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린 배 - 지구 끝의 남극 탐험 걸작 논픽션 24
줄리언 생크턴 지음, 최지수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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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탐험가들은 주로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앙아시아 등 세계의 광활한 지역들을 여전히 개척 중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남극 대륙은 인류에게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었다. 북아메리카보다 더 넓은, 이 지구의 최남단 대륙은 1820년 그 존재가 처음 알려진 이래로 소수의 탐험가, 일부 포경선, 물범 사냥꾼들의 손으로 그려진 몇 개의 해안선 말고는 세계 지도에서 공백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 공백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남극은 지리적으로 마지막 남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p.26

 

지구상에서 가장 험난한 환경 중 하나, 인간이 살기엔 너무 험난해 그 누구도 몇 시간 이상을 보낸 적 없는 남극 대륙으로 떠난 사람들이 있다. 거의 최초의 남극 과학 탐사에 관한 논픽션인 이 책은 1897년 초기 극지 탐험에 대한 실화 기반의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 준다. 당시만 해도 남극은 지리적으로 마지막 남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남극 여행은 위험할 뿐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드는 일이라, 남위 70도선을 넘어 더 남쪽으로 전진한 원정대는 그때까지 단 세 팀뿐이었다. 이 작품은 이들이 어떻게 남극으로 가기 위한 비용을 구했으며, 함께 갈 팀원들을 모았는지 그 모든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제대로 알려진 것 없는 미지의 세계로 진출해보고자 하는 인간 마음속 깊은 곳의 욕망을 고스란히 비추며, 탐험의 시작부터 두려움과 공포가 극에 달하는 후반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스릴 넘치는 소설처럼 그리고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작품이었다. 남극 탐험은 가장 높은 위도에 있는, 가장 긴 거리를 가야 하며, 가장 낮은 온도를 견뎌야 하는 일이다. 대체 이들은 왜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자진해서 떠나게 된 걸까. 그리고 그곳에서 대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저자는 마치 자신이 벨지카호에 탔던 선원이었던 것처럼, 그들의 삶을 철저하게 추적해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근사한 '극지 스릴러'를 탄생시켰다.

 

 

 

비명의 원인은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집단적 불안이 표출된 것일 수도 있었다. 극지대의 밤 동안 어두운 생각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살인, 자살, 기아, 광기, 차디찬 죽음, 그리고 악마나 할 법한 행위가 별로 이상하지 않아 보이기 시작했다"고 쿡은 관찰했다.
아르츠토프스키는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는 지금 정신병원에 있다."             p.260

 

얼음의 땅 남극은 제7의 대륙 또는 미지의 대륙이라고 불리며, 인류의 손길이 아직 제대로 미치고 있지 못한 지구상의 유일한 대륙이다. 북극과 달리 다른 대륙과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북극보다 심한 추위와 강풍으로 인해 곰도 살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이렇게 멀고 혹독한 자연환경 때문에 지구상에서 오염이 가장 적은 곳이기도 한데 덕분에 다양한 과학 분야의 천연실험장이기도 하다. 언젠가 직장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영하 30도를 밑도는 추위와 강한 눈보라를 동반하는 강풍 등 혹독한 환경에서도 다양한 생물을 연구하고 극한 밥벌이를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매년 과학자와 지원인력과 관광객 등 남극대륙을 밟는 사람은 수만 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29개국에서 상주기지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인간이 생활하기에는 너무도 가혹한 기후의 남극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은, 아마도 초기 탐험가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았다. 현재 왕립 벨기에 자연과학연구소에는 벨지카호의 기록물이 다수 보관돼 있다고 한다. 두 명이 죽고 목표였던 남자극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해도 벨지카호는 오늘날 미국항공우주국 대원들에게 귀감이 될 정도로 대단한 여행을 해냈다. 수백 종의 식물과 동물에서 수천 개의 표본이 나왔고, 이는 남극권 남쪽에서 최초로 1년 치 기상 및 해양학 자료를 수집해 얼어붙은 대륙에 대한 우리 이해의 기반을 다져주었다고 하니 말이다. 그들이 난파, 기아, 극도의 고립과 극한의 추위, 스트레스, 공포를 이겨내고 살아남았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매순간 죽음을 마주하고, 얼음과 눈의 어마어마한 위력을 만나면서 극지에서 살아남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들 남극 원정대와 함께 스펙타클한 극지 여행을 떠나 보자. 오싹하고, 스릴 넘치는 생생한 이야기는 우리를 1897년 그날, 그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게 될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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