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숍 보이즈
다케요시 유스케 지음, 최윤영 옮김 / 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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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펫숍의 뭐가 나쁘냐고!"

아니나 다를까, 고타가 폭발했다. 시카다 씨는 앉은 채로 빙그르르 의자를 돌려 우리를 정면으로 쳐다봤다.

"나는 동물을 좋아해. 당신들과 다르지. 잘 팔리는 동물만 모아놓고는 유행 지나면 홱 갖다 버리는 짓 너무 무책임하지 않아? 인기 있는 종류만 모아놓고선 그 다음은 나몰라라 하고. 진짜 싫어."

"우리는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일하고 있지 않아!"

 

이야기의 배경은 '유어 셀프 가미조 지점 펫패밀리' 라는 대형 홈센터 내에 자리한 펫숍이다. 이곳에서는 포유류와 열대어, 곤충에서 파충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을 취급하고 있는데, 정직원은 점장을 포함해 단 세 명이고, 기본적으로는 파트타임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으로 운영된다. 주인공 미나미 가쿠토는 취업준비생이자 펫숍의 아르바이트생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씨 착한 인물이다. 펫숍의 분위기 메이커인 구리스 고타는 광적일 정도로 엄청난 동물 애호가로, 원래는 수의사를 꿈꾸며 대학에 들어갔지만 중퇴하고 지금은 아르바이트만 하는 프리터이다. 그리고 이십대 중반의 가게 주임인 가시와기 료야는 술도 약하고, 새소리만 들어도 기겁하는 겁쟁이지만 일을 매우 잘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교육 담당이다.

 

 

 

이들 세 인물은 동물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으로 똘똘 뭉치는데, 펫숍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풀어나가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깨달음도 얻어가며 성장한다. 여섯 가지 에피소드들은 각각 별개로 읽어도 재미있을 만큼의 아기자기한 사건, 사고를 보여준다. 펫숍의 직원과 단골손님, 그리고 의문의 인물들이 얽히는 여섯 가지 사건들은 당연히 모두 동물과 관련되어 있다. 사람처럼 말을 하는 잉꼬 유리, 사랑스러운 고양이 아메리칸 쇼트헤어, 야생의 북방여우, 도롱뇽의 일종인 일본얼룩배영원, 항상 웃는 인상의 개 사모예드 등이 그 주인공이다. 주인공인 가구토처럼 동물에 관한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모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간단한 설명 들도 이야기 속에 있어 굉장히 재미있다. 시시하고, 엉뚱해 보일 수도 있는 사건들이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평범하고도 중요한 문제가 되는 일상의 풍경들이라 공감할 만한 대목도 많았고, 무엇보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라 따뜻했다.

 

 

정말 다행이야. 나보다 더한 둔감왕이 여기에 있었다니..........

가시와기 씨는 뒤이어 선생의 품에 안겨 있는 여우를 보며 "아이까지 있었다니....... 알았어요. 인간 대표로서 먹이는 댈게요"라고 말해서 선생님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고타는 웃어도 좋은 상황이라 판단했는지 깔깔거리며 웃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여우에게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인간도 나쁜 사람만 있는 건 아니야.'

 

다케요시 유스케는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일본의 추리 작가이자 사서이다. 그의 기존 작품들이 정통 미스터리에 가까웠다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 <펫숍 보이즈>는 코지 미스터리 형식으로 아주 평범한 등장인물들이 힘을 모아 사건을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유머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매우 소소한 사건들이 코지 미스터리로서의 매력도 충분히 보여주고 있지만, 코믹한 청춘 소설로서의 재미도 그에 못지 않다. 깔깔대고 웃게 만드는 순간도 있었고, 뭉클함이 느껴지는 대목도 있었으며, 무엇보다 동물을 사랑하고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입장에서 너무도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작품이었다.

 

 

극중 가쿠토가 생각하는 것처럼, 결국 인간도 개도 서로 다른 개체이지 않나. 하지만 인간들은 개의 얼굴을 보며 '웃고 있으니 행복한가 보네' 하고 믿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개가 인간의 최고 파트너라고 할지라도 머릿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건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이건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언어로 말이 통해도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악의가 없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평생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 또한 많으며, 이렇게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일 자체가 어렵다는 거다. 이렇게 동물들의 경우에서 비롯된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결국엔 사람들간의 관계에 대한 고찰로 이어지는 드라마도 훌륭했다.

그리고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한국어판에서만 볼 수 있는 일러스트가 아닐까 싶다.

<재수의 연습장>의 저자 재수가 그린 일러스트들은 에피소드의 한 장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동물들을 사랑스럽게 포착하고 있기도 하다. 몇몇은 마치 웹툰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면서, 이 소설을 더욱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리고 띠지에는 소설 속 캐릭터들의 성격과 행동을 잘 포착해서 그린 인물 소개 일러스트가 숨겨져 있어 그것 또한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실제로 많은 동물들이 이기적인 인간들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진심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더 많은 이들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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