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정원 (타샤 튜더 코티지 가든 에디션)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 윌북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샤의 정원이 환상이라면, 그 모습은 과거에 뿌리내리고 있다. 그림에서는 종종 담대한 행보로 용기 있게 새로운 색깔을 도입하지만, 타샤는 기본적으로 매사에 복고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역사가 깃든 것들을 선호한다. 사실 옛날에 쓰던 도구와 물건들, 아이디어들만이 그녀를 에워싸고 있다. 그것이 타샤 정원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녀의 원예 기술은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으로, 다른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에 잊은 방법들이다. 그녀는 여러 세대 전에 시골집 정원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을 종류의 식물들을 키운다.             p.25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 작가인 타샤 튜더는 독특한 라이프스타일로 더 유명하다. 버몬트 주 산골에 18세기풍 농가를 짓고 홀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그녀의 자연적인 삶의 바탕에는 바로 정원이 있다. 30만 평의 대지에 펼쳐진 타샤의 정원은 일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 '비밀의 화원'으로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 책은 타샤 튜더의 아름다운 정원 풍경을 사계절 동안 담은 포토 에세이이다. <타샤의 정원> 개정 신판으로, 포근한 감성의 일러스트 커버를 입은 '타샤 튜더 코티지 가든 에디션'이다. 




타샤는 아흔 살이 넘어서도 장미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당에 있는 풀 한 포기까지 진심으로 사랑하고, 식물 하나하나를 그대로 애지중지하면서 친한 친구처럼 이야기한다. 낡은 헛간, 오래된 도구, 고풍스런 옷을 즐기고, 어머니의 정원에서 가져온 가장 오래된 장미들, 멸종되다시피 한 패랭이속 품종들, 수선화들을 데려와 키운다. 친구들을 정원으로 불러 모으고,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고, 식물을 존중하는 마음을 나눈다. 무엇보다 타샤는 사랑하는 것에 푹 빠지는 사람이라, 정원이 절정에 다다르면 집 구석구석에 꽃장식이 넘쳐난다고 한다. 그러니 누구나 타샤의 집과 정원을 방문하면, 이곳에 푹 매료될 수밖에 없다.





가을에는 지하 저장실에 드나듦이 잦다. 감자 바구니는 문 바로 안쪽의 어둡고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계단 아래와 안쪽 깊숙한 곳에는 모래를 켜켜이 뿌린 당근, 사탕무, 무 상자를 놓고, 가끔씩 물을 뿌려준다. 부추는 단으로 묶어 나무 상자에 보관하고, 가끔 뿌리째 캔 양배추에서 흙을 털어내 고목 부분을 꼭 묶어서 매달아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쓴다. 이따금 양배추 뿌리는 다 먹지 못하고 상할 때가 있지만, 잎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 "못 먹는 이파리는 닭 모이로 주지요." 간단히 말해 그것이 타샤의 인생 철학이다. 한순간도 그냥 보내지 않고, 몸짓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고, 나뭇잎 하나 버리지 않는 것이.           p.200


타샤의 정원은 버몬트에서 가장 추운 곳에 있다. 3월이 시작되어도 뒷문에는 아직 1미터쯤 되는 눈이 쌓여 있다. 꽃밭은 아직도 깊이 잠겨 있지만, 씨앗과 구근 상자들이 매일 배달되며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는 중이다. 타샤는 구근을 구입할 때 백 개 이상씩 주문한다고 한다. 풍성하게 피어야 하니까, 수천 개씩 심는다고 말이다. 씨앗이 마련되어 파종 준비가 끝이 나면, 4월의 몇 주간은 '진흙탕 계절'이 되어 완전히 고립된다. 하지만 이내 눈이 빨리 녹는 언덕의 남쪽 기슭에 심어 놓은 구근 몇 개가 땅 위로 고개를 내밀면서 봄을 알리기 시작한다. 


5월이 되면 촘촘히 화초를 심은 꽃밭에 꽃이 만발한다. 5월에는 정원만 다시 태어나는 게 아니라 헛간 안마당도 분주해진다. 타샤는 깃털 달린 동물을 귀여워해 늘 밴텀닭과 뿔닭을 키웠다. 화가인 타샤에게 색감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5월의 꽃밭에는 새벽녘의 분홍빛, 연보라색, 라벤더빛, 연노란색, 흰색 등이 흩어졌다 다시 반복된다. 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정원의 모습을 생생한 묘사와 사진으로도 만나볼 수 있어 책을 읽는 내내 설레었다. 




정원을 가꾸는 것이 힘들지는 않냐고 묻는 이들에게, 타샤는 이렇게 대답한다. '난 정원의 나무나 꽃에게 특별한 걸 해주지는 않아요. 그저 좋아하니까 나무나 꽃에게 좋으리라 생각되는 것, 나무와 꽃이 기뻐하리라 생각되는 것을 하고 있을 뿐이지요.'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잡초 뽑기나 물 주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필요한 비료를 제대로 주고, 관심을 갖고, 소소한 것들을 매일같이 신경 써야 하는 일이니 말이다. 


이 책은 타샤가 맨발로 땅을 밟고 선 타샤가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온갖 화초와 나무를 심고, 물주고, 돌봐주고, 기르고 열매를 수확하며 보내는 1년간의 정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계절의 모습이 얼마나 다른지를 타샤의 정원 모습만 보더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계절의 변화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었구나, 새삼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온도와 바람을 느끼고, 달이 바뀌는 것을 챙겨가며 정원을 가꾸는 동화 속에 나올 것만 같은 삶을 살았던 타샤. 봄과 여름에 피는 색색의 꽃도, 가을에 추수하는 감자와 당근도, 긴 겨울의 온실에서 피어나는 동백꽃도 모드 자기 손으로 일구었던 것이기에 타샤의 정원은 그녀의 삶과도 같다. 언젠가 나이 들어 이런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페이지마다 염원처럼 묻어났다. 바쁘고 정신 없이 지나가는 하루하루의 일상 속에서 자연을 그리워해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