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 코믹 스트립 완전판 1 : 1954~1956
토베 얀손 지음, 김민소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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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후쿠오카에 여행을 갔다가 무민 카페에 들렀던 기억이 난다. 후쿠오카에 갈 때마다 시선을 사로 잡았던 카페였는데, 워낙 인기있는 곳이라 오히려 가지 못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마음 먹고 방문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물론 카페의 음료나 음식 자체는 특별한 것이 없었지만, 무민 캐릭터가 그려진 예쁜 라떼 아트도 깜찍했고, 테이블 곳곳에 무민과 그의 친구들 캐릭터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고 있어 마치 만화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민은 나온 지 70년이나 지난 캐릭터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세련되고 핫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캐릭터 상품들을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나에게도, 무민은 오래 전부터 완소하던 캐릭터였으니 말이다. 집안을 둘러 보면 어디라도 하나씩은 꼭 있을 수밖에 없는 국민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이번에 출간된 <무민 코믹 스트립 완전판>은 핀란드의 작가이자 화가였으며, ‘무민’ 캐릭터를 만든 토베 얀손이 1954년부터 런던의 [이브닝 뉴스]에 연재한 무민 만화를 국내 최초 완역본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토베와 라스 얀손의 ‘무민 코믹 스트립’을 모두 엮어 여섯 권으로 구성했다. 그중 『무민 코믹 스트립 완전판 1』은 1954년부터 1956년 4월까지 발표한 토베의 초기작 일곱 편이 담겨 있다.

순백의 얼굴과 동글동글한 귀여운 몸매의 무민. 사실 처음에는 무민이 하마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무민은 트롤(초자연적 괴물 또는 거인)이라는 존재로 색깔은 희고 포동포동하며 주둥이가 커서 전반적으로 하마를 닮은 캐릭터이다. 이들은 핀란드의 숲 속에 있다는 무민의 골짜기에서 사는데, 동화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모험을 한다. 

 

완전판 첫번째 시리즈에 실린 일곱 편의 에피소드들에서 무민 가족은 그들만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너무 착해서 다른 이들에게 싫은 내색을 할 줄 모르는 무민은, 집에 손님들이 열다섯 명이나 와 있어서 머리가 너무 아프지만 말을 못하겠다고 스니프에게 하소연한다. 스니프의 도움으로 손님들을 집에서 내쫓으려고 갖은 궁리를 하지만, 결국 그들에게 집을 빼앗겨 거리로 내몰리고 만다. 하지만 덕분에 팜므파탈 스노크메이든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잃어 버렸던 가족을 찾게 되고, 그들 가족이 화려한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고, 무인도에 가서 모험을 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실 무민 캐릭터는 오래 전부터 만나 왔지만 무민 만화는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유쾌하고,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서 무민의 매력에 더 흠뻑 빠져들게 된 것 같다. 이들 가족은 굉장히 무모하고, 이상하고, 매사에 엉망진창이지만, 끊임없이 모든 걸 즐겁게 바라보며 살아간다. 이들 앞에는 항상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이렇게 착해 빠진 무민 가족들은 그 소동 속에서도 나름의 기지를 발휘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선한 시선으로 매번 삶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 토베 얀손은 무민 가족과 대홍수라는 동화를 만들어서 인기 캐릭터 무민을 탄생시켰다. 인기를 얻은 무민은 동화 시리즈로 사랑을 받았고, 그 동화 이야기를 각색한 만화가 핀란드 신문에 실린 후 세계 최대의 영국 일간지에 연재되기 시작하면서 전세계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캐릭터가 된 것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무민 애니메이션, 인형극 쇼, 티비 시리즈가 제작되고,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무민 미술관, 무민 테마파크 등 다양한 모습으로 무민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달 초부터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무민 원화전이 진행되고 있는데, 엄청난 관람객이 방문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니 언제 시간 내서 가보고 싶어 졌다.

 

무민 코믹 스트립은 고전적인 형식의 흑백 스트립으로 짜여 있다. 일간지에 연재가 되던 방식이라 그런지 굉장히 빽빽한 구성에 이미지도 가득, 작은 글자들도 꽉꽉 채워져 있어서 처음 읽기 전에는 약간 부담스럽기도 했다. 만화라고 하면 여백의 미가 어느 정도 있고, 술술 페이지가 넘어가는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한 페이지, 두 페이지 넘기면서 지루하거나 루즈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단 한 페이지도 없었다. 읽다 보면 그 독특한 전개 방식과 굉장히 엉뚱하면서도 이상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삶을 통찰하는 예리한 시선이 엿보여서 감동적인 대목도 있었다.

 

 

무민은 “그저 감자를 키우고, 꿈을 꾸면서 평화롭게 살고 싶”어 하는 매사 만사태평인 캐릭터이다. 사랑과 행복, 모험과 평화를 추구하고, 그 가치관을 일상의 매순간순간으로 고스란히 보여주는 캐릭터라고나 할까. 무슨 불행이 있어도, 어떤 골치 아픈 일이 생겨도, 누군가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더라도, 그저 무민은 너그럽게 이해하며 다 받아들이는 것이다. 소심하고 겁 많은 순둥이 무민, 뭐 신나는 일 없을지만 고민하는 무민파파, 정리정돈 집안일에는 관심없는 무민마마, 질투심 많은 무민의 여자친구 스노크메이든... 그 외에도 각자 독특한 개성과 성격을 자랑하는 그들의 친구들까지 모두 하나같이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토베 얀손은 생전 인터뷰 속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싫증 내지 말라. 흥미를 잃지 말라. 무감각이 자라게 하지 말라. 귀중한 호기심을 잃지 말라. 그리고 미련없이 죽어라. 이 얼마나 단순한가.”

재미있게 살고, 미련없이 죽으라는 단순 명쾌한 그 말은 무민과 그의 가족들에게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삶의 가치관이 아닌가 싶다.

 

무민 코믹 스트립 1∼3권은 토베 얀손이 1954년부터 1959년까지 발표한 작품이며, 4∼6권은 라스 얀손이 1960년부터 1975년까지 발표한 작품이다. 1,2권을 시작으로 총 6권으로 마무리 될 이 시리즈는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소장용으로도 너무 좋을 것 같다. 하드 커버 표지도 예쁘고, 표지를 열면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노란색 내지에도 다양한 모습의 무민 캐릭터들이 자리잡고 있어 정말 귀엽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찌보면 너무도 단순하고, 또 어떻게 보면 황당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지지만, 그것들 모두 우리의 일상과 닮아 있고,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삶에 대한 토베 얀손의 철학이 담겨 있어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다. 유쾌한 만화를 읽고 나서 깊은 여운이 남는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내가 그동안 만화를 많이 보아 왔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무민 코믹 스트립은 내가 봤던 만화 가운데 가장 독특하고, 솔직하고, 귀엽고, 독특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일상적이면서도 환상적이고, 유쾌하고 익살맞으면서도, 인간적이고 감동적이다. 게다가 무민이라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도 든다. 이제 휴가철도 다 지나고 일상이 재미없고, 선선한 가을 날씨에 옆구리 허전하고 외로운 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읽는 동안 내내 가슴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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