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바마 자기만의 빛 - 어둠의 시간을 밝히는 인생의 도구들
미셸 오바마 지음, 이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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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문제 옆에 작은 문제를 두면 다루기가 좀 더 쉬워진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모든 것이 크게 다가와 두렵고 막막할 때, 과도한 감정과 생각에 빠지거나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어 버거울 때, 일부러 작은 것부터 찾아가는 법을 배웠다. 나의 머리가 거대한 재앙과 파멸만 걱정하고 있을 때, 스스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마비되고 동요될 때, 나는 뜨개바늘을 집어 들고 두 손에 모든 걸 맡긴다. 나지막이 달각이는 소리와 함께 그 혹독한 순간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라면서.         p.59~60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였던 미셸 오바마의 첫 자서전 <비커밍>을 인상깊게 읽었었다. 시카고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어린 시절부터, 우등생으로 자라나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하고, 이후 하버드대 로스쿨에 가고, 일류 법률 회사에서 변호사로 일을 하다 신입 인턴인 버락을 만나게 되는 히스토리는 마치 드라마처럼 흥미로웠다. 특히나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여성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퍼스트레이디로서 모습은 여성들의 아이콘, 롤모델이라 할만큼 멋졌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남들과 나누는 과정 자체를 ‘비커밍' 으로 보았던 전작에 이어 5년 만의 신작인 이번 작품에서는 자신의 빛을 꺼뜨리지 않으며 크고 작은 난관을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비커밍>을 쓰면서 참았던 숨을 내쉬는 기분으로, 삶의 다음 단계가 시작되고 있음을 직감하며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전 지구적인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곳곳이 고통과 상실, 불확실성의 늪에 한동안 빠졌고, 그 와중에도 혐오 범죄와 적개심과 차별 가득한 편견으로 인한 문제들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사람들은 <비커밍> 이후에 미셸에게 종종 답변과 해결책을 물었다. 우리가 왜 어떻게 불공정과 불확실성 사이에서 길을 찾아야 하는지, 힘겨운 시기에도 '품위를 지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앞의 혼란을 좀 더 수월하게 헤쳐나가고 극복할 수 있는 어떤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답하며 다양한 대화를 했다.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 그러한 시간들에 대한 결과물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의 차별성은 보물이면서 도구다. 쓸모가 많고 타당하며 귀중하다. 차별성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뿐 아니라 우리 주변 사람들의 차별성을 알아볼 수 있으면 중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여겨졌던 경험을 자꾸 자꾸 다시 쓸 수 있다. 누가 속하고 누가 속하지 않는지에 관한 인식을 바꾸고 더 많은 사람을 위한 더 넓은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데서 오는 고독감을 차근차근 줄여갈 수 있다. 주어진 과제는, 관점을 바꿔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귀중하게 여기고 기뻐하는 것이다.          p.319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왕성한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는 미셸은 그 동안 전 세계 여성과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뿌리 깊은 편견을 깨뜨리는 데 앞장서왔다. 이 책에는 백악관을 떠난 이후 지난 5년간의 소회도 가감 없이 담겨 있지만, 팬데믹 이후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시대에 그녀가 어떻게 의지와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갔는지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인생의 도구들'에 대해서도 그리고 있다. 두려운 일이 있을 때, 자신의 우려와 분노보다 작은 것, 압도적인 좌절감보다 작은 것에 자신을 맡긴다며 온라인으로 구입한 초보자용 뜨개바늘로 시작한 뜨개질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려 준다. 뜨개질이 인종차별을 종식하거나 바이러스를 파괴하거나 우울증을 치료해주지는 않지만, 너무 작고 사소해서 중요해 보이지도 않는 것이 결국은 커다란 문제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해 노력하는 일, 타인과 짐신 어린 관계를 맺는 법, 한계를 기회로 바꾸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품위 있게 가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책은 불확실성 앞에서 우리를 똑바로 서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 혼돈의 시기에 우리가 의지할 만한 도구를 찾는 방법에 대해서, 그리고 다름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살면서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자신의 삶과 경험을 짚어가며 고민하고 있기에, 진정성있게 와 닿는 부분들이 많았다.  인생의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깔끔하고 명쾌한 해결책이나 정답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품위 있게 계속 나아가는 자세와 지치지 않고 삶을 사랑하는 태도는 기어코 '자기만의 빛'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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