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 부의 탄생, 부의 현재, 부의 미래
하노 벡.우르반 바허.마르코 헤으만 지음, 강영옥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돈의 역사는 곧 인플레이션의 역사다. 이 때문에인플레이션이 끝났다는 말을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 2016년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의 조짐이 보였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 태세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통화를 붕괴시킬 수 있는 세력들의 움직임이 보이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는 통화 붕괴 작전의 각본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화폐가 파괴되는 데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인플레이션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통화량의 증가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모든 상품의 물가가 전반적으로 꾸준히 오르는 경제 현상을 말한다. 그러니까 물건 값은 계속 오르는데, 내 월급은 언제나 제자리인 상태.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그만큼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물가가 오르는데, 그에 맞춰 가정의 수입은 오르지 않으니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평범한 소시민들에게 인플레이션은 반갑지 않다. 돈을 벌기 위해 애써야 하는 고생에 비하면 지불하는 돈의 가치는 그에 결코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니 말이다.

 

이 책은 역사상 손에 꼽히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었던, 그래서 인플레이션을 떠올리면 치를 떨었던 독일의 학자들이 저술했다. 저자인 하노 벡은 2000년 인류 역사에 감춰진 인플레이션의 비밀을 파헤쳤다. 그는 소시민들이 금융위기 시대에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이해해야 함을 깨닫고 인플레이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고, 그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금리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 35년 동안 꾸준히 하락해왔다. 이러한 하향세는 이제 종지부를 찍고 상승세로 돌아설 조짐이 보인다. 바로 그 전환점에 서서, 인플레이션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어떤 전략을 짜야 이러한 위기로부터 소중한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고, 실용적이고, 유용한 정보들을 가득 담고 있다.

 

 

부채를 처리할 때도 인플레이션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 셈이다. 결국 인플레이션만큼 국가의 채무를 해결하기에 매력적인 방법은 없다. 앞 장에서 우리는 국가에서 이러한 메커니즘을 간파하고 앞장서서 인플레이션을 조장해온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처럼 오랜 교훈을 정치인들이 잊을 리 없다. 여기에서 반론이 제기될 만한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국가가 인플레이션율을 직접 결정할 수 있을까?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한 것이다. 1923년 초인플레이션 때문에 쓴 맛을 한번 보지 않았는가! 그런데 또다시 인플레이션을 조작하라는 유혹이 손짓을 하고 있다.

 

지폐의 탄생과 함께 인플레이션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따라서 돈의 역사는 곧 인플레이션의 역사이기도 하다. 최초의 화폐는 등장하자마자 국가에 의해 본래의 화폐 가치를 상실하고 말았다. 그러니 인플레이션의 역사는 돈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돈이 나타내는 가치가 달라지면서 시작된 것이다. 이 책에서 특히나 공감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은 다름아닌 '피해자는 언제나 소시민이라는 점'이었다. 가난할수록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더 많은 타격을 입게 된다.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집도, 금도, 유가물도 없다. 그저 통장에 현금이 조금 들어 있을 뿐. 인플레이션은 바로 이 현금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의미이니 저소득 계층일 수록 인플레이션을 피해갈 기회가 더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인플레이션 게임의 승자는 누구인가? 저자는 말한다. 인플레이션 게임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다고. 채무자와 채권자 중 누가 승자가 되고 누가 패자가 될지는 인플레이션율을 예측하고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좌우된다고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열심히 돈을 벌고 모으면 된다는 순진무구한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들 것이다. 경제를 움직이는 감춰진 원리가 무엇인지 알려 하지 않고 그저 아끼면 잘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꼭 만나보기를 바란다. 경제에 관해 완전히 관심이 없었던 이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어렵지 않게 쓰여진 책이라 이해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경제가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현명하게 돈을 관리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면,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 그래도 조금은 덜 피해를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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