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회화의 혁명 - 도미에에서 샤갈까지
게오르크 슈미트 지음, 김윤수 옮김 / 창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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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사진으로나마 보게 된 것은 초등학교 시절부터일 것이다. 미술 관련 책이나 해마다 연초에 집에 걸리는 달력을 통해서 보았다.

그런데, 머릿속에 남아 있는 작품은 중학교 때 미술 교과서에서 본 사진들이 아닐까 한다.

고흐의 <해바라기>, 마티스의 <금붕어>, 뭉크의 <절규>, 샤갈의 <나의 마을>, 클림트의 <키스>등은 그렇게 알게 된 작품들이다.

내가 중,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해도 가을이면 열리는 국전을 단체관람하기 위해서 줄게 줄을 서서 보곤 했는데, 그것이 내가 한국 화가들의 작품을 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후에는 외국 유명작가들의 초대전을 보게되고, 해외여행 중에는 그 도시에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아 다니며 세계적인 미술 작품을 보면서 황홀감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미술 관련 서적들도 전혀 낯설지 않게 즐겨 읽게 되는 장르의 책이 되었다.

이렇게 조금씩 알아 가는 미술사조나, 화가들의 일상과 작품 경향에 관한 지식들은 차후에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게 된다.

이번에 읽게 된 <근대회화의 혁명>은 아주 작은 책이지만 알찬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이 책 속의 내용은 서양 근대미술사의 권위자인 '게오르크 슈미트'가 꽤 오래 전에 쓴 글들 10편을 엮은 것이다. 그것도 책을 출간하기 위해서 쓴 글이 아니다.

1955년 1월 초순에서 3월 중순까지 바젤 방송국에서 매주 월요일 15분간에 걸쳐서 방송된 내용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57년에 초판이 출간되었던 적이 있는 책이다.

15분간 방송된 10편의 글이지만, 그 내용은 근대회화를 알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는 그 어떤 책의 내용보다 깊이있는 내용이 될 것이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에 걸쳐 근대회화의 혁명적인 변화시기에 각기 정점에 있었던 화가인, 도미에, 씨슬레, 반 고흐, 고갱, 마띠스, 깐딘스키, 쎄잔, 브라끄, 끌레, 샤갈의 삶의 이야기와 회화 경향, 그리고 근대회화에 미친 영향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본다.

이들은 " 색채와 형태에 대한 별개으 법칙을 가진 조형 언어를 통해 말하며, '아름다움'이란 것에 대해서도 별개의 관념을 지니고 있" (p. 12)는 화가들이다.

석판화가인 '오노에 도미에'는 19세기 가장 인기 있었던 화가 중의 한 사람인데, 그의 작품 <돈 끼호떼와 산초 빤사>를 통해서 화가가 근대회화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 본다.

<돈 끼호떼와 산초 빤사>은 이전까지의 관습을 무너뜨리는데 첫 발을 내디딘 작품이다.

 

 

씨슬레의 <마을길>은 인상파 회화에서 볼 수 있는 밝아진 그림의 색채를 느낄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조형성이 없고 그림의공간은 분위기가 없다. 현실의 색채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인상파 그림의 화려함과 부자연스러움은 인상파 화가들이 색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보색 대비의 법칙을 응용하였기 때문에 나타난 경향인 것이다.

 

 

반 고흐의 인생이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담은 책은 시중에 너무도 많이 나와 있다. 그러니, 몇 권 정도는 읽었는데, 이 책 속에서는 짧은 내용이나마 비중있게 반 고흐를 다루고 있다.

특히, 반 고흐의 <자장가>와 고갱의 <시장>을 비교하면서 어떤 점이 일치하고, 어떤 점이 다른가를 살펴 본다. 거기에 씨슬레의 <마을길>, 도미에의 <돈 끼호떼와 산초 빤사>까지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본다.

 

 

색채, 필촉, 윤곽표현, 해부학상의 데포르마 시옹, 구도 등의 차이점을 설명해 주니, 이 책을 읽은 후에 작품을 보는 안목을 키워주는 역할도 톡톡히 한다.

" 반 고흐는 결코 그림을 '꾸며서' 그리지 않는다. 그는 자기가 직접 보고 체험한 것 외에는 그리지 않습니다. 반면 고갱은 자기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그림을 만들고 또 꿈꿉니다. 반 고흐는 자신의 그림을 구축하고, 고갱은 자신의 그림을 구상합니다. " (p. 82)

" 반 고흐는 진실의 광신자였으며 고갱은 미의 광신자였습니다. 반 고흐는 고뇌를 받아들이려 했지만, 고생은 그것을 회피하려 했습니다. 반 고흐는 마음 속 깊이 울리는 것은 청량함이지만 고갱의 그것은 우울입니다. 반 고흐는 인생을 깊이 신뢰했지만 고갱은 별개의 신앙을 동경했습니다. " (p. 88)

또한, 고갱과 마띠스의 그림도 비교 설명해 준다.

깐단스끼의 그림을 보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듯한데, 그의 회화는 자연주의적 미술을 넘어 비대상적 추상미술의 세계를 그려 낸 것이다.

 

 

하늘을 나는 듯한 공상 속으로 빠져 들게 하는 샤갈 역시 근대회화의 혁명을 주도한 화가인 것이다.

 

 

" 미술을 감상하는 최상의 방법은, 역시 그림을 보고 즐거워하고 좋아하는데 있다. " (p, 202)

물론이다. 미술사조를 생각하고, 화가들의 회화 경향을 분석하고, 화폭의 색채, 구도, 필촉을 주의깊게 살펴 보는 것도 좋지만, 미술 감상이란 내가 그 그림을 처음 보면서 느낀 그 느낌이 가장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 참, 좋다!!" 하는 생각을 갖고 즐겁게 감상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그러나, 어떤 회화 작품인든지간에, 좀더 많은 미술에 관한 지식을 갖고 감상한다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근대회화의 변모 양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다.

1955년에 쓴 책이지만, 오랜 세월 속에서도 이 책이 주는 깊이는 전혀 퇴색되지 않았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도 짧은 시간에 근대회화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출 수 있는 고전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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