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룡경찰 LL 시리즈
쓰키무라 료에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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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족 보행 병기가 발달한 근미래를 무대로 펼쳐지는 SF 경찰 소설이다. 2족 보행 병기란 무엇이냐. 애니메이션 <인랑>과 로버트 A.하인라인의 SF 소설 <스타십 트루퍼스>에도 등장하는 파워드 슈트의 일종이라고 보면 된다. 로봇과 사이보그를 넘어서,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서 등장한 도구이다. 기존 작품에서의 파워드 수트가 인간이 입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기룡경찰>의 파워드 수트는 올라타는 방식이다. 애니메이션 <건담>에 등장했던 2족 보행 병기를 떠올려보면 될 것이다. , 이야기는 바로 근접 전투에 맞게 개발된 2족 보행형 병기인 기갑병장이 발달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불법으로 제작된 기갑병장이 갑자기 폐공장에 등장해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순직하고 일반 시민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자 인근 경찰서는 말할 것도 없고, 경시청에서도 직할대 순찰차들을 현장으로 급파한다. 그런데 출동한 현장에서 경찰들과 특수부 소속 요원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다투기 시작한다. 특수부는 경시청에서 신형 기갑병장인 드래군을 도입하면서 우수한 인재를 차출하고, 드래군의 탑승 요원으로 세 명의 용병을 영입한 새로운 조직인데, 경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그들의 존재 자체가 모욕이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경시청 내부 조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특수부는 가까스로 지원에 나서지만, 사태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간다.

누군가에게 맞았다. 누군가를 죽였다. 누군가를 사랑했다.

그런 이야기는 질리도록 들었다.

나 참, 이놈이고 저놈이고 죄다 사연을 품고 있다. 사연만을 품고서 흘러들어 온다. 사연만이 있을 뿐 이데올로기는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싸우다 보면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다. 이데올로기란 그런 것이다.

이데올로기는 사라지지만, 원한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 속에 영원히 도사린다.

'읽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답게, 이들의 전투 과정과 액션 장면들의 묘사에 상당한 분량이 할애되어 있다. 테러가 벌어지고 시가지에서 벌어지는 근접 전투와 특수부대가 그들을 쫓는 추적극이 벌어지는 와중에 경찰 조직과 그 속의 인간들의 관계도도 매우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어 이야기에 흥미로움을 더해준다. 특수부라는 조직 내의 외부인사들과 경찰 조직 내의 알력 다툼을 비롯해 각각의 조직에 속해 있는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들은 이 작품이 근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잠시 잊을 만큼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래서 분량이 짧은 편임에도 몰입감도 뛰어나고,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황금가지의 새로운 레이블인 LL 시리즈이다.  LL 시리즈는 라이트와 리터러처의 머리글자를 따서 보다 가볍고 신선하면서도 재미와 깊이를 놓치지 않는 작품들을 소개하기 위한 레이블로, 추리, 판타지, 공포, SF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엄선하여 소개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의 각본가 출신인 쓰키무라 료에의 데뷔작으로, 영상을 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그려지는 액션 묘사에서 각본가였던 자신의 장점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데뷔작으로 화제가 되었고, 이후 후속 시리즈로 연이어 일본SF대상과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어지는 다음 시리즈 <기룡경찰자폭조항>, <기룡경찰암흑시장>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LL 시리즈를 통해서 모두 만나볼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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