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천개산 패밀리 1~2 세트 - 전2권 특서 어린이문학
박현숙 지음, 길개 그림 / 특서주니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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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이 다 나쁜 건 아니야. 좋은 사람도......"
"시끄러워! 너는 똥 더미 위에서 굶고 살았으면서도 그런 말을 하고 싶니? 네 주인이 누군지 나는 몰라. 하지만 너를 짧은 줄로 묶어 놓고 밥도 안 주었던 걸 보면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야. 나는 살면서 좋은 사람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썩은 음식 쓰레기를 주던 농장 주인, 트럭을 몰고 왔던 그 남자, 다 똑같았어."
나는 목에서 넘어오는 울음을 꿀꺽 삼켰다.         - 1권, p.57

 

최근에 충격적인 뉴스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경기도 화성에서 최대 규모의 불법 강아지 번식장이 적발됐는데, 그곳에서 심각한 동물학대행위가 일어나고 있었던 거다. 무려 1400여 마리가 있는 불법 개번식장의 사진을 보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믿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행히 보도된 곳의 개들은 모두 구조가 되었지만, 사실 알려지지 않은 곳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만약 동물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방치하고 사육한 인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지 끔찍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개들의 입장이 되어, 그들의 편에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천개산 패밀리>는 초등학생들에게 사랑받는 <수상한 시리즈>의 박현숙 작가가 새롭게 시작하는 시리즈이다. 기존 수상한 시리즈가 아파트를 시작으로, 우리 반, 학원, 친구 집, 식당, 편의점, 도서관, 화장실, 운동장, 기차역, 방송실, 놀이터, 지하실, 교장실 등 일상 속 아이들에게 친근한 장소들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 주었다면, 이번에는 천개산에 모여 사는 유기견들의 이야기이다. 천개산 산66번지에는 모두 다섯 마리의 개가 살고 있다. 철창 안에서 냄새나는 음식 쓰레기를 먹으며 살다 그 끔찍한 개 농장에서 탈출한 얼룩이, 어깨가 쫙 벌어지고 덩치도 큰 대장, 길고 긴 하얀 털을 가진 덩치가 작은 바다, 주인이 이사 가 버린 빈 동네에 버려진 진돗개 번개, 길에서 똥 더미 위에 묶여 있다가 탈출한 미소까지 모두 주인에게 버려졌거나 방치되어 있다 탈출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개들이다. 그들은 천개산에서 서로 어울려 살면서 때로는 다투기도 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서로를 위하며 가족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럼 그 사람도 마을 사람들과 같이 우리를 의심하고 있는 거야? 너무해. 우리가 의심을 받고 누명을 쓰고 있으면 절대 천개산 들개들 짓이 아니라고 우리 편을 들어 주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그 사람에게 체온을 나눠 주다가 얼마나 아팠는데. 어쩜 그럴 수가 있어? 먹이를 물고 계곡으로 내려가다가 미끄러져서 다치기도 했단 말이다. 그리고 대장과 번개가 싸운 것도, 번개가 여기를 떠난 것도 그 사람 때문이라고. 은혜도 모르는 사람 같으니라고. 너무 화나.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 미소야, 우리가 바보 같은 짓을 한 거 같아."            - 2권, p.35

 

그러던 어느 날 천개산 산 66번지 근처에서 부상을 당한 인간이 발견된다. 모두들 사람에게 상처받고, 배신당한 경험이 있어 인간이라는 존재자체를 믿지 못하는 게 당연하니 그냥 모른 척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거긴 깊고 험한 산속이었고, 그들이 모른 척 하면 산속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개들은 인간을 도와주고 싶어 한다. 물론 그 중에는 사람이 싫다고 도와주기 싫다는 개도 있었고, 도와주고 싶어도 어떤 식으로 도와주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개도 있었다. 버림받은 주제에 사람 편을 들다니 한심하다고, 왜 그 사람한테 신경을 쓰냐고 화를 내는 개도 물론 있었다. 그렇게 조난 당한 인간을 두고 서로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하면서, 그들이 모아둔 식량이 사라지고, 개들은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추위와 굶주림으로부터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사람에게 배신 당한 경험이 있으면서도 왜 사람을 도와주어야 하느냐는 의견도 모두 말이 되기에 누가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식량을 훔쳐간 것은 누구일까. 그리고 개들은 자신들의 아지트를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을까.

 

 

2권에서는 조난 당한 사람이 헬기로 구조되어 가고, 그 사람이 살고 있는 동네인 산아래 예쁜 집들이 모인 전원주택 마을에서 닭과 오리가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떠돌이 들개의 소행이라고 의심할테고, 구조 당한 사람은 천개산에 들개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괜히 사람을 도와주는 바람에 이들은 자신들의 아지트를 옮겨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사라진 번개를 찾아 다니다가 마을에서 사라지는 닭과 오리 사건의 범인이 혹시 번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 마을에서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의 거짓말에 속아 큰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천개산 패밀리는 위험에서 빠져 나와 번개를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개들이 자신들을 버리고 위험에 빠뜨렸던 인간들을 끝까지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못하는 마음 약한 존재라는 점이 마음이 아팠다. 아마도 실제 현실에서도 그러할 것이다. 개들은 자신을 버리고 간 주인을 같은 자리에서 긴 시간 기다리기도 하고,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을 믿지 못하고 주인을 찾아 헤매다 사고를 당하기도 하니 말이다. 해마다 명절 연휴나 휴가철에는 반려동물 유기가 크게 늘어난다고 한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에 버려지는 동물이 최근 2년여간 4백 마리가 넘는다고 하니,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개들의 사연을 그저 허구의 이야기라고만 볼 수 없을 것 같다. 버리지 않고, 버려지지 않고,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세상이 오기를,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생각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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