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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
신현림 지음 / 흐름출판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영문판으로 나와서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되고, , 노희경 작가의 1996년의 4부작 드라마였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원본소설로 나왔고, 얼마전에는 영화로 개봉되어서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히다 못해, 펑펑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엄마'라는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아리게 해 주기도 한다.
나의 엄마.
엄마를 생각하면 연보랏빛 라일락이 생각난다. 엄마는 유난히도 연보라색을 좋아하셨다.
곱게 차려 입으신 연보랏빛 치마 저고리를 입으시고 교회를 가시던 모습은 너무도 우아하시고, 단아하셨다. 주변 사람들은 육영수 여사를 닮았다 하셨으니~~~
엄마가 키우시던 보랏빛, 분홍빛, 흰빛의 바이올렛도 역시 보랏빛을 연상하게 해준다.
항상 성경공부를 하시고, TV 프로그램의 요리 프로를 보시면서 노트에 그 요리 과정을 꼼꼼히 적으셨다.
그리곤 그날의 특별 메뉴는 요리 프로에서 본 그 요리를 해 주시는 것이었다.
아침 6시 20분에 출근하는 나를 위해서 예순이 넘으신 엄마는 꼭 아침밥을 차려 주셨다.
그 바쁜 출근길에 한사코 아침밥을 안 먹을 것이라고 해도 아침이면 새벽밥을 차려 놓으시곤 하던 엄마.
그 엄마는 오래전에 내곁을 떠났다.
<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에서 가장 내 뼈속까지 스며드는 글은
"나중’이란 없으니까, 오늘 더 사랑하라! "
나는 그 의미를 몰랐을까? 아니, 알고 있었다. 우리 모두는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있고, 느꼈지만, 그런 실천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왜? 엄만 가장 가까이 있으니까. 그리고, 자식들이 가장 흉허물없이 대할 수 있는 존재이니까.
그리고, 우리 인간은 너무도 이기적인 자기중심적인 존재이니까.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n/e/netsgo85/20110502111143225020.jpg)
이 책의 작가인 신현림은 며칠 전에 읽었던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을 썼기에 그때에 작가의 프로필을 모두 검색했었다.
시인, 사진작가, 그리고 번역.
"신선하고 파격적인 상상력, 특이한 매혹의 시와 사진으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방위 작가"
" 실험적이면서도 뚜렷한 색깔을 지닌 작업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마니아층을 확보" (작가 소개 글 중에서)
이 책에서 작가는
"엄마도 여자였고, 예쁘고, 뜨겁던 청춘이 있었고, 꿈이 있었다는 것을" ( 책 속의 글 중에서), 그리고 엄마에게도 이름이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늘 '엄마'하고 부르니 내가 엄마 이름을 떠 올릴 일은 거의 없다. 아버지가 엄마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들은 적이 없다. 남편의 아내라 불리면서, 자식의 엄마라 불리면서, 길거리 낯모를 사람들에게는 익명의 아줌마로 불리면서 엄마의이름은 서서히 잊힌 것이다. "(P70)
이것이 우리 엄마들의 실상이 아닐까.
이 책의 작가인 신현림의 엄마는 3 년전에 돌아가셨다.
그녀의 엄마가 의식불명일 당시에 그녀는 번역서인 <포스트 잇 라이프>의 원고를 다듬고 있었다고 한다. <포스트 잇 라이프>는 싱글맘과 15세 사춘기 딸인 냉장고에 포스트 잇을 붙여 가면서 서로 소통하는 이야기인데, 싱글맘은 암에 걸려서 죽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책 역시 엄마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인데, 공교롭게도 이 책의 번역을 하고 있었으니.
정말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죽음을 마주하게 될 때 어떻게 해야할지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만일 당신의 엄마가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면, 어떻게 작별 준비를 하겠는가?
우리는 죽음을 그림자처럼 곁에 두고 산다. 언젠가느 소멸한다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귀결임을 알면서도 그것으 받아들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죽음 앞에서 갓 뽑아 낸 무처럼 시원한 표정을 지을 수 잇는 사람은 많지 않다. (P231)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엄마가 살아계실 때에 함께 할 것들 30 가지를 뽑아 본다.
짐작대로 아주 소소한 것들이다. 이건 어렵겠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하나 없다.
조금만 엄마에게 신경을 쓴다면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
엄마가 못 바꾸고 있는 생활용품 바꿔 드리기, 엄마 화장대 위의 유통기간이 지난 화장품 새로 사드리기, 엄마에게 손 편지쓰기, 엄마와 같은 취미 갖기, 단 둘이 여행가기, 엄마 사진 찍어드리기. 같이 영화보기, 매일 매일 통화하기, 잘 사는 모습 보여 드리기, 함께 노래하기.....
한 가지만 생각해 보려고 한다. 음식점에 가서 요리 사진을 마구 찍어대면서, 엄마의 모습을 한 번 사진에 담아 드린 적이 있는가?
그것이 바로 우리 자녀들의 행동인 것이다.
엄마 사랑의 마음은 가슴에 담아만 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엄마와 함께 해야 되는 것이다.
이 책을 펼치면 먼저 들어오는 느낌이 있는 사진들.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사진들.
그중의 봄비의 모습은 엄마를 생각하는 엄마를 잃은 자녀들의 눈물처럼 가슴에 와서 박힌다.
엄마가 살아 계시다면, 엄마와 더불어 많은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자녀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한다.
"이렇게 좋아하는 걸 진작 해드릴걸" (책 속의 글 중에서)
이런 마음을 느껴 볼 수 있는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