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40만 부 기념 에디션) -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의 기술 53
이근후 지음, 김선경 엮음 / 갤리온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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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러스킨은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 가는 것이다. 하루하루 '깨끗한 새 정신'으로 살아야 좋은 인생을 살 수 있다. 65년 전 교장 선생님의 훈시를 지금에야 그 뜻을 깨닫고 가슴에 새긴다. 늦었지만 기쁜 통찰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교장 선생님 흉내를 낸다. "오늘도 또 깨끗한 새 정신으로 하루를 살자." 내가 오늘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내 인생의 하루를 그것과 바꾸고 있으니까.           p.130~131

 

생물학적으로 늙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지만, 그 늙어 가는 모습은 모두 제각각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거라면,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나이 든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 아니지만, 나이 들면서 좋은 일, 즐거운 일을 만들어 가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10년 넘게 40만 부가 판매되며 나이 듦에 관한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책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가 10주년 특별 에디션으로 새롭게 나왔다. 새롭게 쓴 저자 서문과 엮은이와의 대담도 수록되어 있으니, 오래 전에 읽었더라도 다시 한번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를 돌보며 살아온 저자의 몸은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육체적으로 쇠약해졌다. 하지만 인생을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유쾌하기만 하다. 20년 전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지금은 오른쪽 눈도 희미한 실루엣만 보인다. 이 책을 처음 펴냈던 10년 전에 이미 당뇨, 고혈압, 통풍, 허리디스크 등 일곱 가지 병이 있었는데, 이제는 몇 가지 병이 추가되어 걸음은 더 느려지고 말도 어눌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다할 때까지 즐겁게 살고 싶다는 그의 삶을 대하는 태도는 씩씩하고 긍정적이다. 죽을 때까지 아프지 않고 살면 좋겠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병에 걸렸더라도 내 몸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하면 된다고,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명의보다 낫다고 말한다. 병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자는 것이다. 사실 병에 걸리면 건강관리를 제대로 못한 탓인 것 같아 원망하고 자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당당하게 아파라'는 말을 듣고, 병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인생은 '여기here'와 '지금now'이다. 행복을 즐길 시간과 공간은 바로 지금, 여기다. 이것을 깨닫지 못하는 이들은 항상 다른 곳, 바깥에만 시선을 두고 불행해한다. 뇌 속에서 행복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물질은 엔도르핀이다. 엔도르핀은 과거의 행복한 기억, 미래에 다가올 행복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다. 지금 내가 즐거워야 엔도르핀이 형성된다. 사람이 어떻게 늘 행복하기만 하느냐고, 슬프고 괴로운 때도 있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는데, 그런 이분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괴롭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즐겁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다. 좋든 나쁘든, 나에게 닥친 이 순간에 충실할 때만이 인생은 즐거워진다.          p.277~278

 

이 책에는 여전히 재미있게 살고자 하는 노학자가 평생을 지켜온 삶의 원칙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나이듦이 두려움보다는 즐거움으로 느껴지도록 일상의 소소한 재미부터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일흔 넘어 시작한 공부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76세의 나이로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학과를 졸업한 것이다. 당시 1125명의 졸업생 가운데 최고령자이자 문화학과 수석 졸업자였다고 한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대학 교수였고, 정년 퇴임을 하고 나서 다시 시작한 공부이니,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나이가 들어 몸은 늙어도 생각은 녹슬지 않는다는 것, 체력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각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쓸데없는 공부'에 대한 마인드도 공감이 되었다. 공부가 꼭 쓸 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많은 사람들이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정신분석학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활용하는 가설이 '정신결정론'이라고 한다. 그 어떤 행동에도 원인이 있다는 가설이다. 쉽게 말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이 말은 우연이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우니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모든 일은 천천히 차곡차곡 진행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생각이 좋은 행동을, 좋은 삶을 이끈다는 것도 맞는 말일 것이다.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소망이라도 간직하고 바란다면 그것을 구체적으로 현실화시킬 기운과 힘이 생긴다. 그러니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아무리 절망적이라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잡고 실천하면서 나는 잘될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보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지금의 행복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이 책을 통해 나이 듦의 지혜 53가지를 배워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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