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의 역사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2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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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의 기록이라는 생각만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결정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지금 이 순간도 역사의 한 부분이 되고 있기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이 순간의 역사가 있기 위해서는 그 이전부터의 역사가 존재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역사란 꼭 정치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역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이고, 그 정치가 어떻게 흘러오고 있는가는 현재의 상황을 알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될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들려 오는 정치판의 이야기는 신명나는 이야기보다는 암울하고 부패한 이야기들이 많기에 많은 사람들은 이제 정치에 관한 이야기는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의 현대사를 뒤돌아 볼 때에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일제 강점기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것으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까?

우리 국민들은 현대사의 고개마다 떨쳐 버려야 할 것들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지금까지 그대로 가져 오는 오류를 많이도 범했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역사>의 저자이 '한홍구'는 '걸어 다니는 한국 현대사'라 불릴 정도로 우리의 감추어진 현대사를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1980년 5.18 광주에서 시작하여 이명박 정부 2년차가 되는 2009년까지의 현대사를 7강에 걸쳐서 강의한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2009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 해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음을 상기할 것이다.

 

" 한국이 얼마나 민주화되었느냐고 묻는다면, 노무현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될 만큼 민주화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한국이 얼마나 민주화되지 않았느냐 묻는다면, 노무현같은 대통령이 벼랑에서 뛰어 내려야 할 만큼 민주화되지 않았다고 얘기해야 한다. "  (p9)

 

 

공교롭게도 그가 강의를 하던 중에 이런 일이 일어났고, 김대중 대통령은 그의 강의가 있던 날에 돌아가시게 되어 "여름에 진 인동초, 김대중"이란 내용으로 그의 정치역정을 강의 하기도 했던 것이다.

 

 

1980년에서 2009년을 살아온 세대들에게는 자신들이 거쳐온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서 그당시에는 자세하게 알지 못했던 상황에 놓이기도 했던 것이다.

1980년 5월의 광주는 철통같이 봉쇄되어서 일반인들이 그 소식을 조금씩 전해 들게 되는 것도 여러 날이 지나야만 했고, 정확한 상황조차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해외에 있던 교포들을 통해서 국내로 소식이 전해질 정도였으니까.

 

"1980년대 광주의 진실, 그것을 보는 순간 인생은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저자도 이런 진실을 알게 되면서 인생이 달라지게 되고, 그밖의 많은 사람들이 광주의 진실을알게 되면서 인생은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중에는 군부의 독재에 의해서 희생된 많은 영혼들이 있는 것이다.

 

" 우리가 정녕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살아 온 역사를 돌이켜 봐야 합니다. " (p68)

 

 

 

 

1980년 5.18 광주, 1987년의 6월 민주항쟁을 거치면서 우리는 참다운 민주주의를 열망했고, 이루어 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의 현실을 생각할 때에 우리는 우리의 현대사를 차근차근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 역사에서 가장 암울하고 어두운 시기가 언제냐? 그것은 변화가 멀지 않은 시기일거라 생각합니다. 해 뜨기 전이 가장 추운 것처럼요. 그 당시에 참 암울했죠. 박종철이 죽었을 때 참 암담했고 굉장히 슬펐습니다.  (...)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을 만든 가장 가까운 계기가 된 사건입니다. 혀재아 살아 가면서 현재와 가장 가까운 시절을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 (p128)

 

그 기간을 거치면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을 정치사에서 만나게 되는데, 우리는 얼마나 현대사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그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이 책 속에 담아 주고 있다. 그동안 많은 매체를 통해서 알고 있는 내용들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얼마나 정확한 현대사인가를 이 책을 읽으면서 비교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통제된 상황에서 벌어진 일들도 있고, 위정자들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감추었던 사실들도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혹은 1980년부터 30년에 걸친 현대사를 토막토막 알고 있기에 그것이 어떤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가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인 것이다.

 

<4강 - 여름에 진 인동초, 김대중>은 2009년 8월 18일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하신 날에 강의가 있었고,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의 일대기를 정치사와 함께 풀어 본 강의이다.

 

" 김대중 대통령의 삶은 곧 한국 현대사였습니다. " (p242)

 

 

파란만장했던 현대사의 중심에 김대중이 있었고, 그것이 바로 우리의 현대사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현재의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에게 한 마디 말을 남긴다.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두 진영, 우리 국민을 둘로 갈라 놓는 두 진영.

 

한국의 보수세력은 사회변동에 대한열린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한 보수세력이 태어나야 한다.

또한, 진보세력은 따뜻함이 없고 이념적 치열함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적어도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진보, 이념보다는 인간을 추구하는 진보, 대중, 생활인들의 욕망을 생각할 줄 아는 진보가 되어야 한다.

 

현대사를 역사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 순간의 선택이 역사를 이끌어 가는 과정이고, 역사의 장이 되는 것이기에 현대사를 안다는 것은 그 이전의 역사를 안다는 것보다도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강의 내용을 고스란히 담은 것이기에, 구어체를 사용하고 있어서 흡인력이 강한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흥미롭다거나 재미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저자의 풍부한 현대사의 사례들이 구체적으로 이야기되기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한국 현대사 30년의 이야기는 암울했던 군사 독재정치로부터 시작하고 그 속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과 많은 희생이 있었기에 숙연해지는 마음으로 읽어 내려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그들의 야심을 위해서 오합지졸로 모였다 흩어지는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심하기 그지 없는 것이다.

당명만 바꾼다고 정치인의 소명의식이 바뀌는 것은 아닐텐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듯, "역사는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 ( 책 속의 글 중에서)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보고, 듣고, 체험한 역사의 한 장면들이기에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위정자들의 목적에 의해서 감추어졌던 순간들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서 상기시키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는 대중이 흘린 눈물만큼 변한다고 하니, 이 책을 읽고 앞으로 내가 어떤 선택의 기회에 놓였을 때에 정치판이 꼴보기 싫다고 피하기보다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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