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읽는 그랑 르노르망 카드
김세리 지음 / 북레시피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르노르망 카드를 읽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접해야 할 두 신화는 '이아손과 황금양털' 신화와 '트로이 전쟁' 신화입니다. 다시 말해, 어쩌면 모든 문학과 예술의 근본적인 주제인 '돈에 속고 사랑에 우는' 고전 판 '사랑과 전쟁'의 이야기라 하겠습니다. 배신과 불륜, 사랑과 우애, 생존과 윤리에 대한 대표적 서사시들이지요.

저자는 프랑스 유학 생활 중 자주 가던 헌책방에서 이상한 카드 한 벌을 발견하게 된다. 꽤 묵직하고 큰 종이로 된 카드집이었는데, 개봉이 되어 있어 카드 몇 장을 꺼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카드 한 장 한 장이 지닌 묘한 매력에 빠져서 카드집을 구매하게 된다. 그녀는 카드를 해독해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꼈고, 덕분에 이렇게 한국에 책으로 소개가 된다. 54장으로 구성된그랑 르노르망 카드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이미지들을 읽어나가며 미래를 예견하는 매우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외견만 보자면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어다 보면 타로 카드와는 분명히 다른 분위기이다. 기원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타로카드에 비해 르노르망 카드의 배경은 '이아손과 황금양털' 신화와 '트로이 전쟁' 신화이며, 그 밖에도 다른 지역의 신화 및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다양한 테마들을 엮어 카드를 구성하고 있다고 한다.

 

한때 타로카드며 그 밖에 여러 점술카드들이 유행처럼 번졌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관련 책들도 쏟아졌던 기억이 난다. 다양한 그림이 그려진 78매의 카드를 뽑아서 문제를 분석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일종의 점술인 타로카드는 그것을 위한 카페가 있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었다. 타로카드의 그림들은 운명의 수레바튀부터 정의의 여신, 죽음의 여신, 교수형을 당한 죄인 등 세상의 만물을 대변하고 있어 수만 가지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다는 느낌도 있었고, 그만큼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된 그랑 그로르망 카드는 나폴레옹 시대 프랑스의 카드점술가였던 마리 안느 아델라이드 르노르망이 창안한 것인데, 그는 어린 시절부터 예지력이 있었던 걸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로베스피에르, 장 폴 마라, 나폴레옹의 부인 조제핀 등을 고객으로 두며 유명해진 인물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연히 태어났고, 우연히 죽으며, 우연히 무사하다가도 우연히 사고를 당합니다. 우연히 사랑에 빠지는가 하면, 우연히 재회하고, 때론 우연히 헤어져 외딴곳에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마치 우리가 카드를 뽑는 행위처럼 전부 우연일 수 있겠지요.

이 작품은 책과 카드가 한 세트로 이루어진 카드 해독 지침서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로마 시대의 신화 속 이야기와 더불어 그 문화와 역사 속 이야기들이 풍부해 인문학적인 재미까지 주고 있다. 저자는 그랑 르노르망 카드가 단지 미신을 믿는 사람들의 맹목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타로 카드와 더불어 서양 문화사의 일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지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그만큼 흥미로운 대목이 많은 책이기도 했다. 우선 이 카드를 창안한 마드무아젤 르노르망에 관한 것부터, 카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등 카드 해독의 기본 지식부터 배열법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히나 그랑 르노르망 카드의 배경이 되는 다섯 가지 주제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아손과 황금양털 신화, 트로이 전쟁 신화, 연금술 혹은 결혼, 뜻밖의 사건들, 시간의 질서와 별자리.. 그래서 이 책에서는 트럼프의 모양과 순서에 따라 카드를 해설하는 게 아니라 주제별 구분에 따라 그에 속하는 카드를 해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신화 속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그에 속하는 카드의 이미지들을 떠올릴 수 있도록 진행되고 있어 카드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야기로 파악하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 운명의 원형적인 이야기인 신화뿐 아니라 별자리, 꽃말, 흙점, 알파벳점 등 보조적인 상징코드들도 함께 소개되고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자신의 운명을 점쳐보고 싶은 이들에게, 혹은 단조로운 일상에 설레는 비밀을 갖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아마도 타로카드 만큼이나 재미있고, 또 그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부분이 많아 만족스러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