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 꼴까닥 섬의 비밀 파란 이야기 15
이재문 지음, 오승민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비밀이 있어. 우리 할아버지 말을 빌리자면, 아이들이야말로 그 비밀을 발견하기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대. 아무리 뛰어놀아도 지치지 않는 체력,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관찰력, 비밀과 수수께끼를 좋아하고 새로운 세계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호기심까지! 그러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모험'이야. 세상을 탐험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 눈이 반짝여야 할 아이들이 흐리멍덩해진 얼굴로 숫자나 암기하고 있으니."             p.68

 

재우는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공부하느라 늘 바쁘다. 엄마가 정해 준 '글로벌 리더'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불평 없이 노력하는 착한 아들인 재우의 평범한 일상은 희지와 짝이 되면서부터 완전히 달라진다. 희지는 가슴팍에 커다랗고 하얀 'H'를 수놓은 보라색 체육복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입고 다니는 엉뚱한 아이다.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며, 경계를 게을리해선 안된다며 괴상한 행동을 하곤 해서 친구들에게는 괴짜로 취급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희지의 헛소리가 현실이 되어 나타난다. 쫄쫄이를 입고 빨간 입술을 한 자들이 우르르 나타나 희지가 납치당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재우는 우연히 주부게 된 희지의 노트에서 나오는 강렬한 힘에 이끌려, 평소 성격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하게 되는데... 과연 재우는 희지를 악당들로부터 구해낼 수 있을까?

 

희지를 태운 트럭이 도착한 곳은 어느 한적한 부둣가였고, 차들은 멈추지 않고 승선했다. 그 동안 재우는 짐칸 안에 꼭꼭 숨어 있었는데, 이미 짐칸에 올라탈 때의 용기는 씻은 듯 사라진 상태였다. 엄마는 늘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 수 있다며,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재우는 자꾸만 두려워진다. 공부를 할 때도 그랬다. 정말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재우는 해내지 못할 까봐 두려웠고, 엄마를 실망시킬까 봐 겁이 났다. 그러는 사이 일당은 섬에 도착했고, 재우는 몰래 상자에서 빠져 나와 수풀 사이로 숨어든다. 하지만 금방 쫄쫄이들에게 들켜 희지와 함께 잡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곳은 화산 연기에 가려 있어 찾기 힘들기로 유명한 꼴까닥 섬이었다. 히든이 묻힌 곳으로 소문이 나서 다들 찾아 헤맸지만, 백 년 동안 딱 한 명 빼고는 아무도 찾지 못했던 곳, 그리고 그 한 명은 바로 희지의 할아버지인 모험가 송명이었다.

 

 

 

무엇보다도 재미가 없었다. 아빠처럼 살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도 아니었고, 손에 땀을 쥐게 하지도 않았다. 그것은 모험가의 삶이 아닌 머저리의 삶이었다. 더는 머저리로 살고 싶지 않았다. 재우가 아빠처럼 되지 않길 바라는 엄마 마음은 잘 알고 있다. 그렇다 해도 아빠는 아빠고, 재우는 재우다. 재우는 결코 아빠가 아니다. 재우는 재우의 길이 있다. 가슴 뛰는 일을 할 것이다. 비록 엄마의 말을 거스르게 될지라도 내가 살고 싶은 대로, 나답게 살 것이다. 재우는 큐브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두 눈을 의심케 할 만한 일이 벌어진 건 바로 그때였다.             p.141~142

 

극중 희지는 세상에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다. 모험가 그리고 머저리. 여기서 머저리는 머리가 저릿하도록 세뇌당한 무리를 뜻하고, 스스로를 철든 인간이라 칭하며 자기들 생각만 옳다고 믿는 철인들이 사람들을 세뇌시켜 '모험가'들을 업애려고 한다는 것이다. 철인의 우두머리인 소피아는 가공할 힘이 깃든 보물 '히든'을 찾아 세상 모두를 머저리로 만들려는 속셈이다. 희지가 잃어 버려 재우가 주운 그 노트가 바로 히든맵이었다. 히든맵에 따르면 꼴까닥 섬에 히든이라는 보물이 묻혀 있다고 하는데, 과연 재우와 희지는 철인들보다 먼저 히든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 작품은 <몬스터 차일드>로 제1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은 이재문 작가의 신작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이기도 한 작가는 평소에도 어린이들을 자주 관찰하는데, 그러다 '모든 사람들은 모험가로 태어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누구나 모험가로 태어나지만, 어른들이 정해 놓은 세상에 의해 모험가가 아니게 자랄 뿐이라고 말이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런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세상의 숨겨진 비밀 ‘히든’을 찾아나선 모험가들의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무언가를 열렬하게 좋아해 본 적 없는 사람도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만든다.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향해 최선을 다하는 마음과 실패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세상은 우리가 모르는 것 투성이라서 더 근사한 거라는 믿음으로 바로 지금, 나만의 가치 있는 히든을 찾으러 떠나 보자. 다섯 개의 히든을 찾는 모험가 재우와 희지의 모험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이 이야기는 나머지 히든을 찾는 모험으로 계속될 예정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