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달의 첫 번째(그리고 지금까지는 유일한) 도시 아르테미스에 산다. 아르테미스는버블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구() 다섯 개로 이루어져 있다. 버블의 절반은 땅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아르테미스는 옛날 SF 소설에서 묘사했던 달 도시의 모습을 정확히 닮아 있다.

....이곳에 오려면 돈이 아주 많이 들고, 이곳에서 살려면 돈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도시라면 부자 관광객과 괴짜 갑부만 살 수는 없는 법이다. 노동자 계급의 사람도 필요하다. ‘J. 돈많아 넘쳐흘러 3께서 스스로 변기를 닦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나도 힘없는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다

 

화성에서 조난당한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로 소설은 물론, 영화계까지 제대로 접수했던 앤디 위어의 신작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이번에는 달을 배경으로 색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목인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달의 여신이고, 1960년대 나사에서 추진된 인간의 달 여행 계획인아폴로의 쌍둥이 남매이기도 하다. <마션>의 주인공이 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인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였다면, 이번 <아르테미스>의 주인공은 최하층 짐꾼으로 일하는 수학 천재 범죄자 재즈 바샤라이다. 재즈는 금지 물품을 지구로부터 아르테미스로 밀반입해서 배달하는 밀수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녀는 엄밀하게 말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민이지만, 여섯 살 이후로는 그곳에 가본 적이 없으므로, 스스로는 아르테미스인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어느 날, 아르테미스에서 가장 돈 많은 떼부자들 중 하나인 트론이 그녀에게 특별한 제안을 한다. 알루미늄 산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기존에 이곳에 산소를 공급하는 대가로 전기를 무료로 사용하고 있는 산체스 알루미늄과 맞붙어 경쟁해볼 방법이 없다는 거다. 그의 목적은 산체스의 산소 공급을 중단시켜 그들이 얻고 있는 혜택을 자신이 가로채겠다는 것. 트론은 재즈에게 산체스의 산소 생산을 중단시키기 위해 수확기들을 못 쓰게 만들어주는 댓가로 100만 슬러그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트론이 알루미늄 산업에 진출하는 이유도 뭔가 수상쩍었고, 만약 붙잡히기라도 하면 지구로 추방될 게 뻔했다. 지구로 가게 되면 혼자 살아가는 건 둘째치고 아마 일어서지도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여섯 살 때부터 달의 중력에서 살아왔으니까. 어쩐지 내키지 않았지만 돈이 필요했던 재즈는 그 일을 하겠다고 수락해버리고 만다.

 

 

"넌 아주 재수 없는 년이야." 밥이 말했다.

"밥이 옳아요, 아빠. 난 재수 없는 년이에요. 하지만 지금 아르테미스에는 재수 없는 년이 필요하고, 그래서 내가 나선 거죠."

 

재즈는 산체스의 수확기를 몇 개 망가뜨리는 데는 성공하지만, 일을 다 끝내기도 전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된다. 전부터 그녀의 꼬투리를 잡으려고 하던 루디는 대놓고 그녀가 그 일에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살인 사건까지 벌어지고 그 살인자에 의해 그녀 또한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살인자를 피해 도망 다니면서 노숙자처럼 얼어붙을 것처럼 추운 공간에 숨어서 그녀는 생각한다. 아버지로부터 독립한 뒤 10년 동안 혼자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애썼는데, 지금 다시 처음 그 자리로 돌아와 있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그녀는 좌절하지 않고 일의 내막을 스스로 파헤쳐보기로 한다. 알고 봤더니 산체스 알루미늄의 주인이 브라질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강력한 폭력조직이었고, 트론의 목적도 단순히 알루미늄 사업을 인수하려던 게 아니었다. 그녀는 점점 더 엄청난 음모 속으로 뛰어 들어가게 되고, 아르테미스 전체의 안위를 위험하게 만드는 일에 맞서기 위해 그 동안 관계가 소원했던 아버지를 비롯해서 친구들의 도움으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이런, 나 좆된 거지?!" 나는 수확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작품 역시 전작인 <마션> 처럼 각종 과학적 지식들이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를 허구가 아니라 실제처럼 느껴지게 하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앤디 위어는 물리학, 화학, 경제학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달의 도시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러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놓았다. 그리고 달의 표준 시간이나 화폐, 지구인을 위한 여러 다양한 관광 상품, 통신 수단 등도 흥미진진하게 그려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부분들이다. 물리적 법칙에 따라 아르테미스의 커피는 맛이 거지 같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기압이 낮을수록 물의 끓는점이 낮아지기 때문에, 이곳에선 물이 섭씨 61도에서 끓기 때문에 차와 커피가 아무리 뜨거워도 섭씨 61도에 그친다. 당연히 엄청나게 차가울 수밖에 없다. 어쩐지 먹어보지 않아도 상상이 되는 맛이라 저절로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리고 아르테미스에서 정의가 구현되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교도소도, 벌금도 없고,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면 무조건 지구로 추방된다. 그 외의 일들은 모두 아르테미스의 보안책임자인 루디가 해결한다. 예를 들어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른 남자는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폭행을 당한 뒤 의사에게 보내지는 식이다. 이런 소소한 설정들이 아르테미스라는 도시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서 마치 눈에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주고 있다.

 

 

영화 <마션>의 제작사에서 <아르테미스>역시 영화화를 확정했다고 하는데, 영화로도 너무 기대가 되는 흥미진진한 작품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끝내주는 도시 '아르테미스'로의 여행을 즐겨보시길! 향후 70년 후, 지구인이라면 누구나 꼭 한 번 가보고 싶어하는 꿈의 여행지가 어쩌면 실제가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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