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범죄에 로그인 되었습니다 - 전 세계 사이버심리학 1인자가 말하는 충격 범죄 실화
메리 에이킨 지음, 임소연 옮김 / 에이트포인트(EightPoint)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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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나는 어디에 있을까? 주격 인칭대명사로서 나는 주관적이고 의식적인, 현실 세계 속 진짜 자아다. 사이버 공간의 최전선에서 사이버 자아를 나타내주는 셀피는 모두 목적격 인칭대명사 다. 셀피는 대상이고, 더 깊게 파고들 것이 없는 사회적 가공품이다. 이는 셀피 속 주인공의 표정이 텅 빈 것처럼 보이는 이유일는지 모른다. 그 속에 의식이란 없다. 디지털 셀피는 피상적 사이버 자아일 뿐이다.

사이버 공간은 실재하는 장소일까? 대부분 인터넷을 하다가 정신을 깜빡 놓고는 음식을 태우거나, 약속 시간에 늦거나, 뭔가를 깜빡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시각 왜곡 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휴대전화 사용자들은 매주 1,500번이나 무심코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SNS 게시물을 수시로 체크한다. 그리고 이런 행동들은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무엇은 하고 하지 않는지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CSI, FBI, 인터폴, 백악관이 선택한 세계 최고 사이버심리학자라 불리는 저자는 인류가 점점 사이버 공간으로 이주하는 요즘, 그들의 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실제 그것을 이용한 범죄 사례들을 분석해 인류의 지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고찰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인간과 기술의 교차점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사이버심리학이 그 가치를 어떻게 보여줄 지 기대가 되었다.

저자는 서두부터 이렇게 단언한다. '사이버 환경이 현실 세계보다 안전하며, 온라인에서 타인과 연결되는 것이 직접적인 만남보다 덜 위험하다는 것은 착각' 이라고. 실제로 사람들은 온라인 상에서의 '익명성'이라는 부분 때문 사이버 공간에서 해방감을 느끼고 대담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셀피(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와 섹스트(야한 이미지를 주고받는 것)를 비롯해 소셜 네트워크 사이에서 주고받는 추파 메세지 등으로 현실에서는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사람들이 사이버 공간에서는 이성과 자제력을 내려 놓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인터넷은 전에 없던 성적 자유를 가능하게 했고,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통해서 누구나 온라인에서 쉽게 사이버 사회화되고 있다. 문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이버 환경의 효과나 그 결과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데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이버라는 미지의 영역은 우리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인류는 사이버 공간으로 빠르게 이주 중이고, 이런 대규모 이동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인터넷이 세상에 등장하고 고작 40년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현재 32억 명의 사람들이 온라인에 접속해 있다. 2020년까지 15억 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곧 5년 이내에 약 50억의 인구가 사이버 공간에 공동 거주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없이 진행되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워진 오늘, 우리는사이버 세상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저자인 메리 에이킨 박사는, 중독될 수밖에 없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사이버 세상에 어떤 끔찍한 부비트랩이 숨어 있는지 우리가 알아야만 한다고 말한다. 게임 중독으로 인해 현실이 엉망진창이 된 사람들, 어른들의 스마트폰 중독이 어린 아이에게 교육적으로 미치는 무시무시함, 사이버 왕따, 소셜 네트워크로 인한 사회적 광기, 디지털 프랑켄슈타인에게 납치당하는 소녀들, 무책임한 셀피로 인한 심각한 문제들, 온라인 데이트 강간, 스마트폰 포르노 산업, 웹갬 성매매로 인한 아동 피해자들 등... 실제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이버 범죄들의 사례는 그야말로 엄청났다. 이제 더 이상 사이버 범죄라 뉴스에서만 볼 수 있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 아닌 것이다. 해킹, 온라인 사기, 살인 청부 암거래, 아동 포르노 제작 등 그 범죄 양상 또한 다양하고, 무엇보다 무심코 클릭한 링크 하나 혹은 고작 몇 분 동안의 로그인이 우리를 무방비하게 범죄 속으로 밀어 넣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범죄자는 사이버 세상에 잘 숨어 있지만, 그에 비해 우리는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어른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10대들을 제대로 보호하거나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0살짜리 소녀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기술은 지능적이지만, 인공지능이 정보를 제공하는 상대가 10살짜리 아이라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때부터 그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아이는 우연히 부적절한 사이트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고, 아이의 호기심 때문에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거다. 우리는 아이가 기계나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데 도사리고 있는 윤리적 문제를 충분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인간이 만든 기계가 인간에게 해를 끼칠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매우 재미있고 쉽게 술술 읽히지만, 그 기저에 깔린 심각성과 위험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이 두툼한 책을 다 읽고 나자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꼭 한번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한다. 사랑하는 이들이 잔인한 함정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당신의 아이가 로그인하기만을 기다리는 사이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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