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왓치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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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처럼 살고 있군,' 루스 스캐펠리는 생각한다. 여덟 명을 죽이고 몇 명인지 모를 수많은 사람들에게 부상을 입히고 로큰롤 콘서트장에서 수천 명의 십 대 소녀들을 죽이려고 했는데 여기 이렇게 앉아서 전담 직원이 가져다 주는 밥을 먹고, 병원에서 빨아주는 옷을 입고, 면도까지 남이 해 준다. 1주일에 세 번씩 마사지도 받는다. 1주일에 네 번씩 스파에 가서 뜨거운 욕조에 몸도 담근다.

도널드 트럼프 같다고? . 석유가 많이 나는 중동 어느 사막의 족장의 삶에 더 가깝겠다.

이야기는 7년 전 그날, 메르세데스 킬러가 등장했던 그 순간에서 시작한다. 시티 센터 채용박람회 참석자들 사이로 차를 몰고 돌진해서 여덟 명의 사망하고 열다섯 명이 중상을 입었던 그 사건이 막 벌어지고 난 뒤의 상황과 남겨진 피해자들로 시작한 데는 다 의미가 있다. 시리즈 첫 작품의 오프닝을 조금 다르게 변주하면서, 바로 그 메르세데스 킬러가 다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콘서트 장에서 대규모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하려다 홀리에게 머리를 맞고 식물인간인 채로 보호 감호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던가.

메르세데스 사건으로 인해 전신 마비 환자가 되었던 마틴 스토버와 그녀를 돌보던 노모가 죽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마도 어머니가 범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그 현장에서 홀리는 재핏이라는 구식 게임기를 발견한다. 이상한 것은 그 집에 사는 두 여 자 중 한 명은 나이가 80에 가깝고, 나머지 한 명은 게임은커녕 전등 스위치도 켤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호지스와 홀리는 연이어 벌어지는 의문의 자살 사건들과 구식 게임기와의 관련성을 추적하다, 일련의 상황들이 메르세데스 킬러, 브래디 하츠필드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른다. 브래디는 여전히 뇌 손상 병동에서 멍하니 창밖만 내다보고 있지만, 호지스는 그가 의식은 멀쩡한 게 아닐까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브래디야 말로 자살 설계자이자, 자살 전문가였으니까 말이다.

이 사건은 이게 다가 아니에요! 절대, 절대, 절대 아니에요! 그런데도 그들은 깔개 밑으로 쑤셔 넣고 진짜 이유도 숨기려 들잖아요. 실은 메르세데스 킬러 때문에 찜찜하게 은퇴한 당신과 다르게 피트는 이 사건을 훌훌 털어 버리고, 언론에서 난리법석을 떠는 일도 없이 홀가분하게 은퇴식을 치르고 싶어서 그러는 거면서. 나는 이 사건이 이게 다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당신이 그걸 안다는 것도 알고, 당신이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정말로 걱정이 되기 때문에 당신이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 줬으면 하지만 그 딱한 엄마하고 딸은.......그렇게........어디로 쑤셔 넣어 버려도 되는 사람들이 아니라고요!"

스티븐 킹은 이번 작품에서 게임기를 통환 최면, 그리고 웹사이트를 통해 퍼져나가는 연쇄 자살을 소재로 삼고 있다. 청소년들의 자살 문제나 게임 중독, 소셜 미디어의 폐해를 다룬 작품이야 기존에도 많았었지만, 스티븐 킹이 쓴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시리즈는 그의 첫 추리소설이었지만, 이번 작품은 그의 장기인 공포, 판타지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야기이다.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 과정은 매우 비현실적이라 어쩐지 환상특급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특히나 브래디가 게임기를 통해서 사람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정신을 조종하는 장면들은 굉장히 무시무시하다. 자살에 이르게 되는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약점과 불안한 환경들 틈 속으로 들어가 내면의 어둠을 바깥으로 이끌어 내어 표출하게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오싹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그려지고 있다. 진짜 공포는 피가 난무하는 것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 속의 어둠이니 말이다. 과연 췌장암 말기 판정으로 시한부를 선고 받은 호지스는 이번에도 브래디의 대규모 자살 도미노 계획을 막을 수 있을까. 

스티븐 킹이 생애 첫 탐정 추리소설로 집필한 <미스터 메르세데스> 시리즈 그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빌 호지스 3부작은 첫 작품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시작으로 외전격인 2 <파인더스 키퍼스>를 거쳐 이번에 출간된 <엔드 오브 왓치>를 끝으로 완간 되었다. 미스터리와 호러가 어우러져 시리즈의 피날레를 멋지게 끝맺었기에, 빌 호지스의 마지막이 덜 아쉽게 느껴진 것 같다. 스티븐 킹의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 탄탄한 구성과 생생한 캐릭터, 그리고 마음 속을 다 헤집어 놓는 것 같은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내면에 감춰진 것을 끄집어 내는 초현실적인 공포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완벽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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