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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9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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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단편소설의 창시자로 불리는 모파상 단편모음집이다. 책에 실린 단편이 무려 63편이나 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작품이다. 1880 6명의 젊은 작가가 쓴 단편모음집 <메당 야화> <비곗덩어리>를 발표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이 작품집의 첫 번째에 수록되어 있다. 이후 모파상은 약 300편의 단편소설과 기행문, 시집, 장편 소설 등을 발표했는데, <벨아미> <여자의 일생>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모파상의 진가는 단편에서 더욱 빛난다. 특히 이 모든 것들이 대부분 10여 년에 걸쳐서 집필된 거라 짧은 시기에 엄청난 양의 작품이 아닐 수가 없다.

 

!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나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아. 그날부터 내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조심해, 쥘리. 너도 조심해. 우리 여자들이 연약하다는 걸, 너무나 쉽게 굴복한다는 걸, 아주 쉽게 사랑에 빠진다는 걸 너도 알아야 해! 아주 하찮은 일로도 마음이 약해지고, 갑작스럽게 감상적인 기분이 찾아들 수 있어. 손을 뻗어 만지고 싶고 껴안고 싶은, 어느 순간이 오면 우리 모두가 느끼는 그런 욕망 말이야.

                                                                                                               -'달빛'중에서-

 

남편을 사랑하지만, 그는 너무도 분별이 넘치고 합리적인 사람이라서 종종 차갑게만 느껴지게 행동을 한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부인이 "여보,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에요! 나 좀 안아 줄래요?" 그러자 남편은 친절하지만 차가운 미소를 띠며 "경치가 마음에 드는 것이 포옹을 할 이유가 되오?"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상처받은 그녀는 젊은 변호사와 사랑에 빠지고, 자신에게 애인이 생겼음을 동생에게 고백한다. 언니의 고백에 동생은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사랑' 그 자체를 사랑하는 거라고 말한다. 외롭고, 상처받은 마음에 달빛의 분위기에 취해 그런 마음을 먹게 되는 일도 생길 수 있다고. 그러니 그날 밤 언니의 진정한 애인은 달빛이었던 것 같다고 말이다. 어쩜 이렇게 짧은 이야기 속에 단순하고도 명쾌한 삶의 진실을 숨겨 놓았을까. 이런 것이 바로 단편 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함이 아닐까 싶다.

 

 

왜냐고? ! 이 친구야, 생각 좀 해봐!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11년 동안 임신만 하고 있었다니 얼마나 지옥 같았겠나! 그 젊음, 아름다움, 성공에 대한 희망, 빛나는 삶에 대한 시적 이상을 모두 생식의 법칙을 위해 희생한 게 아닌가! 멀쩡한 여자를 아기 낳는 기계로 만들어 버리는 고약한 생식의 법칙 말이야!

                                                                                              -'쓸모없는 아름다움' 중에서-

 

백작부부가 마차를 타고 산책을 나가면서 나누는 대화는 매우 충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풀어낸다. 너무도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는 백작 부인은 "지난 11년 동안 당신이 내게 부과한 모성이라는 가증스러운 형벌의 희생양으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제는 그저 사교계의 여자로, 다른 여자들처럼 편하게 살고 싶다고. 막내 아이를 낳고 석 달밖에 안 됐는데 여전히 아름답고, 미모가 망가지지 않았다고, 그러니까 또 임신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백작에게 말이다. 그녀는 겨우 서른 살인데 결혼 생활 11년 동안, 자식을 일곱이나 낳았다. 백작은 내가 당신의 주인이니, 자신이 원할 때 원하는 일을 하라고 부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꽉 막힌 남자이다. 성 잘 내고 온갖 난폭한 짓을 할 수 있는 독재자 남편에게 선언하는 백작 부인 뿐만 아니라, 오페라 극장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두 친구가 나누는 대화에서도 통쾌함이 엿보인다. 보석 같고 진주 같은 부인이 백작에게 후손을 만들어 주기 위해 11년이라는 세월을 흘려 보낸 것이 고약하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이 짧은 스토리의 결말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끝나지만,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 중의 하나였다.

 

너무도 많은 이야기들이 실려있는 작품집이라 읽기 전에는 그 엄청난 분량에 난감하지만, 굉장히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긴 했다. 모파상의 다양한 단편은 소재와 주제에 따라서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 파리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도시와 대조적인 시골 생활의 삶을 다룬 이야기, 그리고 사랑을 다룬 이야기로 분류된다. 모파상은 죽기 전에 자신의 묘비명에인생의 온갖 것들을 탐했으나 그 어떤 것에서도 즐거움을 얻지 못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하는데, 그의 단편들을 읽고 있자면 욕심도 많고, 매우 솔직한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단편만이 가질 수 있는 빛나는 매력을 발견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모파상의 작품을 읽어보면 될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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