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유시민'을 일컫는 말은 여러 가지이지만 "변함없는 한 가지는 '끊임없이 읽고 쓰는 사람' 이라는 것이다.그는 지금 유용한 정보를 흥미롭게 조리해 평범한 독자에게 전달하는 '지식소매상'을 자처하고 있다.(책날개 글)   

나 역시 '유시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시사토론의 사회를 보는 방송인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었다. 그런 활동을 하기전에 책으로 먼저 알게 된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그를 모르던 시절, 대학생들에게 많이 읽히던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와 '거꾸로 읽는 세계사'(구판)를 통해서이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너무 흥미롭게 읽으면서 책에 밑줄까지 긋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속의 글 중에 "'거꾸로 읽은 세계사'는 99퍼센트 이상, 누군가 쓴 좋은 역사책들을 발췌 요약한 것이었다. 이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역사책이라고 하기 어려운 짝퉁이다." (p310) 라고 적고 있다.  

어쨌든 나에게는 유익하고 좋은 책이었다. 정치인이 아닌 '지식소매상'으로서의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인터넷 서점에서 접했을 때에 요즘에 자주 눈에 띄이는 유명인들의 독서편력쯤으로 생각했다. 자신의 인생에 지표가 되었던 몇 권의 책을 소개하고 신변잡기를 늘어 놓는 리뷰형식을 겸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책을 읽어 보니 깊이가 있는 내용들이 지식인으로서의 지적 능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시기적으로도 방황을 잃고 갈 길을 바로 잡으려는 그에게 오래된 지도를 다시 펴 보는 의미가 될 수 있는 책들을 다시 꺼내 읽어 보고 쓴 글들이다. 이 책에는 모두 14권의 책이 소개된다.

 
1.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2.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3. 청춘을 뒤흔든 혁명의 매력 : 마르크스·엥겔스, 『공산당 선언』
4. 불평등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인가: 맬서스, 『인구론』
5.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푸시킨, 『대위의 딸』
6.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만나다 : 맹자, 『맹자』
7. 어떤 곳에도 속할 수 없는 개인의 욕망 : 최인훈, 『광장』
8. 권력투쟁의 빛과 그림자 : 사마천, 『사기』
9. 슬픔도 힘이 될까 :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10.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 다윈, 『종의 기원』
11. 우리는 왜 부자가 되려 하는가 : 베블런 『유한계급론』
12. 문명이 발전해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 조지, 『진보와 빈곤』
13. 내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일까 :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14. 역사의 진보를 믿어도 될까 : 카, 『역사란 무엇인가』
 

그 책의 저자들이 '시공간을 뛰어 넘어 인류가 고민했던 질문들에 답해 왔던 책 들. (...) 한 시대를 흔들고, 한 사회를 무너뜨리기도 했던 '한 권의 책'(책 뒷표지글) 이것은 문명의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던 위대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위대한 책을 남긴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 그 책들에 기대어 나름의 행로를 걸었던(...) 지금까지 내 삶에 깊고 뚜렷한 흔적을 남겼던(p6~7) 책들이다.

   

이 14권의 책 중에는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던 책들도 있었다. 표도르 도스토엡스키의 '죄와 벌',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대위의 딸 그리고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그리고 최인훈의 '광장'이다. 지금은 기억도 까마득하지만, 그 시절에는 몇 십권씩 세트로 나오는 고전 문학책들을 찾아가면서 읽고 수첩에 그 책의 번호를 메모로 남겨 두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이후에는 두께가 얇은 책들은 문고판으로도 많이 읽었었다. 깨알같은 글씨의 책(그당시의 책은 지금보다 글씨체가 작았던 것같다)을 며칠씩 틈틈히 읽곤 했는데, 고등학생으로서는 어려운 인명이나 지명조차 버거워서 줄거리 위주로 읽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역사적 배경이나 정치적 사건 등을 거의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청춘의 독서'를 통해서 그 책들이 배경지식이나 그 시대의 사회적 변화, 정치적 사건 그리고 작가가 그 작품을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들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다. 도스토옙스키가 '죄와 벌'에서 던진 질문은 '선한 목적이 악한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이다. 정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작품속에서 주인공은 정신적, 정서적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고, 죄를 지으면 벌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 삶의 이치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서정적 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푸시킨의 '대위의 딸'에서도 작가가 의도적으로 푸카초프와 농민반란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았음을 오늘에야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푸시킨은 200년 전 전제정치와 농노제도가 실시되던 동토의 러시아에서 인간의 자유를 노래했'음을, '인류가 오늘날까지도 완전히 실현하지 못한 휴머니즘과 민중에 대한 사랑을 문학으로 꽃피웠'음(p110)을 이제야 나는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작가에게 리영희는 철학적 개인의 경험을 안겨준 사상의 은사였고,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는 품위있는 지식인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준 인생의 교과서였다. 이 책을 통해 강대국의 이기적 이유와 목적에 의해서 강행되었던 베트남 전쟁의 진실을 알게 된다.  

'이당시 대한민국은 벌거벗은 임금님을 벌거벗었다고 말할 수 없는 나라(p40)였다. '북괴의 간첩이나 용공분자로 몰리지 않으려면 진실을 알려고 하지도 말아야 했고, 진실을 알아버린 경우엔 그것을 남에게 말하지 말아야 했다. (...) '비굴과 자기 모독, 그리고 지적 암흑상태가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 (p40) 이 책의 내용을 설명하는 중에 꼭지의 제목이 너무 좋아서 적어 본다. "지식은 맑은 영혼과 더불어야 한다. " (p42)

 
이 책을 읽으면서 격세지감을 느낀 책은 카를 마르코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돌이켜 생각하면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 읽을 만한 가치가 없었다.'(p59)라고 말하는 '공산당 선언'은 이상은 훌륭했을지 몰라도 그 이상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은 그야말로 볼품없는 허깨비였고, 결국에는 붕괴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토마스 맬서스'의 '인구론'이다. 아무도 우리 사회에서 이 책을 읽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회 인구문제에서 항상 거론 되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그래서 인구억제 정책을 써야 한다던 글이 쓰여 있다는 이 책....

맬서스는 사회를 '가치있는 상류계급'과 '가치없는 하류계급'으로 나누어서 하류계급은 성적욕구를 억제하지 못하는 집단이며 인구증가의 요인이 되는 집단이니, 인구증가를 막기위해서 빈민들의 위생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전염병이 창궐하게 만들어야한다는 기막힌 생각을 써 놓았다고 한다. 빈민들을 위한 자선이나 구제책까지를 부정하였다고 한다. 어떤 편견에서인지 피임조차 막았다는 이야기이다. 이제까지 우리 모두는 갖가지 편견과 고정관념을 지니고 '인구론'를 대했던 것이다.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오늘날의 사회에 반영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언론의 횡포를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신문의 헤드라인에 실린 기사를 우리가 얼마나 믿어야 하는가?' 하는 주제를 가지고 쓰여졌다. 신문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진실을 왜고가고 거짓 편견을 유포할 경우에 그것을 독자들은 그대로 믿을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오는 문제들이다. '보이는 것과 진실과의 거리'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다.

14권의 책의 저자들이 말하고자 했던 것들이 얼마나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었는가? 그들이 바꾸고자 했던 사회는 과연 어떤 사회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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