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우주 이야기 - 밤을 깨우는 신비로운 산책,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2023년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선정
에드비제 페출리 외 지음, 알리체 베니에로 그림, 신동경 옮김, 실비아 베키니, 윤성철 감 / 아울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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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에서 출발한 빛은 8분이 지나서야 지구에 도착하니까, 우리가 보는 건 8분 전의 태양이야. 마찬가지로 우주 어딘가에서 지구를 볼 때도 시간의 차이가 생겨. 외계인이 자기 행성에서 망원경을 들여다보다가, 아주 멀리 떨어진 작은 점, 그러니까 지구에 사는 우리를 발견했다고 상상해 봐. 외계인이 보는 건 우리의 과거 모습일 거야. 외계인이 있는 행성이 지구에서 벌리 떨어져 있을수록 더 오래된 과거를 보게 되겠지.         p.62

 

어린 시절에 가장 좋아했던 것이 과학, 그 중에서도 천문학이었다. 과학잡지 Newton을 꽤 오래 읽었는데, 당시에 흥미로운 이슈들이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나를 매혹시켰던 것이 블랙홀, 우주와 관련된 분야였다. 무한대의 우주란 끊임없는 이야기 거리가 쏟아져 나오는 곳이었고, 천문학과 관련된 이야기는 신기할 만큼 읽어도 읽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주를 다루고 있는 책들도 꽤 많이 읽었는데, 대부분 너무 전문적이어서 어렵거나, 반대로 기본적인 정보의 나열들로만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서 아쉬웠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우주 덕후로서 아주 만족스러운 책을 만났다.

 

 

이번에 만난 <끝없는 우주 이야기>라는 책은 저자가 무려 6명이나 된다. 실제로 초기 블랙홀을 연구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여성 천문학자 6인(에드비제 페출리, 마리아 오로피노, 라파엘라 슈나이더, 로사 발리안테, 시모나 갈레라니, 툴리아 스바라토)이 직접 기획하고 집필했는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것이 특징이다. 우주를 사랑하는 어린 동생과 천문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언니, 두 자매를 주인공으로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우주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게다가 너무도 아름다운 일러스트들이 시선을 사로잡고, 쉽게 읽히지만 굉장히 전문적인 내용들을 다루고 있어 어른 독자들에게도 훌륭한 우주 가이드가 되어 준다.

 

 

우리를 꿈의 세계로 초대하는 건 별로 가득한 하늘만이 아니야. 멀지 않은 곳에서도 특별한 것을 찾을 수 있어. 우리가 매일 밤 보는 달은 지구의 유일한 자연 위성이야. 쉽게 구할 수 있는 단순한 쌍안경만으로도 달 표면을 뒤덮은 크레이터와 넓은 평원을 볼 수 있단다... 그렇지만 우린 아직 달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아. 가장 큰 미스터리는 달이 '어떻게' 만들어졌냐는 거야.          p.175

 

두 자매는 모두가 잠든 밤에 어둠 속 산책을 나선다. 시간을 뛰어넘어 눈으로 우주를 관찰하기 위해서다. 별을 관찰할 때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서 적당한 장소를 찾아 편안하게 눕고, 손전등을 끄자 밤하늘이 더 깜깜해진다. 그리고 다음 순간,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하나 둘 하늘에 별이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나 이 책이 더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자매가 우주를 체험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놀이와 관찰을 한다는 것이다. 은하수의 멋진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방법을 알려 주고, 우주가 팽창하는 것을 느껴보기 위해 풍선을 불어서 관찰하고, 세가지 색깔의 블록을 통해 갓 태어난 아기 우주를 만들어보기도 한다. 중력을 느껴 보기 위해 여러 친구들과 은하가 되어 중력 실험을 하고, 일곱 색깔 펜으로 뉴턴의 색 바퀴를 만들어 보고, 별 모빌을 직접 꾸며보기도 하고, 블랙홀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는 간단한 실험도 해본다. 단순히 우주를 눈으로 보고, 글로 읽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모든 건 138억 년 전에 시작되었다. 물론 그때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여전히 우리는 아는 게 많지 않다. 그러다 어느 순간 '빅뱅'이 일어났고, 우주가 팽창하기 시작했다. 현재로서는 우리가 다른 은하에 직접 가서 연구할 방법은 없어, 아주 멀리 떨어진 은하들의 빛을 분석해서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를 측정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에 도달하는 빛은 저마다의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어서 최근에 일어난 사건뿐 아니라, 아주 먼 과거에 일어난 일도 알 수 있다. 우주를 여행하는 빛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빅뱅과 블랙홀, 태양계 등 다양한 정보들을 만날 수 있어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주에는 시간의 비밀과 모든 것이 시작된 순간이 새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모든 것의 시작인 빅뱅부터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관찰하고, 매혹적인 우주의 전령인 빛에 대해 공부하고, 별과 행성이 모여 만들어진 은하와 그 너머를 들여다보고, 블랙홀에 대해 알아보고, 태양계를 탐험한 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사는 외계 생명체를 떠올려본다. 동생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 언니가 유려한 답변으로 동생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며, 각종 실험과 놀이를 통해 우주를 직접 체험하게 해준다.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은 신비로운 우주에 대해 다정하게 알려주는 아름다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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