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의 무덤 모중석 스릴러 클럽 50
로버트 두고니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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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퀸 앤 애비뉴에서 살해당한 노파 기억나? 미제로 남은 사건 말이야."
"노라 스티븐스?"
"범인이 누군지 몰라 찜찜하지 않아?"
"당연히 찜찜하지."
"20년 동안 그랬다면 얼마나 찜찜할지 상상해봐.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살해당했다면, 해답을 얻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겠어?"      p.208

 

트레이시와 세라는 각별히 사이가 좋은 자매였다. 그 날은 워싱턴 주 카우보이 액션 슈팅 챔피언을 가르는 결승전 날이었다. 스물두 살의 트레이시는 이미 세 차례 우승했지만, 작년에 네 살 어린 동생 세라에게 챔피언 타이틀을 빼앗겼다. 올해 자매는 거의 동점으로 결승에 올랐고, 트레이시는 한 발, 세라는 두 발이 빗나가 트레이시가 우승을 한다. 하지만 트레이시는 세라가 일부러 실수해 자신이 우승하도록 했다는 것을 안다. 그날 저녁 남자친구인 벤에게 청혼을 받았고, 그 준비를 동생과 벤이 함께 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필 그날은 폭풍이 예고된 날이었고, 벤과의 저녁 약속 때문에 세라를 집까지 데려다 주지 않고 혼자 보낸 것이 트레이시는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그 후 20년 동안 트레이시는 세라를 다시 보지 못했다.

 

세라는 실종됐고, 성범죄 전과가 있는 에드먼드가 범인으로 체포되어 정황증거만으로 1급 살인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트레이시는 재판에서 의문이 들었던 부분이 있었고, 진실을 찾기 위해 형사가 된다. 사건 이후 20년, 고향의 숲에서 세라의 유해가 발견된다. 드디어, 동생이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트레이시의 가슴속에 차오르는 감정은 슬픔이나 회한, 자책감이 아니었다. 분노였다. 그녀는 동생의 실종이 사람들의 추측과는 다르다는 것을, 그 사건에 뭔가 더 있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마침내 그걸 입증할 수 있으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사건 이후 무려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기억도 바래지고, 증거도 대부분 사라진 지금, 트레이시는 그날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걱정하지 않는 눈치로군."
"어차피 벌어질 일은 벌어져, 밴스. 이제 와서 마음을 바꾸는 건 아무 도움도 안 돼."
"한 번도 의심 안 해봤어?"
"우리가 옳은 일을 했는가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캘러웨이는 술을 다 마시고 아내가 폭풍에 대해 경고했던 일을 떠올렸다. "자네도 더 늦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 가서 아내한테 키스해줘.      p.366

 

이야기는 평범한 스릴러처럼 전개된다. 한 여성이 사라지고, 재판 과정에서 진실은 조작되고, 범인은 날조되어 유죄 판결을 받는다. 그렇게 사건은 그대로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갈 즈음, 수십 년 동안 진실을 밝히겠다는 신념으로 버텨온 가족이 형사가 되어 모든 걸 다시 파헤치기로 한다. 물론 그 과정이 쉬울 리 없다. 범인으로 지목되어 유죄 판결을 받은 자가 무고한 시민이 아니라, 가석방으로 풀려난 강간범이었으니 말이다. 법의 수호자인 형사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살인범에게 새로운 재판 기회를 주려는 것이었으니 언론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500여 페이지 정도 되는 페이지의 반 정도가 바로 그 과정에 사용된다. 그리고 2부가 되면 본격적인 법정극이 펼쳐진다. 치밀하게 구성된 법정 장면은 긴장감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드디어 20년 전 사건을 다시 수사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고 돌아서는 순간, 작가는 그 모든 것을 완전히, 뿌리부터 뒤집어 버린다. 반전이 단순한 깜짝쇼가 아니라, 겹겹으로 숨겨진 비밀에서 오는 먹먹함과 함께 오기 때문에 그 충격과 여운에서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렇게 후반부의 100여 페이지는 어떻게 읽었는지 모를 정도로, 휘몰아치는 광풍에 휩싸인 것처럼 지나간다.  책을 펼치면 그야말로 끝까지 멈출 수 없는, 제대로 된 페이지 터너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로버트 두고니의 '형사 트레이시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이다. 이 시리즈는 현재 8권까지 출간되었고, 전세계 25개국에 번역 출간되어 8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곧 영상화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변호사였던 작가 두고니는 법정 소설로 데뷔하며 '존 그리샴의 성취를 이을 후계자'로 불리기도 했다. 트레이시 시리즈 외에도 여러 시리즈를 출간한 작가이기에 국내에 왜 이렇게 늦게 소개되었나 싶을 정도로 궁금했던 작가였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자 마자, 로버트 두고니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형사 트레이시 시리즈부터 아직 소개되지 않은 다른 시리즈들도 모두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래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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