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가게 5 - 한가할 때도 있습니다 십 년 가게 5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사다케 미호 그림,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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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시, 왜 그러니? 너답지 않구나."
"그, 그게... 아니에요."
"안 되지. 손님의 물건을 탐내면 규칙 위반이야."
"알고 있습니다."
카라시는 힘없이 대답하면서도 피냐를 힐끔힐끔 훔쳐보았다. 피노는 카라시의 마음을 이해했다. 뭔가 갖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괴로운지 안다.     p.86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시리즈의 히로시마 레이코가 시간의 마법을 소재로 그려낸 판타지 동화 <십 년 가게>가 어느 새 다섯 번째 이야기로 찾아왔다. 이번 작품의 부제는 '한가할 때도 있습니다'인데, 손님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계약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십 년 가게가 한가해졌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마스터가 '손님이 와도 도통 물건을 맡기지 않고, 마법을 쓸 기회가 없어 실력이 녹슬 것 같다고 걱정을 하겠는가. 하지만, 십 년 가게가 지루하고 따분하기만 할 리가 없다. 마법사와 고양이 카라시는 십 년 가게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낼까?

 

 

'십 년 가게'는 아끼는 물건이라 버릴 수 없는, 추억이 담긴 거라 소중하게 보관하고 싶은 그런 물건들을 손님의 마음과 함께 보관해준다. 마법으로 십 년간 보관되는 동안 그 물건은 처음 맡겼던 그 상태 그대로 보존된다. 단 마법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게 마련이고, 이 가게는 대가로 손님의 시간을 받는다. 내가 너무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이 보관되는 동안 절대 낡거나 상하지 않는다면, 그 대가로 나의 수명을 일 년 줘도 괜찮은 걸까?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은 이런 계약 조건을 듣고는 망설이지만, 대부분 자신의 수명을 지불하고 물건을 맡긴다.

 

 

"카라시, 포 님을 존경합니다."
"나도 그래. 그나저나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포 님이 일부러 감기에 걸렸단 말, 트루 님에게는 절대 하면 안 된다?"
"알고 있습니다. 절대로, 절대로 비밀이랍니다."
쉿! 카라시가 입 바로 앞에 발가락을 번쩍 세웠다.     p.134

 

이 시리즈에는 매 작품마다 새로운 마법사가 등장해왔다. 1권에서는 마법사 트루, 2권에서는 색깔을 만드는 마법사인 텐과 카멜레온 팔레트, 3권에서는 날씨를 바꾸는 마법사 비비, 그리고 4권에서는 봉인 가게의 포가 등장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은행 가게의 기라트 씨이다. 밤하늘처럼 까무잡잡한 피부에 은화처럼 번쩍이는 은발을 지닌, 위엄이 넘치고 빈틈없는 성격으로 사실 마법 골목에서 가장 무섭게 생긴 마법사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 표지에는 새로운 마법사가 아니라 '장화 신은 고양이' 캐릭터가 있는데, 이 고양이가 누구인지는 이야기를 직접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이번 작품에는 7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꽃병에 살고 있는 유령 이야기, 말하는 해골을 만난 겁쟁이 소년, 할머니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고 싶은 아이, 카라시가 반해버린 인형에 얽힌 사연, 그리고 나쁜 마음으로 물건을 맡기려 한 심술궂은 소녀의 이야기와 어떤 청년의 감기가 든 병을 사간 마법사의 이야기까지 흥미로운 사연들이 가득하다.

 

이 시리즈는 어른이 읽기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랑스러운 책이고, 전천당 시리즈를 좋아했던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누구나 각자의 이유로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물건들이 있을 테니, 시간의 마법 대상이 되는 스토리들이 공감하기 쉬운 사연들이기도 하고 말이다. 히로시마 레이코가 들려주는 시간의 마법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꼭 시리즈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읽는 데 무리가 없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책부터 골라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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