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선 사람들 - 서럽고 눈물 나는 우리 시대 가장 작은 사람들의 삶의 기록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5
제정임.단비뉴스취재팀 지음 / 오월의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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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치를 때마다 대통령후보들은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많은 공약(公約)들을 내놓는다. 그러나, 그 公約은 空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서민들보다도 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언제 벼랑밑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외줄타기 인생같은 사람들이 있다.

하룻밤에 6,000 원을 내고 겨우 새우잠을 자는 쪽방촌 사람들, 그 마저 없어서 찜질방, 만화방, pc방, 지하다방으로 내몰리는 사람들, 아니 그 정도의 잠자리는 호화스럽다고 해야 할까.

추운 날씨에도 길거리에서 잠을 자야 하는 노숙자들.

대한민국의 부촌 중의 부촌인 서울 강남구, 서초구의 부유층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곁에는 비닐하우스 마을인 산청마을과 구룡마을이 있고, 그 마을에는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이 추운 날씨에 겨우 겨우 버티고 살아간다.

얼마전 만 5세까지 무상보육이 전면실시되면서 국가에서 보육비가 나오게 되기는 했지만, 애키우기 힘든 직장인들은 오늘도 자녀들 때문에 걱정이 태산같다. 친정으로, 시댁으로 어린 아이를 맡기기 위해서 발 동동거리며 돌아 다녀야 하고, 육아 휴직이라도 내려고 했다가는 나중에 직장에 돌아 왔을 때 자신의 자리가 남아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 산전후 휴가와 육아 휴직이 법상으로는 잘 정비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잘 작동되지 않는다." (p. 210)

" 휴직과 함께 승진이 불가능해지거나 해고당하는 피해 사례가 적지 않다." (p. 210)

가슴 답답하고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

<벼랑에 선 사람들>은 2010년 6월부터 약 1년 반에 걸쳐서 <단비뉴스>에 연재된 '가난한 한국인의 5대 불안'이란 제목으로 연재된 기사들을 모은 책이다.

<단비뉴스>는 세명대 저널리즘 스클, 대학원생들이 만드는 온라인 신문, 예비 언론인이 만드는 신문이다.

기자들은 대학원생으로 그들이 직접 삶의 현장에 투입되어 직접 체험한 기록이며, 소외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얻어낸 기록이다.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파 중도매상 일꾼으로, 하루종일 판촉 전화를 걸어야 하는 텔레마케터로, 패밀리 레스트랑의 청소 용역으로, 호텔의 일용직으로, 삶의 체험 현장에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들어가 며칠씩 그곳에서 일하면서 체험한 기록이기도 하다.

기자들은 사회 빈곤층의 고통과 절망을 5가지 주제 (일자리, 주거, 보육, 의료, 부채문제)로 나누어 다루었다. 그리고 각 주제마다 정책의 문제점을 논의하여 그 기사를 <단비뉴스>에 올렸다.

패밀리 레스트랑에서 청소 용역을 담당하는 일용직 노동자의 일당은 3만 5500 원이다. 이 돈이면 그 레스트랑의 스테이크 3만원, 커피 5천원짜리를 먹고 마시면 하루 일당은 모두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호텔 비정규직이 받는 1시간 5천원 남짓으로 돈으로는 그 호텔 미니바에 파는 콜라 (7,000 원)조차 사 마실 수가 없는 것이다.

열약한 환경에서 제대로 대우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단순 노동의 끝없는 반복 속에 몸은 고달프고, 주머니는 가벼우니....

우리나라 저임금의 수준은 OECD 21개국 중에 17위, ILO 59 개국 중에는 48위라고 하니, 최저 임금의 현실화와 기초 분야의 복지가 시급하다.

하루 하루 노동으로 생계를 잇는 사람들, 중병에 재산까지 의료비로 모두 들어가고 오갈 때 없는 사람들, 장애와 질병 등으로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사람들....

누가 이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일까? 거리로 내쫓지기 직전의 사람들도 상당수에 이르니, 이런 현실이 갑갑할 뿐이다.

그 보다 더 가슴 아픈 이야기는, 알코올 중독인 엄마와 단둘이 사는 태훈이의 이야기이다. 공부방 선생님에게 그 아이는 " 선생님 저 고아원으로 보내주세요" 라고 했다고 하니....

이 책 속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가슴에 큰 아픔을 남겨준 저축은행 부실경영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저축은행이 영업정지가 되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렵게 번 돈을 그 은행에 넣었던 서민들에게 돌아갔다.

2011년 저축은행 16곳이 문을 담았고, 이로 인하여 64만명의 예금자가 11조원의 피해를 입은 것이다.

대학 등록금 대출로 사회에 나오기 전부터 저당잡힌 인생이 되는 대학생들, 중병에 걸려서 치료비로 전

재산을 날린 사람들, 부모의 빚을 대물림받은 사람들....

이 책은 한숨없이는 읽을 수 없어서 답답한 마음으로 마지막 장을 닫을 수 밖에 없다.

서민들을 위한, 사회빈곤층을 위한 법과 제도, 정책들을 만드는 사람들이 소수 특권층이니, 어찌 이들의 이런 사연들을 알기나 할 것인가 !!

그래도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발로 뛰고 눈물로 쓴 기자들의 생각과 마음이 고마울 뿐이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우리사회를 좀더 관심있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이런 문제점들이 차츰 개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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