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굉장한 세계 - 경이로운 동물의 감각, 우리 주위의 숨겨진 세계를 드러내다
에드 용 지음, 양병찬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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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의 세계는 소란스럽고, 페로몬이 앞뒤로 오가는 시끄러운 세계다"라고 윌슨은 말했다. "물론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한다. 우리는 이 작고 불그스름한 생명체들이 허둥지둥 지상을 돌아다니는 것 외에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엄청난 양의 활동, 조정, 의사소통이 진행되고 있다."           p.57~58

 

수많은 생물이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환경세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우리에게 완전한 침묵처럼 여겨지는 것에서 소리를 듣고, 완전한 어둠처럼 보이는 것에서 색깔을 보고, 완전한 고요처럼 느껴지는 것에서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동물이 있다. 이 책은 그 놀라운 세계를 생생하게 경험하도록 해준다. 에드 용의 신작 <이토록 굉장한 세계>를 어크로스의 600P 클럽으로 읽었다. 매일 정해진 분량만큼 읽으면 되니 600페이지를 훌쩍 넘는 분량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3주 동안 매일 딱 정해진 분량만큼만 읽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더 읽고 싶은 순간이 많았지만 참았다. 사실 굉장히 책을 빨리 읽는 편인데,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췄다. 하루의 분량만큼만 읽는 대신 더 깊이 사유할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확장되고 깊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다른 감각과 달리 동물의 통증에 대해 논쟁할 때, 사람들은 종종 '동물은 우리가 느끼는 것과 정확히 같은 것을 느끼거나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중간 상태를 상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동물이 무엇을 고통스럽게 여길지, 과연 고통을 겪고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기가 까다로운 만큼 더 흥미로운 장이었다. 리딩 가이드의 미션들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만약 내가 어떤 동물이라면, 어떤 자극에 어떤 식으로 통증을 표현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거나, 내가 만약 개미만큼 작아졌다면 책상 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은 어딜지, 고충은 무엇일지 적어보기도 했다. 사실 굉장히 책을 빨리 읽는 편인데,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췄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더 읽고 싶은 순간이 많았지만 참고, 딱 그날의 분량만큼만 읽고 있는데, 단점은 그렇게 매일 매일 읽느라 책을 너무 열심히 펴본 덕분에 책등이 갈라지기 시작했지만, 그만큼 더 깊이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중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는 동물의 모든 감각, 신경계와 신체의 나머지 부분, 욕구와 환경, 진화적 과거와 생태적 현재에 대해 알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직관이 얼마나 쉽게 우리를 오도할 수 있는지 인식하고, 겸손하게 이 작업에 접근해야 한다. 부분적으로 성공한 시도조차 지금껏 우리가 몰랐던 경이로움을 드러낼 것임을 알기에, 희망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p.500~501

 

전통적인 오감 중에서 청각과 촉각이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촉각은 표면과 관련 있는 데 반해, 청각은 소리를 다루는 것이니 말이다. 에드 용은 이에 대해 올빼미와 발울뱀, 그리고 캥거루쥐의 사례를 보여주며 설명해준다. 모든 생물들은 소리와 연결되어 있고, 동물의 청각도 필요에 맞게 조율되어 있지만, 어떤 동물들은 아예 들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인상적이었다. 여덟 개의 눈을 가지고 있는 깡충거미는 중앙 눈과 보조 눈 등 각각의 눈들이 모두 각기 다른 임무를 수행하며 엄청난 정보를 처리하고, 사색형 색각으로 새로운 차원의 색을 구별하는 벌과 지반진동을 이용해 장거리 의사소통을 하는 코끼리도 있다. 이렇게 인간에게는 없는 감각을 사용하는 놀라운 동물들의 세계는 지구라는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서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마치 평행우주에 사는 것처럼 전혀 다른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어크로스의 600P 클럽으로 에드 용의 <이토록 굉장한 세계>를 3주에 걸쳐 차곡차곡 읽었다.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서, 똑같은 감각을 공유할 때조차도, 동물들의 환경세계는 우리와 매우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손에 잡힐 듯 명확하고, 구체적인 사실로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리에게 완전한 침묵처럼 여겨지는 것에서 소리를 듣고, 완전한 어둠처럼 보이는 것에서 색깔을 보고, 완전한 고요처럼 느껴지는 것에서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동물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전혀 깨닫지 못한 채로 살고 있다. 박쥐의 기분을 상상해보고, 물고기의 통증을 느껴보고, 나비가 바라보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색을 감상해보는 경험은 이 책이 아니면 그 어디서도 해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장을 덮고 주변의 세계를 바라보면, 내가 알고 있던 세계의 모습이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내가 발을 딛고 있는 땅에도, 내 주변의 공기에도 우리가 탐지하지 못하는 신호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상상력을 가뿐하게 넘어서는 마법의 돋보기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인간의 오감 너머에 존재하는 경이로운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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