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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
모신 하미드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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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는 그야말로 서점가의 '스테디셀러'이다.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항상 자기계발서는 몇 권씩 순위에 있고, 매년 가장 많이 팔린 책을 집계할 때도 역시나 자기계발서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런데 과연 '자기를 계발하기 위해' 자기계발서를 읽을 필요가 있는 걸까? 글쎄, 나는 의문이다. 사실 자기계발서는 거의 읽지도 않거니와, 읽어야 할 상황이 생겼을 때는 독서하는데 이삼십 분이면 충분하다. 왜냐하면 그저 정보의 나열, 요약, 정리가 되어 있는 노트 같다는 느낌이라 깊은 사유 같은 건 할 필요도 없고, 대충 훑어 보기만 해도 대략적인 내용 이해가 가능하니 말이다. 물론 누군가는 자기계발서가 개인의 삶을 향상시키고, 스스로의 능력을 계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믿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독자들은 저자들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위해 일할 뿐이다. 조금 식상한 표현이라는 건 알지만, 바로 여기에 독서의 풍부함이 있다. 또한 바로 여기에 부를 가리키는 손가락이 있다. 당신은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가 되고 싶어 하며, 이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이야기했다. 당신은 스스로를 위해 일해야 한다. 노동의 열매는 달콤하지만 영양가가 높지는 않다. 그러니 당신의 열매를 남과 나누지 말고, 기회가 닿는 한 남의 열매에 눈독을 들여야 한다.

 

이 책은 신간 평가단 추천 페이퍼를 작성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제목 때문에 당연히 자기 계발서인줄 알았으나 소설이란다. 자기계발서를 유쾌하게 비판하는 글로 각 장이 시작되는 '소설'이라고 해서, 자기계발서의 존재에 대해 회의적인 나였기에 제목만큼이나 도발적이고 거침없는 글 일거라 기대가 되었다. 모신 하미드는 우선 자기계발서라는 말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야기를 시작해놓고는, 이 책은 자기계발서라고 말한다. 제목 그대로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을 보여주겠다고 말이다. 2인칭 소설의 주인공은 '당신'으로 지칭된다. 아시아 어느 나라의 가난한 시골 집안에서 태어난 당신은 도시에 나가 가족들 중 유일하게 대학에 다니고, 사업을 해서 '더럽게 부자'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계발'해야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열두 단계에 이르는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 저자는 그 열두 단계를 각 장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진행한다. 당신은 우선 도시로 나가, 교육을 받고, 사랑에 빠지지 않으며, 이상주의자를 멀리하고, 고수에게 배우고, 스스로를 위해 일하며, 폭력 사용을 마다하지 않고, 관료와 친구가 되며, 전쟁 기술자들을 후원하고, 부채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고, 기본에 충실하며,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엄청난 단계를 거쳐, 부지런히 자기계발을 하면 과연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면 과연 우리도 부자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당신이 이 이야기를, 내가 이 이야기를 창조하는 동안, 당신에게 그 동안 어땠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의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당신의 손을 잡아줄 사람, 당신과 함께 비를 피해 달려가던 사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나는 잠시 여기서 당신과 함께 머물고 싶다. 만약 그게 불가능하다면 당신의 허락 아래 공간을 초월해, 당신의 창조물 속에 머물고 싶다. 그것은 나를 애타게 하는 미지의 세계다.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해서 상상조차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런 상상은 참으로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감정이입이라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능력이다.

마지막 장에 이르면 저자는 '사실 이 책이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가 되기 위한 가장 완벽한 지침서는 아니다'라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대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건가. 소설의 형식을 빌고 있는 자기계발서? 아니면 자기계발서를 흉내 낸 소설? 중요한 것은 아시아 어느 나라의 가난한 시골 집안에서 태어난 당신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지금 한국에서 책을 읽고 있는 독자인 당신으로 끝난 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나의 이야기이기도,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3분 만에 상대를 설득하고, 7가지 습관으로 승자가 되며, 수세기 동안 단 1퍼센트만 알고 있는 부와 성공의 비밀을 알려주겠다는 책들을 읽으며 성공하고 싶다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려고 한다. 그렇게 더 나아지고 싶다는 동기가 항상 바라는 것을 다 이루게 만들어주지는 않겠지만, 과정 자체에서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 그대여, 굳이 자기 계발서 따위에 의존해서 타인의 도움을 구하려고 애쓰지 말라. 자신의 삶은 오로지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바뀔 수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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