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다운
피터 메이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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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도대체 뭐가 들어 있길래 그래요?" 현장감독은 초조한 듯이 물었다. 구덩이 안에서 남자가 조심스럽게 가방 안을 쳐다보며 말했다. "뼈예요." 숨죽여 말했지만 모두가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사람 뼈."
"그게 사람 뼈란 걸 어떻게 알아요?" 사람들 무리 중 누군가가 물었다. 깜짝 놀랄 만큼 시끄러운 목소리였다.
"왜냐면, 지금 망할 두개골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거든." 그러면서 이 키 큰 남자는 자기의 두개골을 돌려 위쪽을 올려다보았는데 두개골 사이의 피부가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듯했다. "그런데 어른의 뼈라기엔 너무 작은데. 이건 분명 어린아이의 뼈예요."           p.18

 

수도 전역에 봉쇄령이 떨어진 런던,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정부로부터 허가 받은 사람들 뿐이었다. 시대 곳곳에는 군대 검문소가 설치되어 있었고, 총기를 든 군인들 외에 거리는 거의 텅 비어 있었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인해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영국으로 들어오거나 영국을 나가는 것 모두가 금지되었다. 그럼에도 바이러스가 영국을 벗어나 전 세계로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대중교통도 운행이 중지되었고, 공항은 무기한 폐쇄되었으며, 런던의 수도권 경제는 급락했다. 응급 의료 서비스는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선 상황, 임시 병원을 짓기 위한 건설 현장에서 사람 뼈가 든 가방이 발견된다. 사망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린아이의 유골이었다.

 

런던 경찰청의 맥닐 형사는 마지막 근무를 채 몇 시간 남겨두지 않은 상태였다. 아내와 별거 중인 그는 여덟 살 아들 션을 위해 충분히 시간을 내지 못했던 지난 날을 만회하기 위해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런데, 션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학교도 전부 폐쇄되어서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일도 거의 없었고, 불과 일주일 전에 만났을 때만 해도 아무런 문제도, 어떤 증상도 없었는데 말이다. 감기처럼 시작된 증상은 순식간에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고, 아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맥닐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퇴직을 하루 앞둔 형사, 그의 앞에 놓인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살인 사건, 유골의 정체가 탄로 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킬러와 그의 배후, 팬데믹으로 인해 봉쇄되어버린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숨가쁘게 끝을 향해 달려 간다.

 

 

 

맥닐이 가는 곳마다 사람이 죽어 나갔다. 누군가 입을 막기 위해 사람들을 처단하고 있었다. 살인범의 조급한 마음이 맥닐한테까지 느껴졌고, 맥닐은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지는 자세한 이유도, 결과도 아무 것도 모르지만 시급을 다투어 이 일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직감했다... 아주 미미한 달빛의 흔적만이 구름 사이로 투과되어 나오고 있었다. 얼음장 같은 바람이 정원의 숨을 조르고 있는 죽은 잔디 사이로 바스락거리며 지나갔고, 사람의 손길이 끊겨 제멋대로 자란 관목을 흔들고 지나갔다.       p.261~262

 

배리상을 수상한 <블랙하우스>라는 작품으로 만났던 피터 메이의 최신작이다. 사실 피터 메이는 조류독감이 팬데믹을 유발한다는 소설을 2005년에 이미 썼지만, 모든 출판사로부터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팬데믹이 발생하고 나서야 그의 작품이 현실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영국의 편집장들은 런던이 일종의 보이지 않는 적인 바이러스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는 상황이 비현실적이고,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 세계에 퍼진 코로나 바이러스는 실제 <락다운>에 묘사된 상황과 유사한 일들을 고스란히 재현해 내었으니 소름 끼치고,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팬데믹 상황에 대한 예측과 뛰어난 묘사 외에도 이 작품은 스릴러로서의 매력이 충분하다. 보통 유골이 발견이 될 경우 피해자는 죽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인 경우가 많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뼈만 남게 된 것이 아니라, 이 작품에서는 뼈에서 역한 냄새가 날 정도로 최근까지 살아 있었던 사람의 유골이 발견되었으니 말이다. 날카로운 절단 장비를 써 뼈에서 살가죽을 발라내고, 세척을 해서 매끈하고 깨끗하게 만들어진 뼈라니, 그 어떤 스릴러 작품에서도 만나기 쉽지 않은 것임에 분명하다. 뼈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퍼즐처럼 뼛조각을 맞추고, 전문지식과 상상을 토대로 얼굴을 복원해 내는 과정 또한 흥미진진하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팬데믹의 배후에 있는 음모 세력이 만들어 내는 서스펜스 또한 페이지 넘기는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 주고 있다. 팬데믹으로부터 벗어나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지루할 틈 없이 달려가는 서스펜스 스릴러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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