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하라다 마하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오늘도 잠깐, '토막 여행' 어떠셨나요?

정말 여행은 신기하네요.

떠나보면 다양한 것을 발견해요. 새로운 만남이 있어요.

떠나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러니 아무튼 떠나지 않으실래요? 마음의 세탁, 잠깐의 휴식.

<낙원의 캔버스>, <암막의 게르니카>로 만났던 하라다 마하의 소설이다. 이번에는 미스터리가 아니라 감동과 힐링의 드라마라고 하니 기대가 되었다. 이야기의 주인공 오카에리는 여행을 다니는 방송인이다. 그녀는 한때 아이돌이었지만 7,8년 전부터는 '전직 아이돌 출신 방송인'이라 불렸고, 2,3년 전부터는 '인기 없는 방송인'으로 불렸다. 지금 그녀가 유일하게 맡고 있는 방송은 바로 '토막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스탭 몇명과 함께 가족처럼 팀을 꾸려 일본 열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프로그램인데, 저예산임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으로 5년째 폐지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오카에리가 여행 방송 리포터로 방송을 이어가는 덕분에, 그녀가 소속한 회사의 직원 세 명이 어떻게든 먹고 살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유일한 협찬사의 제품명을 경쟁사의 그것으로 잘못 말하는 바람에 프로그램 자체가 없어지고 만다.

갑작스럽게 궁핍한 상황에 빠진 오카에리와 소속사 사람들은 옷을 벗는 화보라도 찍어야 되나 어쩌나 하면서 고민을 하는데, 그녀와 사장 모두 고향에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었기에 난감하기만 하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를 시작으로 남을 대신해 여행을 떠나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여행이라는 것은 직접 가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데, 그것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을 과연 여행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여행 그 자체를 누군가가 대신 해준다는 다소 황당하고 이상한 설정은 이 작품의 이야기를 어디로 끌고 가게 될까.

"의미 없는 여행 같은 건 없어요."

타이시 씨는 조용히 말했다.

"이 여관에 있으면 매일같이 여러 곳에서 다양한 목적을 가진 여행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목적이 없는 사람도 많아요. 뭘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사람도요. 하지만 그들 모두 뭔가를 꼭 얻고 돌아갑니다."

몸이 불편한 딸을 대신해 가족 여행을 가달라는 어머니부터 각자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절절한 사연을 가진 이들의 의뢰가 이어진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대리업'은 기본적으로 인터넷으로 영업을 한다. 의뢰인은 언제, 어디로, 무엇을 하러, 어떤 이유로 오카에리에게 여행을 부탁하고 싶은지를 메일로 써서 보내고, 그 내용을 토대로 일주일에 한 건만 의뢰를 받는 것이다. 사례금은 의뢰인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라 상담을 통해서 결정을 하게 되었고, 오카에리는 본격적으로 '나그네' 생업을 재개하게 된다. 항상 꿈꿨던 '일상의 중심이 여행이 된 삶, 여행을 축으로 돌아가는 생활'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여행을 떠나야만 얻을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나 일상을 벗어나 잠시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원하는 때에 여행을 떠나기 힘든 이들이 훨씬 더 많다. 하라다 마하는 바로 그런 이들을 위해 여행을 대신 떠나는 인물로 드라마를 쓴 게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서 삶에 필요한 활력소를 얻고, 일상에서 얻지 못하는 지혜를 얻고,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추억이라는 선물까지 받는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지금 떠날 수 없었다면, 이 책을 읽으면 어떨까. 당장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근질거리던 욕구를 충분히 해소 시켜 주고, 가슴 따뜻한 감동과 힐링도 함께 안겨 줄 것이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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