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위험한 과학책 위험한 과학책
랜들 먼로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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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0켈빈, 즉 절대온도 0도인 커다란 물체 옆에 있으면 위험할까요? -크리스토퍼
A. 그러니까 당신은 극도로 차가운 철 큐브를 거실에 설치하기로 했어요. 우선, 절대 만지지 마세요. 만지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기만 한다면 당장 고통 받지는 않을 거예요. 차가운 물체와 뜨거운 물체는 다릅니다. 뜨거운 물체 옆에 있으면 금방 죽을 수 있어요. (금방 죽을 수 있는 방법을 더 보려면 이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세요.) 하지만 차가운 물체 근처에 있다고 해서 곧바로 얼지는 않습니다.          p.24~25

 

<위험한 과학책>, <더 위험한 과학책>에 이어 이 시리즈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과학책>이 나왔다. 저자인 랜들 먼로는 NASA에서 로봇 공학자로 근무하다 퇴사 후 사이언스 웹툰을 그려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이 시리즈를 통해서 밀리언셀러 작가가 되었다. 랜들 먼로에게 날아드는 질문들은 점점 위험하고 엉뚱해지고 있지만, 그 어떠한 질문도 제대로 된 과학적 현실로 풀어내는 그의 답변 또한 나날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태양계가 목성까지 수프로 채워져 있다면 어떻게 될까, 헬리콥터의 회전날개를 손으로 잡고 있는데 누가 시동을 걸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지구에서 철 덩어리를 증발시키면 어떻게 될까, 지금 당장 우주의 팽창이 멈춘다면 우주 끝까지 자동차를 타고 가는 데 얼마나 걸릴까, 뉴욕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나타난다면 하루에 몇 명을 잡아먹어야 필요한 칼로리를 얻을 수 있을까, 일생 동안 다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책이 너무 많아진 것은 인류 역사의 어느 지점인가 등등 엉뚱한 질문과 바보 같은 질문에도 랜들 먼로는 과학을 통해 진지하게 답변해준다. 설사 쓸모없는 답이라고 해도 읽는 동안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유용한 정보를 얻은 듯한 기분도 들게 하는 것이 랜들 먼로의 매력이다.

 

 

Q. 토스트로 우리 집을 난방하려면 얼마나 많이 있어야 할까요? -페테르 알스트룀, 스웨덴
A.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토스터를 계속해서 돌리면 집에 불이 날 테니까요. 일단 불이 붙으면 당신 집은 다 탈 때까지 자체 난방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집에 불이 나기 전 짧은 시간 동안에는 토스터가 아주 적당히 난방을 할 거예요.            p.271

 

네 살 반인 딸이 10억 층 건물을 짓겠다고 고집을 피우는데,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게 해주기도 어렵고,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설명할 수가 없다는 질문에 대해 랜들 먼로는 건물을 너무 높게 만들면 위쪽이 무거워서 아래쪽을 무너뜨린다며 땅콩버터 탑을 예로 들어 설명해준다. 땅콩버터 실험을 통해 벌어진 일이 건물에서도 일어난다고, 그것이 왜 불가능한 것인지 과학적으로 알려 주는 것이다. 부서지지 않는 20미터 너비의 유리관을 바다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서 바닥에 서면 어떻게 될지, 그러니까 해저에 세운 유리관을 타고 마리아나 해구에 닿는다면 어떨지에 대한 질문에도 아주 흥미로운 대답이 기다리고 있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질문들이 많았다. 11사이즈의 신발 상자를 채우는 가장 비싼 방법, 진공관으로 스마트폰을 만든다면 어떨지, 한 사람이 구름 하나를 통째로 먹을 수 있는지, 돋보기를 이용해서 달빛으로 불을 붙일 수 있는지 등등 아주 쉬워 보이는 질문도 있고, 말도 안 되는 질문도 있었지만, 어떤 질문이든 그 기발한 상상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에 대한 랜들 먼로의 대답은 더 기발했고 말이다.

 

 

이 책은 그렇게 '일상적인 일들을 흔하지 않은 방법으로 접근하여 시도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를 살펴보는 과학책이다. 그러니까, 어떤 상황을 해결하려고 할 때 옳은 방법과 잘못된 방법과 너무나 어이없이 복잡하고 과도하며, 바보 같아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을 방법이 있다면, 바로 그 세 번째 방법에 대한 것이다. 말도 안 되게 쓸모 없는 질문들로 가득 차 있음에도 아이러니하게 끝내 주게 재미있는 과학책이다. 기상천외한 궁금증에 대해 과학적인 수치와 계산, 그리고 논리적 추론 방식을 통해서 그 상상력의 현실 버전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실제 과학 이론과 수식들로 치밀하게 계산된 내용들을 수록하고 있지만, 기발한 인포그래픽과 재미있는 그림들로 가득 차 있어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도 특별한 점이다. 특히나 랜들 먼로 특유의  ‘막대 모양 캐릭터’가 등장해서 딱딱하고, 어렵게 느낄 수도 있는 과학적 추론과 이론들을 쉽고 재미있게, 위트와 풍자까지 더해가면서 보여주고 있어 누구라도 과학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물리학, 화학, 기상학, 생물학, 천문학 등의 다양한 분야의 과학적 지식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온갖 황당한 상황을 상상해보고, 쓸모 없어 보이는 것에도 진지하게 호기심을 멈추지 않는 것,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에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던진 뒤 황당한 답을 찾아 나가는 것, 바로 그것이 진짜 과학의 세계라는 것을 유머를 통해서 들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상상만 했던 일들이 과학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이 끝내주게 재미있는 과학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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