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가 자연스러워지는 쿠킹 클래스 - 요리에 서툰 사람들과 함께한 '진짜 요리' 이야기
캐슬린 플린 지음, 최경남 옮김 / 현암사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그 누가 당신이 요리를 할 수 없다고 말하는가? 모든 음식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것이 유기농이거나 현지 생산된 것이거나 목초에서 기른 것일 필요도 없다. 튜나 헬퍼와 <톱 셰프> 사이 어디쯤 자신에게 편안한 지점을 찾아보자. 태웠거나 눌어붙었거나 떨어뜨리거나 너무 익었거나 덜 익었거나 양념을 덜했거나 이도 저도 아닌데 그냥 실패한 음식을 만들었다 해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한 끼일 뿐이다. 내일이면 또 한 끼를 만들게 될 것이다. 100년쯤 지나면 그 차이를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그런 평범한 하루가 될 뻔했던 어느 날, 캐슬린 플린은 마트에 갔다가 어떤 풍경에 시선을 빼앗긴다. 세워진 카트 안에 스무 개 남짓한 인스턴트 파스타와 즉석 식품, 소스 병들이 반쯤 담겨 있었는데, 정작 '진짜' 음식은 하나도 없었던 거다. 카트의 주인은 30대 후반의 여성과 그녀의 10대 초반의 딸이었다. 캐슬린 플린은 자신도 모르게 그들 모녀의 이후 쇼핑을 미행했고, 그녀가 와플 박스와 피자맛 프레츨, 냉동식품, 닭고기 포트파이 등을 잔뜩 카트에 채워 넣는 것을 보게 된다. 캐슬린은 무슨 까닭인지 일면식도 없는 낯선 그녀에게 뭔가 정보를 주고 싶다는 충동이 생겨,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쉽고, 건강하고 게다가 비용도 절약할 수 있는 팁을 알려주려 하지만, 도와줘서 고맙지만 자신은 어떻게 요리하는지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리고 그 우연한 만남은 캐슬린의 인생을 바꾸게 하는 계기가 된다.

캐슬린 플린은 파리의 유명 요리 전문학교 르 코르동 블뢰를 졸업하고 요리 저술가로 활동하며 몇 번의 작은 쿠킹 클래스를 진행했었다. 그녀는 마트에서 만난 모녀를 계기로 '사람들이 더 자주 요리할 수 있는 동기가 뭔지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람들이 평상시에 요리하는 음식을 만들어보게 해서 어떻게 하는지를 본 다음, 부족해 보이는 기술을 중심으로 쿠킹클래스를 열고, 나중에 다시 찾아가서 그들이 이후에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살펴보겠다고 말이다. 그녀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고 지원자들 중에 열 명의 참가자가 정해진다. 대부분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규칙적으로 소비하며, 스스로를 '요리 젬병'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었다. 이 책은 저자와 그녀의 셰프 친구들, 그리고 10명의 요리 초보자들이 클래스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소설처럼, 에세이처럼 그려내고 있다. 요리와 쿠킹클래스가 주요 소재인데, 레시피 북이 아니라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어 색다르고, 그만큼 더 흥미진진했다.

 

 

나는 그녀에게 수업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자신감이요.” 그녀는 재빨리 대답했다. “어떤 요리법이든 보면 이제는 만들 수 있겠다는 걸 알아요.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녀는 조리대에 있는 셰프 나이프를 집어 들고 숭배하듯 다루었다. “칼질하는 법을 배운 게 모든 것을 바꾸었어요. 제가 요리에 겁을 먹었던 이유 중 하나가 칼질할 거리가 많은 것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게 별 대단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요. 사실 칼질하는 순간이 좋기도 해요.”

스물 셋의 사랑스러운 여성 새브라는 맥도날드를 아주 좋아하는 패스트푸드와 청량음료 중독이었다. 컵라면, 감자튀김, 팝콘, 레드불을 온종일 달고 살았기에, 저녁을 만드는 데 20분 이상의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아 했다. 예순한 살의 심리학자 트리시는 냉장고에 기본적인 재료는 갖추고 있었고, 요리를 할 수는 있었지만 결과에 별로 만족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새로운 요리를 자주 시도해도 결과는 늘 실망스러웠고, 하기도 전에 모든 걸 잘못할 게 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두 아이를 가진 서른두 살의 전업주부 새넌은 요리를 하고자 하는 욕구와 동기, 시간은 있었지만 핵심 역량이 부족했다. 엄마에게도, 학교에서도 어떤 요리 기술도 배우지 못했던 것이다. 그 외에도 구조조정으로 생활이 어려워져 음식을 살 돈이 제한되다 보니 마음대로 필요한 음식을 요리하지 못하는 경우, 습관처럼 음식을 대량 구매하고는 처리하지 못해 냉장고에서 시들고 상하게 놔두는 경우, 결혼 후 체중이 급격히 늘어나 다이어트 비법을 찾기 위해 몇 년간 온갖 노력을 하고 있는 경우 등등... 참가자들의 다양한 사연은 우리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캐슬린의 쿠킹클래스에서는 요리에 관심은 있지만 기초적인 도구와 기술이 부족한 참가자들을 위해칼질 쉽게 하는 법’ ‘남은 재료 활용하는 법’ ‘고기 해체하기’ ‘식재료비를 아끼는 장보기등 도구와 재료를 손질하고 현명하게 활용하는 법과 간단하게 써먹을 수 있는 요리 비법들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식습관을 바꾸고 요리와 친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녀는 패스트푸드 중독, 고당도 · 고지방 · 고염 식습관에 길들여지고, 사먹는 음식에 너무 익숙해진 현대인들의 식습관부터 걱정했다. 그래서 이 쿠킹클래스는 단순히 요리 레시피를 배우는 것을 넘어서 '제대로 먹기 위한' 요리를 가르친다는 점에 있어서 특별했다. 쿠킹 클래스가 모두 끝나고 참가자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들의 요리와 식습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고, 무엇보다 요리를 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랐던 요리 초보들에게 맛있고 건강한 요리의 비밀을 알려주고 있어 참 좋았다. 혼자 먹더라도 근사한 자신을 위한 요리, 혹은 가족에게 균형 잡힌 영양을 공급하는 요리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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