이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조항이 첨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읽기에 대한 모든 것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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