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 샐 싱 미스터리 편 여고생 핍 시리즈
홀리 잭슨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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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감이 맞는다면 샐 싱은 범인이 아니다. 그럼 대체 누가 앤디 벨을 죽인 거지? 내가 정말로 사건을 해결하고 앤디 벨을 살해한 진범을 밝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과학수사를 활용할 수 있는 경찰관도 아니고 그렇다고 망상론자도 아니다. 하지만 이 과제를 통해 샐이 유죄라는 기존의 정론에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수 있을 정도의 사실과 논리를 제시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p.15

 

영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미모의 금발 여고생 앤디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당시 앤디의 남자친구였던 모범생 샐은 그의 가장 친한 친구들 네 명과 함께 있었다. 하지만 며칠 뒤 친구들은 샐이 집으로 돌아간 시간에 대해 거짓 진술을 했다고 자백했고, 경찰은 샐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경찰은 그를 어디서도 찾지 못했고, 그날 저녁 숲에서 샐의 시신이 발견된다. 자살이었고, 여러가지 정황상 샐이 범인인 것으로 사건은 종결 처리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시신이 확인되지 않은 앤디 역시 죽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5년 뒤, 똑똑한 여고생 핍은 학업성취도평가를 위한 수행평가 과제로 앤디 벨 실종사건에 관해 탐구활동을 하기로 한다. 지도교사는 윤리적인 선을 지킨다는 조건하에 과제를 허락해 주었고, 핍은 당시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샐의 남동생부터 찾아간다.

 

핍은 샐이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이제부터 그걸 증명해 보일 참이다. 5년 전 그날 앤디 벨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핍은 앤디 벨 실종을 둘러싼 정황 조사부터 시작해,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관계자들을 찾아 다니며 인터뷰를 시작한다. 앤디는 아빠랑 사이가 좋지 않았고, 당시 기자회견에서 앤디의 아빠는 앤디에 대해 '과거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단순한 실수일까, 아니면 그가 딸의 죽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조사를 진행해갈수록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고, 의심이 되는 인물들의 리스트는 늘어만 가는데, 과연 핍은 이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핍은 한참 출력물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뭐랄까, 원초적이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핍을 압도했다. 무감각한 분노에 뒤이어 공포가 덮쳐왔다. 핍의 몸 구석구석 배신의 아픔이 퍼져나갔다. 핍은 휘청이며 뒤로 물러나 창밖을 내다보았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반쯤 시든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핍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핍은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금 그때 그 순간을 떠올려보았다.           p.426

 

살인 사건 수사를 여고생이 한다는 점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그것을 수행평가 과제로 선정해 조사를 한다는 점이 독창적인 작품이다. 이야기는 핍의 활동 일지와 인터뷰 녹취록, 점점 늘어나는 용의자 파일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학교 제출용 프로젝트 중간보고서 형태로 정리가 되어간다. 중간 중간 사건 당시의 이동 경로를 표시한 지도라든가, 용의자를 관계도로 정리한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어 사건을 추적하는 데 현실감과 긴장감을 부여해준다. 게다가 여고생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사건 조사이지만 전혀 유치하지 않고, 굉장히 진지하게 서사가 흘러가고 있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경찰서에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서류를 살펴보는 중 최대한 실제 사건 정보를 토대로 추리를 펼치는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따라가는 독자 입장에서도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미제 사건을 해결하거나 이미 종결된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야 기존에도 있어 왔지만,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학교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은 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다. 신선한 설정만큼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여고생 ‘핍’을 주인공으로 하는 미스터리 3부작 '여고생 핍 시리즈' 그 첫 번째 이야기이다. 홀리 잭슨은 이 작품에 이어 후속편으로 <굿 걸, 배드 블러드>와 <에즈 굿 에즈 데드>를 출간했다. 두 번째 작품도 곧 국내에서 번역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를 아우르는 최고의 미스터리 소설이라 평가받으며 영미권 최대 서평 사이트 굿리즈 초이스 어워드goodreads choice award 영어덜트 소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 BBC TV 드라마(6부작) 제작중에 있다고 하니, 영상화된 버전에서는 여고생 핍을 어떤 배우가 맡을지도 기대가 된다. 케임브리지를 지망했던 핍이기에 두 번째 작품에서는 대학생이 되어 새로운 환경에서 활약을 보여주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두 번째 작품도 국내에서 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고대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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