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삶을 위로할 때 - 더 나은 인생을 위한 철학자의 말들
라메르트 캄파위스 지음, 강민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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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때로 자신의 가치판단 때문에 불필요하게 힘든 상황을 겪는다. 현재 겪는 불행이 처참하다고 생각해서 더욱 수렁에 빠질 이유가 무엇인가? 불행은 그저 불행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고난의 시기를 겪음으로써 몇 년 후에 오히려 상실을 받아들이는 매우 건전한 과정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사랑 때문에 괴로울 때 우리는 대개 이렇게 생각한다. ‘일생에 한 번뿐인 사랑이었어.’, ‘앞으로 그런 사람을 또 만나지 못할 거야.’, ‘헤어짐을 받아들일 준비를 미리 했어야 했어.’라고 말이다. 이런 판단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p.30

 

매일을 마지막 날인 것처럼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타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도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도전이자 자아실현이며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서의 일을 제대로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은 철학적 사고를 통해 얻을 수 있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철학자 라메르트 캄파위스는 이 책에서 일, 사람, 죽음, 예술처럼 우리를 둘러싼 것들을 비롯해 불안, 분노, 불만, 자아 등 내 안의 감정들까지 18가지 주제에 대한 위대한 철학자들의 치열한 고민과 생각을 들려준다. 그는 철학이란 관점의 유연성을 훈련하는 것이며, 새로운 관점으로 인해 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더 잘 보살필 수 있도록 사고력을 높여주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단단한 나를 만들어주는 철학, 타인과의 관계를 위한 철학, 세상과 화해하기 위한 철학이라는 주제로 세 개의 카테고리를 나누어 구성하고 있다. 각각의 주제 안에는 위로, 불안, 분노, 불만, 자아, 죽음이라는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감정에 대하여, 우정, 믿음, 의심, 섹스, 불순응주의, 윤리라는 타인을 대할 때 필요한 감정에 대하여, 그리고 일, 숫자, 자유, 사람, 예술, 스마트폰이라는 세상과 우리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여타의 철학서들과는 다르게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며, 마치 자기계발서나 심리학서처럼 읽히는 철학자의 말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철학자들의 생각이 완전한 해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답은 우리가 스스로 찾아야 하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좀 더 깊어지고 넓어진다.

 

 

 

오늘날 우리는 대부분의 삶의 영역에서 조상들에 비해 훨씬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됐다.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직업을 가져서 어떻게 커리어를 꾸려나갈지, 또 누구를 만나 사랑하고 어디에서 살지, 가족과 함께 살 것인지 떨어져 살 것인지 등등 무수히 많은 선택지 앞에 선다. 우리는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으며 또 원하지만, 바로 이것 때문에 불안해질 뿐 아니라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해 고민에 빠진다. 어쩌면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을 원했던 것은 아닐까? 이 모든 선택지가 우리를 그토록 시험에 들게 한다면 우리는 도대체 왜 많은 선택지를 원하는 걸까?           p.206

 

이 책을 읽으며 특히 '충분한 것을 충분하다고 여기는 방법'에 대한 챕터가 흥미로웠다. 인간은 왜 스스로를 만족할 줄 모르게 만들고 정말 중요한 것들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욕망에 빠지는 것일까. 충분한 것을 충분하다고 여기지 못하는 마음에 대해서,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은 욕망을 추구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등한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가장 해결하고 싶은 고민에 대해서 철학은 무슨 답을 해줄 수 있을까. 에피쿠로스가 학생들에게 만족하는 법을 가르치며 욕망을 세 가지로 구분한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굶지 않고, 춥지 않고, 안전, 건강 등의 자연스러우며 반드시 필요한 욕망과 좋은 것을 많이 먹고, 비싼 옷을 많이 갖는 등의 자연스러우나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 욕망, 그리고 지위, 부, 성공, 권력 등 자연스럽지 않으며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은 욕망을 구분해보며, 나는 어떤지 생각해 본다.

 

에피쿠로스의 조언에 따르면 우리는 자연스러우며 반드시 필요한 욕망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욕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올해는 그렇게 꼭 필요한 욕망 외의 것들에 대해서 조금 더 초연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내내 '평온하고 소박한 삶이, 성공을 추구하며 끊임없는 불안에 시달리는 삶보다 더 행복하다'는 책 속 문장이 그 어느 때보다 와 닿는 시간이었다. 소크라테스, 칸트, 니체, 롤스, 디오게네스, 에피쿠로스 등 위대한 철학자들의 말은 여타의 철학서들에서도 충분히 만나보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철학적 사유들을 책 바깥으로 끄집어내 우리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 기술로 확장시키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단단한 나를 만들어주는, 일상과 맞닿아 있는 철학의 사유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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