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각자 때가 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유학을 다녀온 나도 있고. 최근의 변화들이 고무적이고 좋다.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사회의 젠더 감수성 면에서도 이전에 비하면 확언할 수는 없지만 바뀌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어려운 것도 있고 어렵지 않은 것도 있으니까 우선 우리가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백은하 기자

이 책은 지적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PUBLY)에서 디지털 콘텐츠로 먼저 발행이 되었던 내용들을 담고 있다. 퍼블리는 유료 콘텐츠 플랫폼이기에 '결제/라는 가장 명료한 방식으로 독자의 선택을 받아야 했는데, 그 결과물이 북폴리오와의 협업으로 종이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기자, 에디터, 예술가, 영화감독, 프리랜서, CEO 등 각 분야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입지를 다진 여자들이 인터뷰이가 되어 털어놓은 '사회생활 분투기'는 세상의 모든 일하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킬 것 같다.

<씨네21> <경향신문>을 거친 배우전문기자 백은하, 작년에 영화 <우리들로 데뷔한 영화감독 윤가은, <일개미 자서전>의 삽화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 아티스트 양자주, <괜찮지 않습니다>의 작가 최지은, GQ에서 푸드, 드링크 파트를 다루는 에디터 손기은, <록키호러쇼>, <헤드윅> 등의 공연 연출가 이지나, 연극 <모범생들>의 극작가 지이선, 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의 기자이자 방송인 이지혜, 뉴프레스 공동대표 우해미, 두 개의 직장과 네 개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 스스로를 'N잡러'라고 소개하는 홍진아까지... 이 책에 실린 여자들의 인터뷰는 그야 말로 공감되고, 이해되는 이야기들이었다.

 

 

'월등해져라'라는 말이 슬프고 구리지만 맞다. 정확히는 월등할 방법은 여러 가지라는 거다...사람들이 나보고 성격 세다고 하지만, 어른이건 스타건 나한테 이상한 짓을 했을 때 'No'라고 말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일방적으로 부당함을 당하지 말고 저항하거나 복수하라고 말하고 싶다. 일에서의 관계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건강한 복수는 동기를 부여하며 삶의 에너지가 된다.                                   -이지나 연출

일하는 여자로서 겪는 번민, 차별, 성취에 대한 허심탄회한 인터뷰뿐만 아니라, 각각의 인터뷰 마지막에 인터뷰이가 꼽은일할 때 각별한 물건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백은하 기자는 오래전 뉴욕 여행용품 상점에서 산 신발주머니를 꼽았다. 가볍게 나간 날에 공적인 미팅 자리가 생기면 신발을 구두로 갈아 신을 수 있고, 구두를 신고 방송 촬영을 마친 날에는 스니커즈로 갈아 신고 산책하듯 집에 돌아올 수도 있다고. 필요할 때는 격식을 차릴 수 있게 돕고 원한다면 어디로든 갈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의 주머니와도 같다고 말이다. 이지혜 기자는 해외 직구로 구매한 생리컵 프리컵을 꼽았다. 그녀의 삶은 생리컵을 경험하기 이전과 이후로 나뉘었을 정도라고, 그래서 그녀의 별명 중 하나가 바로 '생리컵 전도사'란다. 생리컵을 사용하면 생리 기간에도 원래대로 일을 할 수 있어 좋다고, 젊은 여성 대부분이 한 달 중 3일에서 7일을 호르몬과 전투를 벌이는데 쓰고 있는데, 그 에너지를 제대로 생활하는 데 쓸 수 있다는 거다. 아티스트 양자주를 제외하고는 인터뷰이들이 모두 하나씩 각별한 물건을 꼽았는데, 그에 얽힌 사연을 만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 책은 사실 표지 이미지부터 심플하면서도 독특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남겨주어 인상적이었다. 이에 대해 편집자는 이렇게 말한다. "브라는 은유다. 일하는 여자들은 안다. 브라를 착용할 때 느끼는 압박감과 브라를 해제할 때 느끼는 해방감을. 물론 해방감이 없는 밤도 숱하다. 브라를 차고 풀 때 겪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는 여성이기에 겪는 고충, 성장과 이어진다. 그 사적이고 공적인 순간을 여자와 일하는 모든 이에게 전한다."라고. 이런 표지 이미지를 선정한 이유를 책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서 만났을 때 뭔가 뭉클했다. 아마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나와 비슷한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은 사회가 여성을 압박하고 차별하는 현실과 긴밀하게 연결돼있기 때문에 현실 페미니즘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사회 생활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이나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초년생에겐 인생 선배들이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뜨거운 조언으로도 훌륭해 많인 이들에게 공감과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