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3. 화폐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오리진 시리즈 3
윤태호 지음, 홍기빈 교양 글, 조승연 교양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밥값을 해야지, 몸값을 해야지, 쉽게 말은 하지만, 그게 얼마여야 하는지 아무도 몰라. 하지만 누구나 자기의 몫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 앞으로 부여될 몫을 위해 준비하기도 하고 아직 혼란스러워 하며 제 몫을 찾아 나서기도 해. 그런데너는 어떤 몫을 하고 있니?

 

전체 100권으로 기획된 '오리진' 시리즈는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을 탐구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1권 보온에 이어 2권은 에티켓 편에 이어 3권은 화폐 편이다. 보온과 에티켓 모두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특히나 이번 시리즈가 기다려졌던 것은 바로 '화폐'에 관련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비트코인과 가상통화에 관한 뉴스 보도가 온 나라를 휩쓸었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슨 주제든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오리진 시리즈를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화폐'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다. 뭐든 그 기원을 알게 되면 사실 매우 간단할 수도 있는데, 사실 본질을 찾아서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봉황은 그가 맡고 있는 매장의 매출이 현격히 떨어져졌다고 상사로 부터 한 소리 듣는다. 당신이 받아가는 월급은 전부 남이 뛰어서 벌어온 돈이라고. 자기 몫을 하라고. 그러면서 오늘은 밥값, 몸값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내근을 하며 짐을 나르라고 지시한다. 나선녀는 봉투 때문에 아래층 가게에 돈을 물어주고 돌아와서 생각한다. 아무래도 저 기계를 팔아야겠다고. 때로는 기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지만, 봉투가 이 집에서 자신의 몫을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봉투가 온 뒤로 전기 요금이 보름 만에 무려 백사십오만원이나 나오고 만 것이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감당이 안 되겠다고 당장 데리고 나가서 팔아 버리라고 소리치는 아내의 기세에 밀려 봉황은 봉원을 데리고 전자 상가로 간다. 봉투를 가족처럼 대할 때는 언제고 이제 돈이 많이 들어서 내다 팔겠다고 하니 봉원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난 돈 많이 안 들어서 키우는 거야?"

"아니야! 그런 말이 어딨어."

"나 키우다 돈 많이 들면.... 버려?"

 

봉황은 어린 아들의 말에 할 말을 잃는다. 돈... 돈이 뭐길래... 겨우 전자 상가에서 가게 한 집을 찾아갔지만, 봉투를 녹여서 고철로 팔겠다는 주인의 말에 화가 난 봉황은 봉투를 절대 팔지 않겠다며 문을 박차고 나온다. 그리고 하숙집의 과학자들과 봉투의 충전과 관련한 전기 요금 문제에 대해 의논한다. 과학자들은 태양광 발전기를 알아보고 있다며, 봉투는 절대 팔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오늘날에는 돈이 동전과 지폐에서 신용카드, 가상화폐 등의 보이지 않는 형태로진화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숫자로 세상 만물을 표현하는 하나의사고방식이며, 공동체가 합의한약속이고, 하나의사회적 기술로서 기능한다는 돈의 근본은 최초의 기원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돈은 기원에서부터 사물 이상의 의미를 지녔으며, 새로운 형태의 등장보다는 그 기원이 더 강력해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돌아온 집에서 봉투는 집안 일을 하나씩 도와주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몫을 해내려고 노력하고, 봉원의 성적으로 고민하는 걸 본 이수재는 학원보다 훨씬 저렴한 금액으로 봉원의 과외를 해주기로 한다. 자신들의 월세를 세 과목 학원비로 대체하기로 한 것이다. 주인집 할머니는 분식집에서 김밥으로 식사를 하는 조건으로 관리비를 대체해주기로 하고, 주인집 딸은 유치원 수업을 추가로 해주는 걸로 과학 교사 계약을 연장하기로 한다.

 

 

 

 

 

 

2부 오리진 교양 편이 되면 '돈'이라는 사회적 기술에 대한 기원부터 만물을 측정하는 가치척도로서의 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돈이란 개념이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고, 물물교환의 시작에서부터 화폐의 기원이 된 역사적 사실까지 알려주고 있다. 무엇보다 고대의 법전에서 돈을 교환 과정에서 선택된 '사물'이 아니라, 하나의 '사고방식'이나 '약속'으로 보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오늘날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사회적 기술이 바로 '돈'이다. 이러한 돈에 대한 이해를 역사학, 인류학, 고고학의 지식을 통해서 살펴보면서 돈의 기원과 발전과 본질이라는 수수께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점점 더 돈이면 다 되는 각박한 세상이 되어 가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 돈이 우리의 모든 삶을 장악하지 않도록, 돈을 넘어 더 좋은 삶을 향해 한 걸음 내딛게 되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 같다.

 

 

 

 

그 동안 세 편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미래에서 온 AI 로봇봉투 21세기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열의 의미와 보온의 중요성을 깨닫고, 비활성화된 하나의 '생각' 중에 '연민'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고, 사회에서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습득해야 하는 생존 기술이자 본능이라는 에티켓에 대해서도 배웠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는 누구나 자기가 쓰고 있는 하루의 가치만큼, 혹은 밥을 먹는 밥값, 몸값 등 자신의 몫을 해내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배우고, 인생에서 치러야 하는 비용과 대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다음 편인 '상대성 이론' 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정보를 배우게 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윤태호 작가의 '오리진' 시리즈에서는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누구나 살면서 생각해보거나 고민해봤을 만한 부분들을 그저 일상 속 스케치로 쓱쓱 그려 보여준다. 5~6세 정도의 지능을 가진 AI 로봇 '봉투'가 사람들 사이에서 겪게 되고, 이해하고, 배우게 되는 그 과정들이 우리의 가슴 속에 있는 뭔가를 건드리기도 한다. 수많은 정보와 지식으로 목표한 백 권에 다다랐을 때 그려내고 싶은 마지막 이야기는 결국 '사람'에 대한 것이라고 했던 윤태호 작가의 말이 생각난다. 앞으로 계속 이어질 시리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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