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랑찰랑 사랑 하나 파란 이야기 16
황선미 지음, 김정은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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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구할 거야. 할머니가 그랬어. 나쁜 생각은 행운을 갉아먹는다고. 궁지에 몰려도 최선을 생각하라고. 궁지가 뭐냐고? 글쎄. 아마도 나쁜 일 중에 최악이 아닐까. 아무튼, 애들이 내 얘기를 하지 않는 건 내가 궁지에 몰리지 않았다는 거야. 그러니 윤봄인답게 당당해도 돼. 혹시라도 누가 그 얘기 꺼내면 “그게 뭐?” 해야지.            p.50

 

황선미 작가의 <찰랑찰랑 비밀 하나>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이다. 전작에서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생겼던 봄인이에게 봄바람처럼 설레이는 감정이 찾아온다. <찰랑찰랑 사랑 하나>라는 제목처럼 사랑스럽고 귀여운 첫사랑 이야기이다.

 

봄인이의 엄마와 아빠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치료해주는 의사이다. 덕분에 다섯 살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랑 둘이 살아 왔다. 그런데 어느 날 치매가 온 할머니가 요양원에 가게 되면서, 봄인이는 백수 삼촌과 함께 지내게 된다. 백수 삼촌은 할머니랑도 사이가 나빴고, 봄인이랑도 별로 친하지 않았기에, 낡은 공동 주택에서 삼촌과 함께 살게 된 것이 봄인이는 화가 나고 슬펐다. 하지만 거침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당당한 성격의 봄인이는 도무지 책임감 없는 어른들에게 언젠가는 다 갚아 주겠다고, 아주아주 멋지게 자라서 당당하게 말해줄 거라고 생각하며 씩씩하게 주어진 환경을 헤쳐 나가는 것이 전작의 이야기였다.

 

 

새카만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뛰기를 잘해서 붙은 별명 '찰랑이'가 이름보다 더 익숙한 봄인이는 생일인데 아무도 챙겨주지 않아 속상하다. 늦게까지 만화책 작업을 한 삼촌은 쿨쿨 자고 있고, 하나뿐인 손녀 생일마다 수수팥떡을 직접 만들어 주셨던 할머니는 요양원에 계시고, 작년 생일에 원피스를 보내주셨던 엄마도 소식이 없다. 하지만 오늘은 친구들과 키즈 카페에서 놀기로 했다. 재원이가 친구들까지 초대해 자신을 위해 번개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으로 봄인이는 위안을 삼는다.

그런데, 친구들인 모인 자리를 보자마자 봄인이는 깨닫는다. 이건 자신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재원이가 크림색 드레스에 공주처럼 왕관을 쓰고 있었던 거다.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봄인이는 친구들의 깜짝 파티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세상 모두한테 버려진 기분이 든다.

 

 

"찰랑. 좋은 일 있구나! 남재민이랑 연락된 거야?"
아, 현기증 나.
좋은 일이라니. 죽을 지경인데.
그런데 말이야, 참 이상하지. 갑자기 숨을 크게 들이마시게 되더라고. 용기가 필요할 때 나는 가끔 이래. 저번에 영모한테 사귀지 않겠다고 할 때도 그랬어. 지금도 그런 때야. 솔직해져야 할 때.            p.101

 

너무 슬프고 화가 나서 그대로 나와 버린 봄인이는 눈물을 쏟으며 무작정 걷고 또 걷는다. 집에는 가기 싫고, 전화할 사람도 없고, 아무도 모르는 데로 가 버리고 싶었던 거다. 그러다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요양원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뜻밖의 만남을 하게 된다. 어쩌다 보니 인기 절정의 아역 배우 남재민과 얽히게 된 봄인이는 늘 곁에 있었던 친구 영모에게 고백까지 받아 당황스럽기만 하다. 누구를 사랑하는 게 어떤 마음인지 조금은 알지만, 영모를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남재민 생각에 가슴이 막 두근거리니, 설레는 건지 어떤 건지 자신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자, 봄인이에게 찾아온 마법과도 같은 첫사랑의 순간은 어떻게 될까. 싱그럽게 반짝거리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사랑스럽게 펼쳐진다.

 

 

누구나 살면서 설레는 감정이 찾아오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 순간만큼은 일상의 모든 것들이 반짝거리고, 세상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듯한 기분도 든다. 하지만 반짝이는 순간은 계속되지 않는다. 영원히 지속되는 감정이란 없으니 말이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사랑은 살면서 꼭 필요한 마법과도 같은 감정이다. 그 사랑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말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든, 어떤 대상을 좋아하든,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한 존재는 성숙해지고, 앞으로 한 단계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바로 사랑의 힘이기도 하고 말이다.

 

당차고 똑 부러진, 어떤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래서 더욱 사랑스러운 봄인이와 철없는 삼촌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된다고 하니, 다정하고 유쾌하고 따뜻한 이들의 좌충우돌 일상이 어떻게 이어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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