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빛나게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 -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황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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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행성은 저마다 중력이 있고, 그 중력의 힘을 이용해 우주선은 이리저리 휩쓸리며 경로를 바꾸면서 여행한다. 그런 우주선의 모습이 우리 삶과 닮았다고 느꼈다. 인간에게도 중력 혹은 운명처럼 절대 거스를 수 없는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가끔은 이런 거스를 수 없는 것들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어서 힘차게 살아갈 때도 있고.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어딘가에 닿게 되겠지. 그곳이 어디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힘을 거스르지 못해 음악을 만들고, 그 힘을 동력 삼아 음악을 만들며 살아간다.          p.14

 

온앤오프의 음악을 프로듀싱했고,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레드벨벳, 세븐틴 등 수많은 아티스트의 곡을 작업한 작곡가 황현의 에세이이다. '한국의 베토벤', '황버지'라는 수식어로 오랜 시간 케이팝 한가운데에서 활동했던 이가 음악이 아닌 글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뭘까 궁금해졌다. 밤하늘에 별이 쏟아지는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표지를 한 겹 넘기면 파스텔 톤의 석양이 지는 바다가 나타난다. 누구나 삶에서 반짝이는 순간을 한 번쯤은 맞이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기쁨과 슬픔, 고통과 후회의 파도를 넘나 들면서 살고 있지만, 가끔은 그저 숨을 쉬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반짝이는 삶이라고, 우리를 빛나게 할 일들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음악을 직업으로 하고 있어 화려하게만 보이는 삶이지만,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한 인간의 반복되는 일상은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글들이었다. 노래 가사처럼 감각적인 문장도 있었고, 인간적이고 진솔한 문장들도 있었다. 그가 만든 음악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나처럼 가요를 잘 듣지 않더라도, 음악 얘기만 하는 책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에 실패하고, 잊혀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치여 울고 싶기도 하는 모습들 모두 누구나 한번쯤 겪게 되는 상황들이니 말이다. 그 속에서 누군가는 다양한 감정들을 복기하며 곡을 써냈고, 그렇게 탄생한 음악들이 또 다른 누군가의 하루를 빛나게 해준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작곡가로서의 내 삶을 말하자면, 늘 재미있지는 않다. 오히려 고민과 고통이 반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데드라인은 언제나 정해져 있고, 해를 거듭할수록 나의 곡을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탓에 자주 압박감을 느낀다. 자꾸 도망치고 싶을 때는 '이번까지만 하고 그만하자'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만하자 해놓고 나는 또 작업실에서 나를 태우고 있다. 일단 내 몸을 망치더라도 작품을 만들어내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야 내가 살아갈 수 있다. 이것이 내 삶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p.271~272

 

누구나 타인의 단편적인 일상을 보며 그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라 착각하며 살아 간다. SNS만 보더라도 불행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겉으로 보여지는 것은 한 사람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니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타인을 부러워할 필요도, 괜한 자격지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 나만의 기준을 지키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는 스스로를 나 자신은 알아줘야 하는 것이다. 자존감이 뭐 별건가. 내가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걸 적어도 내가 알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황현의 섬세한 글을 읽으면서 조용한 위로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인터미션이 필요하다'는 문장이 특히 와 닿았다. 가끔 너무 정신 없이 바쁘게 살다 보면, '랙'걸린 게임 캐릭터처럼 버벅이다 실수를 하게 된다. 그럴 때, 억지로라도 바깥에 나가서 쉬는 시간을 갖으라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그는 바쁜 하루라는 연주회의 인터미션 타임이 되면 근처 카페에 가서 멍하니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고. 생각을 덜어내고, 일부러 사방을 흐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조금 쉬는 기분이 든다고 말이다. 이것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쉬는 것을 불안해하지 말고, 그냥 쉴 것. 그 짧은 휴식이 내일을 살게 하는 힘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열심히 산 것 같은데 가끔은 잘 살 고 있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면, 위로가 필요한 순간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멜로디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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